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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쿠바>
ⓒ 안그라픽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을 물으면 다들 '여행작가'라고 대답한다. 여행도 하면서 글을 써서 돈도 버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남들은 여행 다니며 돈 쓰느라 바쁜 와중에 몇 장의 사진과 글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쿠바>는 10여 년 동안 <여성동아>에서 여행 및 레저 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업으로 삼은 최미선씨와 그의 남편이자 전직 <동아일보> 사진기자인 신석교씨가 엮어낸 책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행지를 찾아라>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등의 책이 히트를 치면서 그들의 여행도 국내에서 국외로 종횡무진이다.

부부가 만든 책이니 두 사람의 끈끈한 애정 고백과 칼로 물 베는 부부 싸움 얘기가 실릴 법도 한데 기자 출신답게 명료하고 묘사적인 문체로 쿠바의 이곳저곳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책의 부제를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라고 붙였는데 이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워낙 춤추는 것을 좋아한 데에서 따왔다.

책의 맨 처음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는 영화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멋진 방파제 말레콘을 비롯하여 스페인 식민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1982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 아바나 등 수도지만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저자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춤을 좋아하고 동양인을 보면 신기해하는 매우 순수한 이들이다. 미국의 무역 폐쇄로 인해 여러 곤란을 겪는 바람에 쿠바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그래서인지 외국 사람만 보면 돈을 달라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1달러에 불과한 1페소가 이들에게는 이삼 일 가량의 임금이라고 하니 경제적 곤란을 짐작할 만하다.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공산 국가가 된 이 곳은 진풍경도 참 많다. 주택 매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거리 한편에서 서로 집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나와 교환을 한다. 저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정착한 주택 문화를 우리의 부동산 투기와 비교하며 부러워한다.

'쿠바'하면 많은 이들이 체 게바라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 시대의 영웅이자 민중의 아버지다. 평범한 의과 대학생이었던 그가 혁명가가 된 계기는 핍박 받는 흑인들과 쿠바 민중들의 괴로움을 목격하고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그를 기리는 많은 기념물들을 볼 수 있다.

"광장을 사이에 두고 혁명탑 맞은편에 있는 건물이 내무성이다. 철골 구조물로 체 게바라의 얼굴을 꾸며 놓은 곳이다.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건물 벽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체 게바라의 얼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철골로 덜렁 체 게바라 얼굴만 만들어 놓았을 뿐인데 그것이 이곳의 상징물이 되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살아생전 쿠바 혁명에 큰 힘이 되었던 체 게바라는 죽어서도 쿠바인들의 은인이 된 셈이다."

쿠바의 혼란을 틈타 이곳을 냉큼 자기네 주변국으로 집어 삼키려다 실패한 미국은 그 보복으로 단절 정책을 취해 이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미국과의 단절은 생각보다 심각하여 기본적인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제대로 유입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화학 비료가 전혀 수입되지 않는 바람에 유기농업을 시작하고 결국 쿠바는 세계적인 유기농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걸 보면 이 나라,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은 미국인이라고 한다. 원래 미국에서는 쿠바와의 입국과 출국을 철저히 금지한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멕시코나 캐나다를 거쳐 이곳에 찾아 온다. 쿠바는 여권 심사에서 쿠바 도장을 찍지 않는 것으로 미국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흔하게 붙어 있는 부시 비하 포스터를 보면 미국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궁금하다.

전직 기자의 꼼꼼한 설명과 함께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사진들은 쿠바의 모습을 실감나게 전해 준다. 쿠바인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파괴되지 않은 자연, 그 때묻지 않은 모습에 저절로 반하게 된다. 하지만 쿠바로 가는 길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쿠바로 가려면 직항이 없어 캐나다나 멕시코를 경유하여야 한다.

쿠바의 역사는 참 가슴 아프다. 콜럼버스가 이 땅을 발견하면서 이곳은 잔혹한 살해와 노예 학대의 땅이 되고 말았다. 스페인은 쿠바에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세우고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끌고 와 가혹한 노동을 시켰다. 그 이후 미국에 의해 짓밟히고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이후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미국 중심의 다른 나라와 단절된 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쿠바의 문화는 어느 나라와도 견주어 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싶어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겠지? 책으로 만나본 쿠바는 언젠가 꼭 한번은 찾아가고 싶은 색다른 곳이었다.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 -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 있는' 여행 02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안그라픽스(2007)


#쿠바#체 게바라#최미선#신석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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