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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까놓고 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일은 꽤 많다. 하지만 대통령의 업적은 수구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폄훼되어온 것이 사실이고, 인간적 측면에서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러한 수구언론의 고의적 폄훼에 대해 적지 않은 반감을 가졌을 것이란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과 측근들도 사람인 이상 불만을 가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측근들의 대응은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최근 대통령과 측근들이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에 대해 가지는 반감의 표현은 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기자들의 잘못된 취재관행이나 보도태도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과 전면에 나서서 잘못된 언론을 개혁하겠다고 하는 것은 천양지차의 결과를 초래한다. 전자는 언론의 일탈을 바로잡기 위한 경종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후자는 언론에 대한 권력의 탄압으로 발전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참여정부 평가? 잘못된 일이다

참여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권력과 언론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물론 옳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정부의 태도는 단순히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에서 멈추지 않고, 수시로 국민에게 자신들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메일을 발송하고 연일 각 사이트에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게시물을 기고하고 있다.

특히 학계와 언론이 해야 할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들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출범은 언론과 기존 정당에 대한 대통령과 측근들의 극렬한 반감의 표출일 뿐이다. 또 단순한 정책홍보의 차원을 넘어 언론이 담당해야 할 비판과 견제와 대안제시 등 사회적 역할을 정부권력이 침범하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분명 잘못된 일이다. '참평포'가 이름 그대로 참여정부를 평가하기 위한 포럼이라면 자신들이 한 일을 스스로 평가하겠다는 모순에 빠질 것이다. 또 그들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기 위한 단체라면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참평포가 참여정부의 업적을 평가하기 위해 모였다면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고, 정치세력화를 위한 모임이라면 간판에 '포럼'이란 글자를 지우는 것이 마땅하다.

늘 말로 실수를 해온 대통령은 지난 2일 '참평포럼' 특강에서 차기대선후보를 일일이 거명하며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품평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은 일이다. 특히 대통령이 작심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등의 대선후보는 차기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는 거의 모든 후보이다.

대통령이 현재 당선 가시권에 있는 모든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선 일은 차기 대선 후보 중에 자신이 믿고 지지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다. 대통령이 차기 후보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임 대통령을 자신의 후계자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진보세력 대통합 꼬이게 만든 참평포

대통령은 참평포가 처음 출범할 당시 자신은 "포럼의 결성에 반대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참평포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이란 지적에 대해 멤버 중 한명은 "우리는 정치세력화가 아닌 정책세력화를 모색한다"며 발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특강에는 참평포럼의 멤버에 대한 비판이 빠져있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참평포가 대통령과의 교감 하에 출범됐고 학술적이거나 정책적 포럼이 아닌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필자는 대통령 측근들의 정치세력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진이 추구하는 정책이나 정체성이 있다면 당당히 내놓고 국민의 지지를 바라면 될 일이다. 필자 또한 대통령과 참모들의 정책방향에 적지 않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과 참평포는 복잡한 진보개혁 세력의 통합을 더욱 꼬이게만 하고 있다.

대통령과 참평포 주역들이 민주세력의 대통합을 방해한 세력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 다음, 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노무현대통령, #참여정부평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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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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