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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자한이나 아우랑제비가 왕비의 무덤을 이처럼 크고 호화롭게 지은 만큼 왕비를 사랑했던 것인지 궁금했다.
ⓒ 조태용
우랑가바드는 무굴제국 제6대 황제 아우랑제브의 도시라는 뜻이다. 인도하면 떠 오르는 대표적인 건축물인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건설한 왕이 샤쟈 한(세계의 왕이라는 뜻)인데 그의 아들이 바로 아우랑제브다. 샤쟈 한이 타지마할, 아그라 포트, 레드 포트 등 대규모 건설을 하여 국고를 바닥내자 반역을 일으켜 아버지를 아그라 포트에 가두고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의 건축물인 타지마할 비슷한 건물을 지었으니 그것이 바로 '짝퉁 타지마할'로 불리는 비비 까마끄바라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굳이 짝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모방만 있었을 뿐 원작을 넘어서는 창조적 역량이 없거나, 원작보다 형편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만약 짝퉁이 원작보다 더 훌륭했다면 그것은 이미 모방이 아닌 또 다른 창작이기 때문이다.

데칸고원의 중심에 있는 아우랑가바드의 4월은 항상 마른 먼지가 자욱했다. 도심 도로엔 오토릭샤와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고, 길거리엔 어디에나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청바지 장사와 티셔츠 장사와 시계 수리를 하는 사람, 사탕수수를 짜서 판매하거나 과일 장사들로 거리에는 활기가 남아 있었다.

▲ 생긴것은 감자, 맛은 단감맛이 나는 찌꾸
ⓒ 조태용
▲ 인도 청포도는 신맛보다 단맛이 강하다.
ⓒ 조태용
무엇보다 내 눈에 띄었던 것은 처음 보는 감자처럼 생긴 찌꾸라는 과일이었다. 단감 중에 서촌조생 또는 먹감이라고 불리는 속이 검은 감이 있는데 이것과 속도 맛도 비슷하다. 수박은 모양은 좀 다르지만 맛은 같았다. 인도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검은 포도는 없고 청포도만 있었다. 청포도는 다행히 신맛 대신 단맛이 강했다. 더운 날씨에 과일만큼 기분을 좋게 해주는 먹을거리도 없다. 시원한 수박과 과일로 배를 채우고 나니 더위도 잠시 잊혀지는 듯했다.

▲ 빤짜키는 아우랑제비의 스승의 무덤인데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다.
ⓒ 조태용
짝퉁 타지마할로 가는 길목에 있는 빤짜키에서 잠시 쉬어갔다. 빤짜끼는 아우랑제브 황제의 스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찾아와 이 황제의 스승 묘에 들어가 참배를 하곤 했다. 이 사원에는 맑은 물이 흘러 넘치는데 이 물은 10km나 떨어진 산에서 가져온 물이라고 한다. 이곳은 시원한 물과 그늘이 있어 조용하게 편히 쉬기 좋은 곳이다.

▲ 코끼리 코처럼 위에서 뿌리가 내려오는 뱅골보리수
ⓒ 조태용
또한 빤짜끼에는 엄청나게 큰 뱅골보리수(반야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인도에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나무에서 뿌리가 내려와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독특한 전략을 이용한다. 나무는 성장하며 지속적으로 뿌리가 내려오기 때문에 거대한 숲처럼 된다고 한다. 아마도 물이 귀해 뿌리를 멀리 뻗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그 전략이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인도에 딱 맞았는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고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뱅골보리수는 1000년을 산다고 한다.

빤짜끼에서 비비 까마끄바라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빤짜끼를 벗어나면 이제부터 조용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뜨거운 열대의 태양은 시종일관 머리 위를 비추고 땅은 메말라서 잡초들조차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며 가쁜 숨을 몰아 쉰다. 길가엔 뱅골보리수만이 코끼리 코처럼 뿌리를 드리우고 더위를 이기고 당당히 서있다.

▲ 짝퉁 타지마할로 불리는 비비 까마끄바라는 아우랑제브 왕비의 무덤이다.
ⓒ 조태용
▲ 죽은 왕비의 무덤을 살아있는 인도여인이 걷고 있다.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 조태용
한참을 걸어 비비 까마끄바라에 도착해 보니 짝퉁이라고 무시하기엔 꽤 멋진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버지 샤자한의 타지마할보다 멋지게 짓고 싶었겠지만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겨우 흉내 내는데 그쳤다고 하는데, 진품 타지마할을 보지 못한 우리들에게 비비 까마끄바라도 충분히 멋져 보였다.

성 입구에 들어서면 좌우 대칭의 조형미와 하얀 돔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황량한 황토색 대지에 솟은 하얀색 건물이 대비되어 도드라져 보였으며 대리석으로 된 곳에 앉으면 특유의 시원함이 지친 여행자를 위로했다.

거대한 무덤을 지은 샤자한이나 아우랑제비가 크고 호화롭게 무덤을 지은 만큼 왕비를 사랑했던 것인지 궁금했다. 타지마할을 지은 샤자한과 이 무덤을 만든 아우랑제브 둘 다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켜 왕인 된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 둘은 또 같이 죽은 왕비를 위해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다. 아비를 위폐 시킨 두 왕이 자신들의 아내를 위해서는 거대한 궁궐 같은 무덤을 만들어 끊어진 사랑을 위로했다니 아비를 위폐하고 왕이 된 자들이 죽은 아내에게 바친 사랑의 선물이 너무 과해 보였다.

옆에서 물끄러미 비비 까마끄바라를 바라보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나는 무슨 선물을 해야 할까? 아내는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멋있다면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 왕비의 무덤에서 놀고있는 아이들
ⓒ 조태용
비비 까마끄바라에 쉬고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면 졸라댄다. 왕비의 무덤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무덤가에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어느새 어둠이 지고 있었다.

▲ 아우랑가바드를 마지막으로 3박 4일을 함께 했던 일행과 헤어졌다.
ⓒ 조태용
서편으로 해가 저물고 어둠이 밀려온다. 어둠이 내린 도시는 뿌연 차량 연기와 먼지로 가득했다. 내일 뭄바이에서 아우랑가바드까지 동행했던 친구들은 각자 수도 델리와 사막으로 떠난다고 했다. 우리는 오르차로 갈 예정이다. 오늘 가야 할 곳이 있고 내일 또 가야 할 곳이 있지만 그 어느 곳도 꼭 가야 할 이유도 정해진 시간도 없는 여행자는 자유롭다.

덧붙이는 글 | 지난 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유기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비 까마끄바라, #짝퉁 타지마할, #인도, #아우랑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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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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