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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청소아줌마의 최저임금위원회 대습격' 캠페인에서 월 75만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청소미화원들이 회사와 노조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정해지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청소아줌마의 최저임금위원회 대습격' 캠페인에서 월 75만원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청소미화원들이 회사와 노조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정해지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우먼타임스
[김세옥 기자]최저임금이 해마다 인상되고 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해 ‘비정규직 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불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는 70여명의 청소미화원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6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소 아줌마의 최저임금위원회 대습격’ 캠페인을 열고 “5인 이상 상용노동자 정액 급여의 50% 수준인 93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물가상승률 등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박남희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해마다 노측과 사측 위원, 공익위원이 모여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사실상 노측과 사측의 힘겨루기로 결정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결정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일단 내년도에는 5인 이상 상용노동자의 정액 급여 50% 수준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이후 해마다 오르는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다면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최저임금법의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캠페인에선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청소미화원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비정규직 청소미화원으로 일하는 민갑재씨는 “한 달에 100만원만 벌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민씨가 바라는 100만원은 2007년 현재 단신 노동자 실태생계비 122만43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희망 임금이다.

민씨는 “요즘 100만원은 높은 양반들 하루 술값밖에 안 되는 우스운 돈이지만, 내가 받고 있는 최저임금 75만원과 비교가 안 되는 금액”이라며 “각종 공과금과 아이들 교육비, 집세 등을 내고 나면 월급날 2~3일 후 바로 바닥을 보이는 통장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대학교 청소 용역 미화원인 최금옥씨는 “같은 대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미화원이더라도 공무원 신분인 이들은 저보다 3배 이상 많은 월 3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데, 이들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경기대학교에서 18년째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용역 업체 직원 정갑순씨는 “건물을 새로 지어 일거리가 늘어났는데도 학교 측은 최저임금이 올라가니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는 등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 일해도 언제나 1년차...비정규직 설움 지긋지긋"
경북대 청소미화원 조숙자씨

“경북대학교 청소미화원으로 10년을 일했지만 이곳에서 저의 근무 경력은 늘 1년 미만입니다. 매해 1월 1일 입사하고 12월 31일 퇴사하기 때문이죠. 한곳에서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이 된다지만 우리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에요.”

‘청소 아줌마의 최저임금위원회 대습격’ 캠페인 현장에서 만난 조숙자씨의 바람은 용역이 아닌 ‘직고용’ 신분으로 일하는 것이다.

조씨는 “대학 측은 청소미화원을 직고용하면 근로조건이나 임금 등을 직접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 측이 용역회사에 지급하는 관리비 등을 미화원들의 임금으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조씨의 일터인 경북대는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대책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상태. 그러나 올해 초부터 석 달 동안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용역회사 측은 최저임금 주 40시간 임금 외에는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학교 측 역시 시범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종합대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씨는 “학교가 쉬지 않는 한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왜 최저임금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2001년엔 한 달 꼬박 결근 한 번 안하고 일해도 40만원밖에 못 받았어요. 남녀차별도 있었죠. 남자의 정년은 63살인데 여자는 58살이었거든요. 끈질기게 투쟁해서 임금도 올리고 차별도 없앴어요. 문제가 있으면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뀌죠.”

‘청소아줌마=최저임금’의 등식을 깨고야 말겠다는 조씨의 다부진 말이다.

#여성#우먼#비정규직#청소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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