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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일자 1면 기사.
ⓒ 조인스닷컴PDF.
<중앙일보>가 특목고와 강남 고교 지키기에 올인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오늘(2일) 1면 머리기사로 한 사설학원이 실시한 수능모의평가 결과와 내신 등급을 비교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그 결론은 내신과 모의 수능 점수 간에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특목고의 경우 내신 5등급이 수능 1등급인 반면 일반고는 내신 1등급이 수능 3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 고교와 강북지역 고교도 내신과 모의 수능 점수에서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고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사의 최종 결론은 "학교별 학력차가 극심한데 정부 방침대로 내신 성적을 50% 반영하면 우수한 학생이 좋은 대학에 못 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만을 선발 기준으로 삼아라?

<중앙일보>의 이 기사 내용은 사실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수능 점수와 내신 점수간의 상관관계만을 따지자면 대략 맞는 이야기다. 주요 사립대학들이 어떻게라도 내신 반영 비중을 줄이고, 수능 반영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좋은 '특목고'와 '강남지역 고교' 출신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뽑기 위해서다.

정부가 대입 전형에서 내신 반영률을 높이려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의와 함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계층 간, 지역 간 여건과 환경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다소나마 완화해보자는 것도 그 주된 취지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아예 그 같은 취지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고 오로지 '수능성적'만을 '선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이런 '수능기준'이 과연 '우수 학생' 혹은 '학생 실력'을 평가하는 최적의 기준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몇몇 연구사례를 보면 수능성적이 좋다고 해서 그들을 '우수한 학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신성적 좋을수록 대학성적도 좋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신입생(1998학년도)의 대학 성적과 입학 전형 자료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반면 수능점수와 대학 성적과의 상관관계는 그 10분의 1도 안된다. 한국외대가 2002학년도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해 김영석 경상대 교수는 외국의 사례도 같은 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영석 교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조사 결과 등을 볼 때 수능은 학업 잠재력 보다는 성취도 평가가 중심이기 때문에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는 부유 계층의 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연구 결과를 보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고등학교의 성적이며, 수능은 고등학교 성적의 지역 간, 학교 간 편차를 설명해주는 보조 자료로 쓸 때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인터넷 한겨레> 2월 27일 '대학공부 수능보다 내신 좋은 학생')

이와 관련해서는 박승 전 한은총재의 발언도 주목된다. 박승 전 한은총재는 지난 6월 20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대학 입시 제도를 내신 성적 위주로 바꿔야 한다"면서 "대학 재학 중 성적과 수능성적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반면 내신 성적과는 상관관계가 매우 밀접하다"고 말했다. 박승 전 총재는 "이는 서울대, 고연대, 서강대 등 수많은 대학에서 조사한 일치된 결론"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고교 평준화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평준화 정책은 왜 실패하고 있는가. 평균화정책을 하는데도 사실상 고교등급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간, 서울에서도 강남북간, 고등학교 차등화가 심화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모든 학교의 교육서비스가 무차별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학교 교육서비스에 차이가 있고, 더 나아가 계층에 따라 사교육에 따른 성적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잠재적인 학업능력과 수능성적과의 연관관계는 앞서 인용한 사례들에서 확인되듯이 그리 높지 않다. 내신과 학업잠재력과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높게 나오고 있다.

또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신입생 선발에서 내신 위주의 선발은 전체 선발 정원의 5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들 주요 대학들이 고수하고 있는 내신 실질 반영 비율까지 감안한다면 수능 위주의 선발 비중이 훨씬 더 높다.

'특목고'와 '강남지역'의 대변자 자처하나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수능성적만을 우수학생 선발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계층적, 환경적 요소는 전혀 고려치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특목고'와 '강남지역' 학생들의 '내신 불이익'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일반 고교 학생들이, 비강남 지역 학생들이 겪고 있는 교육적, 환경적 불이익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참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이처럼 노골적일 수 있다는 게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식한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확인된다. <중앙일보>는 '특목고'와 '강남지역'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특권계층의 대변자이다. 그 대변자이기를 작정한 신문이다. 다수의 일반 대중의 생활과 삶, 어려움은 외면하기로 작심한 신문임에 분명하다. 그것 하나 만은 분명하다.

#백병규#미디어워치#수능#내신#특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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