|
요즘 한창 선전하고 있는 드라마의 공통점은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내남자의 여자>는 불륜이고 <쩐의 전쟁>은 돈이 소재다. 돈이 원초적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도구 아닌가? 사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인간의 생존을 좌지우지 한다. 돈은 생존으로 여겨진다. 다만 우리가 그 적나라한 현실과 대면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지 모른다. 원초적 고민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른다.
그렇게 피하고자 하는 것은 불륜도 마찬가지다. 원초적 고민의 대상이다. 하지만 불륜을 다룬 드라마는 많다. 문제는 차별성이다. 그것은 직설에 있다. <내남자의 여자>는 화법도 영상도 직설적이다. 새드라마 <신현모양처>가 지닌 불륜 코드로는 <내남자의 여자>를 이길 수 없는 대목이다.
<쩐의 전쟁>은 돈에 대한 세계관뿐만 아니라 인간 군상도 직설적이다. 따로 둘러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돈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말이다. 책에 존재하는 화폐가 아니라 돌고 도는 돈에 대해서다. 박신양의 몸과 말 표정이 여기에 그대로 드러난다. 박신양의 연기에 환호하는 이유다. <내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와 배종옥의 연기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상의 캐릭터와 연기자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말이다.
두 드라마는 비현실적이다.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극대화하다보니 비현실적이 된다. <내남자의 여자>는 과거의 피해의식이 작가의 뇌 속에서 벌이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보인다. <쩐의 전쟁>은 사채업 투쟁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주인공의 비참과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그러한 극대화는 사채업에 대한 복수라는 추상적인 명분과는 별도로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을 대리 배설한다.
이러한 점은 사람들의 현실적 고민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정당화 된다. 하지만 사채를 쓰게 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관념적이다. 트렌드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새로운 에피소드들은 없고, 잘 짜여진 구성과 극대화, 연기자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다만, 트렌디 드라마를 지향한다고 모두 새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새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을 결합시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미 철지난 인터넷 소설류를 진보적 작품으로 여기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라마 <쩐의 전쟁>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사채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은 이제 끝나고 사채업자의 경쟁, 조폭코드에 로맨스가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초기에 흥미를 유발하는데 전적으로 올인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내남자의 여자>가 시청률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갈등이 봉합으로만 그치는 것만큼이나 김빠지게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에어시티>의 시도가 이 두 드라마에 결합되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에어시티>가 공항 속 새로운 직업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만, 지금 시대 사람들의 고민을 과연 담고 있는가 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에어시티>가 결여하고 있는 본능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직설과 솔직은 진정성에서 비롯한다. 불륜에 대한 솔직성, 돈에 대한 직설은 진정성을 보여준다. 솔직과 직설은 달관의 경지와 연결된다. 사랑에 대한 달관이며 돈에 대한 철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은 아무나 구사할 수 없는 것이다. 치열한 현실적 고민과 반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운 것은 진정성을 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 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찬사의 담론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 두 드라마의 의미와 내용은 과장되어 있다. 워낙 다른 드라마들이 엉망인 반사효과 탓도 있다. 또한 불륜이나 돈 그 자체가 주는 선정성이 여전히 두 드라마의 공통적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초적 본능과 고민을 다루는 드라마의 장점이자 한계인지 모른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