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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입니다.
우리 아들입니다. ⓒ 박영호
세상에 아이를 기르는 즐거움보다 좋은 것은 많지 않다.

어제는 모처럼 일찍 끝나는 날이라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많았다.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온 왕관을 쓴 아들은 자기가 왕자라고 조잘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났는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주신 동그란 사탕이 있을 거라면서 온 가방을 다 뒤졌지만 사탕은 없었다. 아이가 아토피 증세가 있어서 사탕을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기에 우리 아들은 주지 않은 듯싶다. 이내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현수야 아빠가 지금 돈이 없으니까 이따가 엄마오면 슈퍼에 가자."
"그래요."

잠시 후에 둘째를 보느라 정신없던 나에게 아들이 달려왔다.

"여기 돈이 있구만. 뭐"

낮에 녀석을 돌봐주시는 할머니 말투와 비슷하게 외치는 것이었다. 어느새 손에는 내 지갑을 들고서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응, 돈이 많지 않아서 살 수가 없어요."
"여기 두 개나 많이 있는데 뭐."

아들에게 두 개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

아무 생각없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속지 않는다.

"현수야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거 많이 먹으면 몸이 가려워져요. 어젯밤에도 자다가 막 가려웠었지. 우리 몸에 좋은 토마토 먹자."
"알았어요."

지난 번 마트에선 장난감 코너의 자동차 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예전엔 안 된다고 하면 미련없이 돌아서 대견스럽던 아들 녀석이 이젠 고집을 제법 부린다. 떼쓰는 다른 집 애들 보고 '교육 좀 잘 시키지'라고 생가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 내 차례인가 보다.

"여긴 작은 것 밖에 없지'"
"예'"
"저번에 아빠가 소방차 사 준 곳 알지?"
"예'"
"나중에 거기가서 커다란 것으로 사자'"
"알았어요'"
"역시 우리 아들 최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즐거워하던 녀석이 물었다.

"아빠 여긴 집으로 가는 길이잖아요."
"맞아요. 우리 아들 똑똑한데요."

칭찬을 해주었는데도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다.

"장난감 가게 가는 길 아니잖아. 앙..."

'나중에'를 아주 가까운 시간으로 알아들었나 보다. 일주일 전에 보고 온 바다를 어제 보았다고 말하는 녀석인데, '나중에'를 가까운 시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우는 녀석을 달래느라 고생 좀 했었다. 결국 어제 마트에선 자동차를 사주어야만 했다.

무심결에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아들이 거짓을 알아채고 할 말 없게 만들곤 한다.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만들어낸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이젠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믿기 어려운 아빠로 생각하기 전에 말이다. 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를 키울 때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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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에겐 편안함을, 친구에게는 믿음을, 젊은이에겐 그리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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