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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40대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 광경. 여성의 성기를 주제로 한 공연.
ⓒ 김용한
▲ 연극배우 김경선씨의 나레이션과 함께 펼쳐지고 있는 여성의 성기를 주제로 한 몸짓공연. 70대 할머니들의 음모에 대한 성 담론.
ⓒ 김용한
"OO" 세상에 내가 말했네요. 내가 OO라고 소리내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난 내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 내 몸과 마음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버자이너 모놀로그 프롤로그 중.

지난 2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는 대구시립무용단 제51회 정기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버자이너 모놀로그(VAGINA MONOLOGUES)로 여성의 성기를 주제로 한 이색적인 공연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 여성의 성을 상징화한 공연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한 장면.
ⓒ 김용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여자의 성(性)'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초점이 모아져있고 닫힌 여성의 성기에 대한 문제를 외부로 표출하고 다양한 몸짓언어와 연극의 대사를 통해 왜곡된 여성의 성기와 여성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심을 불러일으켜 준다.

여자의 성기에 대해 우리는 '거기'내지는 '아래'라는 표현으로 지칭해 왔고 쉽사리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연극배우들이 내뿜는 대사가 과히 충격적이고 외설적인 것처럼 들릴지는 모르나 어느새 관객들은 여성의 성기에 대해 과감하게 'OO'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킥킥'거리는 웃음으로 답을 해준다.

▲ 연극배우 박수민씨가 여성에 성기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해준다.
ⓒ 김용한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문구 속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공연에는 성에 대한 담론을 거침없이 내어놓으면서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는 듯 했다.

정적인 무용수들의 동작, 역동적인 춤사위와 함께 펼쳐진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무대공연은 여성 성기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시선을 고쳐보자는 것이 주된 요점이기도 했다.

전쟁으로 인해 강간당하고 상처 입은 여성들, 30-40대 중산층 여성들의 음모에 대한 성 담론 이야기,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들의 성기에 대한 이야기, 잃어버린 여성성을 찾은 할머니의 이야기,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고도 다이나믹하게 풀어냈다.

▲ 영화배우 박준규씨가 여성의 출산에 대한 시를 읇고 있다.
ⓒ 김용한
고양이에 늪, 클로져, 굿바디 등에 출연한 바 있는 연극배우 박수민씨와 맹진사댁 경사, 허탕, 로미오와 줄리엣, 집도절도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대구시립극단 단원 김경선씨가 나레이터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연극배우 박수민씨는 "불편함을 편함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불편하면 관객들로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인 김경선씨도 "대본을 받고 무용수들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처음에는 어색한 면이 있었는데 여자의 성기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하면서 그런 염려(어색함이나 서먹함)들이 사라져버렸다"고 고백했다.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객원출연자 박준규씨도 "대구시립무용단의 현대무용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고 말하면서 "여자의 성이 부담스럽고 가둬두어야 할 것이 아니라 신비스럽고 존경스럽기도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 거스를 수 없는 흐름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몸짓.
ⓒ 김용한
공연을 관람했던 도혜옥(50), 도광숙(58)씨도 "새로운 면을 본 것 같다"고 소회하면서 "과감한 시도, 다루기 힘든 공연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이었던 김가인(19. 무용전공)씨도 "여성의 성기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민망했는데 색다르고 독특한 작품을 보면서 앞으로 시립무용단의 공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여성의 성' 자체의 존재성을 일깨워주고 있는 몸짓.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한 작품 중에서.
ⓒ 김용한
이번 공연에 예술감독을 맡은 최두혁 상임안무가(대구시립무용단)는 "관객들이 춤에 대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나레이터를 통한 해설을 접목시켰고 여성의 성을 표현해 내기 위해 무용수들의 순수한 신체 이미지를 중시하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최두혁 상임안무가는 "오는 8월에 에딘버러 축제에 참가할 예정이고 앞으로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무용단, 시민과 대중 앞에 한층 더 다가서는 무용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오는 22일까지 펼쳐지며 무대 생음악 연주에 퓨전 재즈그룹 J. O. K와 이지나(대본. 연출), 김재만(각색),이현규(경북예고 재학), 이상희(대구시립교향단원)씨가 버자이너 모놀로르 작품에 함께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시인, 사회운동가, 시나리오 작가인 이브 엔슬러의 대표작품으로서, 그녀가 직접 각계 각층의 200여명이 넘는 여성들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모놀로그 연극으로 작품화 한 것이다. 이것을 대구시립무용단이 연극적인 요소와 무용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버자이너#여성#성기#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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