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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현철선관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잇단 정치 관련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18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현철선관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잇단 정치 관련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태

18일 선관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재차 결정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는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다. 청와대는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선관위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의 결정 주요골자는 "대통령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선거에서 중립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정당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동시에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니까 선거중립의무가 있다는 논리가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상징적·선언적 의미가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하게 절대적으로 평균적 봉사를 해야 하는 공무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선관위 결정대로라면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인 선관위원들도 이번 결정을 통해서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번 선관위의 결정에 국민 모두가 찬성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는 선관위처럼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선관위는 또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말은 맞다. 그런데 과연 누가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가.

선관위는 대통령제하에서 당적을 가지고 선출된 정치인인 대통령에 대해서 정치적 중립의무 있는 대통령이라고 잘못 전제하고 그 해석에 따라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을 내리는 법리적 모순을 범하여 스스로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

또 사전선거운동이면 사전선거운동이고, 아니면 아니지 더 지켜볼 테니까 대통령은 조심하라는 투의 결정은 또 무엇인가. 벌써 한나라당도 "스스로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포기했다"고 비난하고 있지 않은가.

선관위 스스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헌법도 모르는 한나라당... 노 대통령 '헌법 권리'는 어디에?

한나라당은 선관위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검찰에 노 대통령을 고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수호를 이유로 노 대통령을 탄핵소추도 하고 선관위 고발도 반복하는 한나라당은 과연 헌법을 수호할 의지는 있으며, 또 헌법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선관위 결정이 '대통령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 때문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은 또 정치적 선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명문으로 검찰에 고소나 고발을 가능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에 고발해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알면서 국민들 속이지 말자. 가능하지도 않는 검찰 고발 후 검찰에서 소추하지 않는다고 검찰 비난해서 국민들 속일 생각도 말자. 혹시 형사상 소추는 안 돼도 고발은 가능하다는 둥 억지도 쓰지 말자.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했다고 생각하면 노 대통령 임기 마치고 고소를 하든지 고발을 하든지 해도 늦지는 않다. 지금은 헌법을 따르는 것이 옳다. 헌법수호를 외치면서 한편으로 헌법을 무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연 누가 헌법을 위반하고 있는지 한나라당 스스로 자문해 보기 바란다.

또한 언론과 야당들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결정을 따르라고 노무현 대통령에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제하의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헌법기관 노무현의 헌법상의 권리는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헌법기관의 결정과 권위를 존중한다면서도 정작 노무현 대통령도 헌법기관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무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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