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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9일자 3면.
<남도일보> 29일자 3면. ⓒ 남도일보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7월 대통합설'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앞다퉈 호남과 충청, 제주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이들이 있다. 분주해진 이들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경선후보가 특정 지역의 선택을 발판 삼아 대세론을 확산시켰던 것을 의식한 때문일까. 광주지역은 시작 또는 도착점이 되다시피 해 방문 횟수가 매우 잦다.

지난 5·18 광주참배에 거의 모든 대선 예비주자들이 참석한데 이어 이번엔 유명을 달리한 '5·18 최후의 수배자' 윤한봉 민중미래연구소장을 문상하기 위한 발길이 줄을 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명분을 내세워 방문하고 또 방문하고 싶은 지역임이 분명하다.

이번에도 범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광주를 찾아 한 목소리로 '광주발 대통합'을 강조했다. 일부 지역 신문들은 "윤 소장의 생전 바람처럼 광주가 민주화 세력의 단결을 이뤄내고 범여권 대통합을 촉발시키는 진원지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이번 광주행 러시는 '조문정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러나 숨겨져 왔던 뜻이 서로 같다는 데 언론은 방점을 찍는다.

먼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에서 하나같이 대통합의 필요성과 촉박함을 강조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한 전 총리는 중도개혁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소통합이 결행된 27일 민주당의 상징적 존재인 광주·전남 시·도지사와 공동으로 대통합 의지를 확인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무등일보> ‘대통합 구슬 꿰어야 보배다’란 김영태 정치부장(부국장 대우)의 칼럼.
<무등일보> ‘대통합 구슬 꿰어야 보배다’란 김영태 정치부장(부국장 대우)의 칼럼. ⓒ 무등일보
열린우리당 탈당 이후 첫 지역 방문 일정으로 광주를 택한 정동영 전 의장도 범여권과 대립각을 세워 온 통합민주당을 아우르기 위한 행보를 보임으로써 눈길을 끌만 했다. 정 전 의장은 "8월 중 완전국민경선을 치르려면 7월 20일부터 30일 사이에는 신당창당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제 정파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해찬 전 총리와 손학규 전 지사는 광주 방문에 이어 29일 같은 시간대에 대전을 방문해 지역 언론사들을 긴장시켰다. 이 전 총리는 세종시를 둘러보고 대전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충청권 민심 잡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손 전 지사는 서해교전 5주기를 맞아 전사자 묘소를 참배했다.

이 전 총리의 잦은 방문에 주목한 일부 언론들은 "범여권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서부벨트'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 전 총리의 이번 방문은 지난 26일 고향인 충남 청양의 선영을 찾아 친지들에게 대선출마 신고식을 한 지 사흘만이다"라고 보도했다.

중도통합민주당 대선 예비주자인 추미애 전 의원은 29일 제주도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환영하는 한편 중도통합민주당과 대선에 관한 의지를 밝혀 시선을 끌었다. 추 전 의원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저력 있는 당이니 만큼 앞으로 당 지지율을 2배로 끌어올리는 등 '지지율 1위의 정당', '지지율 1위의 대선후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지역 언론사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두 부류다. 사실만을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쪽과 단순한 의미 전달보다 '왜?'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갈린다. 선거철을 의식해서 대부분 전자 쪽에 가까운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간의 의미에 차이가 배어 있다.

<무등일보>는 '광주, 범여권 대통합 진원지 될까?'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개인간, 정파간 이해관계로 지지부진했던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를 여러 각도로 다뤘다. 그러더니 내부 칼럼을 통해 진단까지 내렸다. '대통합 구슬 꿰어야 보배다'란 김영태 정치부장(부국장 대우)의 칼럼에서다.

'모두가 범여권의 구슬'이라고 표현한 이 칼럼은 "이들 구슬이 마음을 비우고 한 점 부끄럼 없이 대통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며 "진정 실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 때 지지 계층은 박수와 함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목은 균등히 뽑아보지만 내용은?

<대전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대전일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 대전일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지지 못한 채 널려있는 구슬은 결코 보배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동안 당의 형성과 해체 과정이 너무 허망했던 탓일까. 김 부장은 결코 통합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런가 하면 <광주일보>는 박광태 시장·박준영 지사 등 호남지역 통합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8인 회동'에 주목했다. 이 기사는 "7월 1일 광주에서 열릴 '8인 회동'에서 통합민주당이 범여권 대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역시 대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남도일보>는 드러내놓고 잠룡들이란 표현을 썼다. '범여 잠룡들 호남 민심을 잡아라'란 제목과 기사에서다. "범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연석회의가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7월 '대통합의 달'을 앞두고 잠룡들이 앞 다퉈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고 전달했다.

범여권 주자들의 행보가 부쩍 잦아진 충청권 지역 언론들도 바빠졌다. <대전일보>는 30일 3면의 제목에서 29일 대전지역을 방문한 두 잠룡을 균등히 싣느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해찬ㆍ손학규 나란히 대전방문', 이 "범여권 결집해야 대선 승리" 손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시급" 등 나란히 같은 글자 크기와 같은 숫자의 제목을 달았다.

기사에서는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대전 유성 리베라 호텔 기자회견 내용을 더 비중 있게 다뤘다. "대선에 임하면서 여러 정치세력이 하나로 결집돼야 한나라당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어느 세력도 배제하거나 이탈해선 안 된다"고 대통합론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지역구도를 더욱 부각시키는 언론

<충청투데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충청투데이> 인터넷신문 화면캡쳐. ⓒ 충청투데이
그러나 곧 있을 2차 민심투어 때문일까. 이 기사는 "손 전 지사는 범여권 연석회의 참가 등 정치적인 질문에는 '오늘은 서해교전에서 숨진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함구했다"고 전했다.

<충청투데이>는 한 술 더 떠 '충청출신들 대선출마 러시'의 기사에서 종합편을 내보냈다. 이 기사는 "충청 출신으로 대선 출사표를 공식화한 정치인은 열린우리당 이해찬 전 총리, 같은 당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 민주당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 등 3명"이라며 "민주당으로 복당한 이인제 의원도 빠르면 7월 중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 전망이고,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도 출마 여부를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최대 5명의 충청 출신 대선주자가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신문 기사들은 말미에서 '지역결정론'에 은근히 무게를 싣는다. 그래서 일까. 중앙언론들은 이 같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행보를 '서부전선 공략' 또는 '서부벨트 공력'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마치 서부전선이 선거전의 요충지인 것처럼.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간 대결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상 강조해 온 언론들이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한 경계태세는 취약하거나 아예 무너지기 일쑤다. 그래서 여론에 대한 여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잠룡#범여권#대선주자#충청#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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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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