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오는 삼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후 리셉션에서 건배 제의를 한 뒤 잔을 들고 있다.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오는 삼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후 리셉션에서 건배 제의를 한 뒤 잔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내 최대 재벌그룹인 삼성이 혼란스럽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명예퇴직에 내몰리는 직원들의 동요도 만만치 않다. 전자 뿐 아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그룹 차원에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계열사 투자를 재점검하는 것부터 사업 축소, 비용 절감 등이 담겨져 있다. 올초 나돌았던 '삼성 위기설'을 사실상 삼성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룹 내부에선 삼성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외부 여건도 좋지 않다. 환율과 높은 기름값은 이미 경영에 반영돼 있다. 대신 계속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부담스럽다. 특히 지난달 법원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매각에 대한 유죄 판결이후, 이건희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목소리도 거세다.

1년 매출 141조원의 거대 재벌 삼성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내우외환' 삼성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지금 1억 받고 나가는 것이 나을지..." 직원들 '뒤숭숭'

삼성전자는 최근 전격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초 나돌았던 대규모 감원설이 현실로 된 것이다. 일부 사업부별로 명예퇴직자 선별 작업에 들어갔으며, 면담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의 김아무개 차장(39)은 최근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는 "회사 내부 분위기가 매우 침체돼 있다"면서 "몇달전부터 명예퇴직 이야기가 나돌더니, 최근에는 명퇴금(명예퇴직금)으로 1억 받고 나가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이아무개 과장(34)은 "과장급이상을 상대로 사실상 명퇴를 받고 있다"면서 "승진에서 이미 한두번 물 먹은 사람의 경우 1년치 연봉에 일부 위로금을 받고 나갈 결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부서배치 과정에서 사실상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일부 직원들은 자칫 버티다가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전자 뿐 아니다. 실적이 좋지 않은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 상반기 실적이 안좋으면서 일부 사업 철수 등 사업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 말고 대규모 인력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은 아예 일손을 놓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면서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아니냐는 불만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따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 재배치를 추진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인력 조정도 있을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대론 안된다' 위기감 팽배... 미래가 안보인다?

지난 1월 19일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가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이건희 회장 인형가면을 쓰고 손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삼성에스원 해고노동자가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이건희 회장 인형가면을 쓰고 손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더이상은 안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대로 갈 경우 일본 소니의 실패를 삼성이 따라갈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

위기의식은 삼성전자부터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미 과거의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3년새 삼성전자의 매출은 늘지 않고, 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도 덩달아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2.8%를 차지했었다. 올들어 주가지수가 1700선을 넘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50만원대로 오히려 떨어졌다. 시가총액 비중도 10% 수준으로, 3년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8%(작년 1분기 12%)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11%로 하락했다. 자기자본 이익률도 2005년 20.4%였다가 올 1분기엔 14.3%까지 추락했다.

물론 삼성전자쪽에선 3년동안 전체 매출이 정체상태이긴 하지만, 매년 10조원(세금 이전)에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율하락과 고유가 속에서 최대한 선방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올 들어 주력 사업인 휴대폰과 LCD에 이어 반도체부문 이익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부적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김지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작년까지 휴대폰과 LCD 사업쪽의 수익성이 안좋아도 반도체쪽에서 이익을 내면서 버텨왔는데, 올 상반기는 이마저 쉽지 않다"면서 "과거보다 시장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사업 개발에 대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단행하는 삼성...비수익 사업 등 철수, 일부 반발도

삼성 그룹도 이같은 외부의 지적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정체돼 있다고 할수 있지만 경영지표 등을 보면 그리 나쁜것만은 아니다"면서 "다만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대로 가서는 5~6년 이내 위기가 올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전부터 있었다"면서 "그룹 차원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계열사들은 자발적으로 사업과 인력을 재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전 계열사에 걸쳐 대대적인 사업과 인력 재편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투자와 사업이 재구성되고, 비수익 사업의 경우는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반발도 예상된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의 한 임원은 "그동안 삼성은 줄곧 위기경영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년새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관리측면이나 의사결정과정 등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반발이 있을수도 있지만,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면 우리 모두가 어려워질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27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27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시민사회단체, 이건희 회장 소환 촉구 목소리도 높아

이밖에 삼성을 둘러싼 외부적 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환율과 높은 기름값은 이미 경영에 반영돼 있다. 무엇보다 삼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매각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후,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28일 오전 참여연대를 비롯해 경제개혁연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법학연구회 등 4개 단체는 서울 중구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경영권 승계의 중심에 있는 이 회장에 대해 검찰이 즉각 소환조사와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에버랜드 항소심 판결이 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검찰은 이 회장 소환과 추가 기소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은 경제권력 삼성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명예퇴직#이건희 소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