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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는 한인 2세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한국어 단어들이다. 따라서, 미국 수능 시험 과목인 SAT '한국어 시험'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갑을 잊어버렸다'라고 하고, '생일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영어로 뜻을 설명해줘도 비슷한 어감 때문에 혼동하곤 한다. 그래서 한 가지 묘책을 강구했다.
"'잃어버리다'의 '잃'은 받침이 두 개 있으니까 하나를 잃어버려도 되겠지요?"
"아! 그렇구나."
한인 학생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나 학교의 수업을 모두 영어로 받은 이곳 학생들에게는 왜 'to forget'은 '잊어버리다'이고 'to lose'는 '잃어버리다'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모국어 화자의 경우에도 그렇게 배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 문장 속에서 배웠기에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모국어 화자들의 경우에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말을 배우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없이 '책을 잃어버렸다'고 하고 '기억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혼동해서 쓰는 모국어 화자들도 볼 수 있다. '지갑을 잊어버렸다'라고 하는 말은 모국어 화자들 사이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일이다.
'잃어버리다'의 '잃'은 받침이 두 개이므로 받침 하나를 잃어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면 혼동되지 않을 것이다.
이곳 한인 학생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가 '붙이다'와 '부치다'이다. 맞춤법은 달라도 발음이 같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더욱 혼동이 되곤 한다. '우표를 붙인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부쳤다'라고 해야 할 것을 '우표를 부친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붙였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우표를 붙이다(to attach)의 경우에는 '부'에 받침 'ㅌ'을 붙인 것이므로 '붙이다'가 'to attach'라고 생각하면 혼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이 대부분 둘 중 하나는 'to send(보내다)'의 뜻이고 다른 하나는 'to attach(접착시키다)'의 뜻으로 알고 있으므로 어느 것이 'to send'이고 어느 것이 'to attach'인지 알면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 '낮다'와 '낳다'가 있는데, 이 경우에 '알을 낳다'의 '낳다'는 받침 'ㅎ'을 '알 모양으로 생각해서 '낳다'가 '알을 낳다'의 뜻임을 알게 하기도 한다.
전에 모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공부 잘 하는 법을 이야기하면서 임진왜란의 발생 연도인 '1592년'을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다'로 외웠다고 했다. 사실 황당하지만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만한 기발한 연상작용이 아닐 수 없다.
무조건 외우라는 식의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한다. 교사로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암기해야 할 것은 어떻게 잘 암기해서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은 '잊어버리다'와 '잃어버리다', '붙이다'와 '부치다', '낳다'는 확실하게 기억해서 사용하고 또 시험에서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구은희 기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장이자 교수, 시인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구은희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