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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표절 논쟁이 일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종영 2회를 앞두고 표절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표절을 제기한 사람은 KBS 드라마 공모 작가 출신 류경옥 씨가 자신의 작품 '옥희, 그 여자'의 도입부 설정, 등장인물의 갈등 구조, 사건 전개 등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기했다.
표절 사건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지만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를 상대로 낸 표절 의혹이기에 그 충격은 어느 때보다 크다. 물론 아직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 김수현 작가는 전면 부인하고 있고, 류경옥 작가도 끝까지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마도 법정까지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비단 드라마만이 아니다. 오락 프로그램, 가요, CF 등 표절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명백히 표절로 판정된 작품도 다수가 있다. 하지만 표절의 정확한 잣대가 없어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저작권 합의 등으로 표절을 면한 작품들도 있다.
그중 드라마는 최근 들어 표절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내 남자의 여자>는 국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베꼈다고 제기한 것이지만, 보통 표절 의혹 작품을 보면 외국의 드라마를 그대로 베끼거나 상황 설정 등을 비슷하게 구성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제작 눈살
사실상 인터넷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외국 드라마를 표절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외국 드라마를 알게 모르게 시청하는 마니아가 많은 것을 감안해 볼 때 언젠가는 표절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표절을 하고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인기를 누렸던 SBS <외과의사 봉달희>가 미국의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등장인물, 관계 설정 및 상황 등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첫 방송을 타자마자 강력한 표절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되었다.
물론 제작진은 전면 부인했고, 전문의가 보조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얼마든지 비슷한 인물 설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향후 전개를 보면 분명 내용이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KBS <달자의 봄>은 일본 드라마 <아네고>와 유사해 논란이 되었고, MBC <히트> 일본 드라마 <언페어>를 표절한 의혹이 일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같은 의혹을 산다는 자체부터가 문제다. 사실상 사람의 생각이 비슷해 비슷한 내용이 충분히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표절을 떠나서 그만큼 식상한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드라마계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특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비슷한 상황 설정과 인물 설정에 시비가 일어날 소지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비슷비슷한 장르가 인기를 끄는 순간 각 방송사가 앞 다투어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가 속속 등장한다.
가령, 과거 MBC드라마 <진실>이 시청률에서 대박을 치면서 트렌디 드라마 장르가 봇물 터지듯 나왔고, <마지막 승부>, <느낌> 등이 트렌디 드라마 인기를 이어갔고, SBS드라마 <토마토>가 그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러한 드라마가 이젠 식상한 내용으로 다가와 여전히 등장하고는 있지만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공식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사극이 대박을 치면서 각 방송사에서 일주일 내내 사극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불륜 드라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단골소재로 줄기차게 나와 대한민국을 '불륜공화국'으로 만들었을 정도다.
이처럼 어떠한 장르가 인기를 끌면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고, 비슷한 인물 설정과 구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안일한 제작이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져 시청자들이 새로운 드라마를 볼 권리를 박탁했다. 그 결과 오늘날 같은 드라마 표절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이 입에 올라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은 드라마 제작진 스스로가 만든 것으로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외국 드라마 장족의 발전 거듭
이런 한국 드라마계의 현실과 달리 미국드라마는 최근 들어 '미드열풍'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새로운 드라마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함께 일본 드라마는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부터 알게 모르게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개방된 이후에도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미국 드라마 경우 과거에도 간간이 인기를 누려왔다. 이른바 추억의 외화시리즈를 보면 <맥가이버>, , <초원의 집>, 등 상당수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 이어 90년대 중반 <베버리힐즈의 아이들>이 다시금 부활을 알렸다.
이어 다시 한 번 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특히 <섹스 앤더 시티>, <앨리 맥빌>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프리즌 브레이크>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의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은 미국 드라마의 새로운 신선한 시도가 한국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기존 식상해진 한국 드라마를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드라마는 현재 미국 드라마의 작품성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은 계속해서 비슷비슷한 장르의 드라마가 속속 방영될 예정으로 색다른 시도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즉 미국, 일본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국내 드라마는 여전히 옛 영광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에 눈길을 주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제작진은 빠른 시일 안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 인기 공식을 차용하는 일이 또한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그렇게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 작가들이 도제형식으로 양성되고 있어 표절 논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즉 유명한 작가 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작품을 집필할 경우 그것을 유명작가가 도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일어나 하나의 관행이 되어 표절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다. 더욱이 특별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기준 자체도 없어 그것을 잡아내는 일 자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표절은 삼가야 한다. 그것은 남의 창작물을 도용하는 일은 부도덕하면 엄연한 도둑질이다. 그리고 죄의식 없이 남의 것을 베끼는 행동 자체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드라마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드라마 를 더는 제작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표절 논란의 중심으로 서고, 시청자들이 더는 비슷한 드라마의 모습을 용납하지 않을 때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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