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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투우협회의 상징인 '맹우'와 신세대 강자로 부상하는 '문산'의 멋진 한판 대결
ⓒ 조우성
지난 달 30일경 마침 경남 진주에 볼 일이 있어 내려 간 김에 일을 마치고 오후에 열리는 소싸움경기를 구경하러 갔다. 도착하니 오후 1시경이 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기장은 최신 시설로 잘 꾸며져 있었다. 근처에는 이날 경기에 참가하는 싸움소들이 칸막이로 나뉜 대기소에 매여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이름이 알려진 싸움소들을 구경하기 위해 소 주위에 몰려 있었다.

▲ 결전을 앞두고 대기소에서 부름을 기다리는 투사
ⓒ 조우성
몇 군데 노점에는 사람들이 지지미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한잔 하면서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진주를 대표하는 싸움소인 '맹우'와 최근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문산'이 이번에 싸움을 붙게 되면 어디가 이길 것 같다느니 하면서 서로 열띤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덕분에 아줌마의 지지미 굽는 손길이 바빠진다. 이날 매상은 꽤 짭짤했을 것 같다.

▲ 우메, 나 살려~
ⓒ 조우성
진주투우협회에서는 주말에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전통 소싸움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진주 전통소싸움 경기장을 개장한 이후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소싸움 경기를 개최하고 있는데 관람료도 없다고 한다. 경기장은 진양호공원 주변에 있으며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2시다. 매주 토요일 개최되는 전통 소싸움은 시민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열리는 대회라 상금이 없고 단지 경기에 참가하는 싸움소들의 주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수고비로 지불한단다.

▲ 대포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마! 싸움이 시작되면 코뚜레끈을 풀어준다.
ⓒ 조우성
싸움소의 주인들을 '우주(牛主)'라고 부르는데 모두 진주투우협회 소속으로 되어 있다. '우주'들은 사회자의 호명을 듣고 소를 끌고 들어가 경기를 하게 되는데 때로는 소들이 서로 싸움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심판과 더불어 어떻게든 서로 싸움을 하게끔 유도를 하고 또 싸움이 끝나면 안전하게 소를 데리고 나가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전쟁만 할 수 있나. 잠시 대금 연주로 쉬어가기도 하고.
ⓒ 조우성
경기가 진행되면 사회자와 해설자가 참가한 소들의 나이와 이름 그리고 수상경력을 먼저 알려 주고 시민들이 지루하지 않게 쉽고 유머 있는 중계와 해설로 경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중간 중간에 멋진 공연도 있고 경품행사도 있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 누구냐! 감히 나랑 맞짱 뜰 소가.
ⓒ 조우성
어떤 소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울부짖거나 돌진하는 기세로 발로 땅을 뒤로 차기도 하며 어떤 소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머리를 땅에 처박고 뿔로 흙을 이리 저리 뒤척이며 폼을 잡기도 한다. 물어보니 상대편 기를 꺾으려고 그런단다. 어떤 소는 지레 겁을 집어 먹고는 상대편의 눈길을 피하거나 슬금슬금 뒤로 도망가 붙어보지도 않고 지는 경우도 있다.

▲ 헉헉! 아이구 죽것구만. 야, 좀 쉬었다 붙자.
ⓒ 조우성
'우주'들에게 물어 보니 소들이 사람보다 더 예민하단다. 소들은 싸우기 전에 무지 긴장을 하고 상대편 소를 보면 자기가 이길 것인지 질 것인지 느낌으로 안단다. 그래서 '우주'들이 소를 끌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날의 승부를 대충 알게 된단다. 또 소가 덩치가 크고 힘만 세다고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란다. 뿔치기 등의 자신만의 기술, 장기가 있어야 하고 경기에 자주 출전하여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단다. 젊은 소들이 싸움을 잘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6살 이상이 되어야 노련해져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 이기든 지든 너는 내새끼여. 사랑하니께.
ⓒ 조우성
소들도 싸움에서 이기면 고함을 치고 의기양양하고, 지면 쥐구멍이라도 찾는 듯 조용하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하는 행동이 비슷하단다. 싸움에서 져도 절대로 소를 때리면 안 되고 오히려 더 다독거려주고 잘해줘야 한단다. 어떤 '우주'가 한번은 소가 경기에서 져 화가 나 때렸더니 그 이후에도 계속 지더란다. 그래서 소를 팔아버렸더니 다른 주인을 만나고부터는 계속 이기더란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자기를 보면 눈을 힐떡거리며 째려 보더란다. 그래서 지금은 싸움에서 지더라도 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소도 사람처럼 똑똑한 것 같다.

▲ 아무리 용맹한 투사라도 코를 꿰면 얌전맨으로 변하제.
ⓒ 조우성
소도 싸움을 하면 부상을 당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하는데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뿔이 빠지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뿔이 빠지는 경우는 치명적인데 이때는 싸움소로서 생명이 끝나게 된다. 재미난 것은 소들이 싸우다가 갑자기 우뚝 서서 훌쩍 등을 타는 경우가 있는데 사랑을 나누는 본능적 시늉을 하는 거란다. 근데 '아차'하는 순간에 상대편 소에게 내동댕이쳐지게 된다고 한다. 소싸움에도 사람 사는 세상처럼 이런 저런 다양하고 재미난 일들이 많은가 보다.

태그:#소싸움, #진주전통소싸움, #진주, #투우,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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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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