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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외화드라마들을 보았을 것이다. 요즘 '미드 열풍'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드라마가 아닌 외화드라마로 우리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 내게 충격적인 드라마 한편이 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보기엔 '난감'했던 드라마였지만 그리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구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동물인 쥐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먹던 다이애나.

이름만 들어도 당시에 살았던 모든 이들은 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1985년에 KBS에서 방영되었던 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다.

사실 요즘 다시 본다면 조악한 SF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다. 어설픈 쥐를 잡아먹는 다이애나 모습과 한 꺼풀 벗기면 초록 피가 흘러나오는 외계인. 전투신의 어설픈 효과들까지. 그뿐인가? 그들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레지스탕스의 활약상을 담은 내용은 철저하게 선악구도를 띄고 당연히 인간이 승리할 것이라는 진부한 내용까지.

그럼에도 기억 속에 는 최고의 SF드라마였고, 다시는 그러한 충격을 받을 수 없다. 드라마 는 미국 NBC방송에서 original miniseries 로 1983년에 2시간짜리 각각 1, 2부가 방영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final battle 3부가 1984년에 방영이 되었고 그 후에 방송사의 요청으로 weekly tv 시리즈로 주마다 한편씩 19부가 방영이 된 작품이다.

그리고 당시 미국에서도 영화 에 버금가는 SF물로 기록되었을 정도다. 게다가 2008년작 가 나온다고 하니 살짝 기대가 된다. 거기에 원년 배우가 다시 뭉친다니, 사실 살짝이 아니라 엄청 기대가 된다. 여하튼 잡설을 차치하고 1년 늦게 국내에 소개된 는 우리나라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1990년대 들어서 KBS가 파업했을 당시에 재방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볼거리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한국에서 외계인이란 존재는 낯선 존재였다. 그리고 그것을 초록색 피부를 지닌 파충류처럼 묘사한 아이디어는 참으로 참신했고, 그들이 지구를 습격한다는 내용 또한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소재였다.

지금은 외계인과의 전투가 흔한 소재였지만 당시에는 외계인이 지구를 습격한다는 자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졌을 뿐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결국 그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들을 지키려는 레지스탕스의 활약은 주인공 도노반(마크 싱어)이 기자로 활동하며 그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여주는데, 지금은 굉장히 어설픈 전투신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만한 전투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너무나 예쁘장한 언니가 '쥐'를 거침없이 잡아먹던 그 여자 다이애나(제인 베들러)였다. 초록색 피부를 지닌 것도 참 충격이었는데, 지구에서 박멸해야 할 혐오스러운 동물 '쥐'를 씹어 먹는 장면은 'V'의 명장면이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다이애나가 먹던 쥐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논쟁을 일으킬 만큼 센세이션이었다. 그 뒤부터 이 다이애나 언니가 비록 악당이었지만 어쩐지 레지스탕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결국 인간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당시 다이애나 언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우리들 기억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내용과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또한 극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선남선녀로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흔들어 놓았다. 지구인 레지스탕스의 대장이었던 도노반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의 연인 생물학자이자 빨간 가루를 발명해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일조한 줄리엣(페이 그란트)의 미모는 다이애나와 경쟁하며 청순가련형을 대표했다. 또한 카일(제프 야거)은 소녀 팬의 우상으로 아이돌 스타로 떠올랐다.

물론 내용이 길어지면서 전개가 산만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쥐를 잡아먹는 외계인의 모습이 등장해 신선함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는 최고의 SF드라마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다시 한 번 그 드라마를 봤으면 하는 바람도 여전하다.

우리에게 큰 충격을 던져준 는 80년대 어린이들의 우상으로서 최고의 작품이었던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08년도에 새로운 가 탄생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잔뜩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V#다이애나#제인 베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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