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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 뉴타운 관련 의혹을 보도한 3일자 <한겨레> 신문.
ⓒ <한겨레> PDF
▲ <경향신문>은 이명박 후보의 은평뉴타운 사업에 대해 보도했다.
ⓒ <경향신문> PDF
이른바 '이명박 부동산 게이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경향신문>이 제기한 이명박 전 시장 처남인 김재정씨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그 정보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측은 정부기관의 협조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개인적 정보'라면서 정치공작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같은 신문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 두 신문은 오늘 각각 사설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이 전시장의 해명도 필요하지만 이들 정보가 유출된 과정 역시 의심스럽다면서 그 출처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고발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이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정보의 출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각기 지적한 것처럼 보호돼야 마땅한 개인 정보가 국가전산망에서 사사롭게 유출됐다고 한다면 이 또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와 <경향신문>의 '보도행위'는 별개의 문제다. 보도된 의혹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 문제는 더더욱 별개다. 이 전 시장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 답변할 필요가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 보도의 바탕이 된 '취재원'이나 '정보출처'를 이유로 이를 피해가려 하는 것은 무모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언론보도' 문제 삼으려면, '언론윤리'에서 접근해라

<경향신문> 보도를 문제 삼자면 그것은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언론의 윤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향신문>의 취재 경위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그 구체적인 논의는 어렵다. 하지만 '취재원'과 '정보 출처'를 의심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 측이나 일부 신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그 정당성 여부를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은 김재정씨의 부동산 의혹을 제기(7월 2일 1면 머리기사 등)하면서 그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김씨 소유 부동산을 분석한 결과"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출처는 불명이다.

<경향신문>이 김씨의 부동산 취득 내역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경향신문>이 자체적으로 일일이 등기부 등본을 떼어 확인했을 수도 있겠고, 김재정씨라는 '문제의 인물'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이들 정보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 또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주장처럼 어디선가 건네진 정보에 기초해 취재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제공된 자료'에 근거해 취재했을 경우이다. 이때 문제의 핵심은 그 정보의 출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은밀한 취재원이나 혹은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을 때 과연 이를 언론이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새삼스런 쟁점은 아니다. 언론계에서 수없이 논의가 돼 온 문제이다. 실제 언론의 취재 보도 과정에서 숱한 사례들이 축적돼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언론으로서는 우선 제공된 정보의 사실 여부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그 정보의 공익적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과연 보도할 만한 공익적 가치가 있는가, 그 공익적 가치가 정보제공자의 '익명성'이나, '정치적 의도', '여론조작의 가능성', 혹은 그 같은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제공자의 '사적 이익'을 상쇄할 만한 것인가 하는, 여러 측면을 두루 고려하게 된다.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 이를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경향>이 제기한 3가지 의혹

▲ <경향신문>은 지난 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는 내보냈다. 사진은 지난 6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토론회' 장면. 이명박 후보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경향신문> 또한 김재정씨 부동산 의혹을 보도하면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쳤으리라는 것은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경향신문>의 보도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일단 <경향신문>이 보도한 김씨의 부동산 취득과 그 거래 내역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문제는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 핵심적인 판단의 기준은 김씨의 부동산 취득과 거래가 이명박 전 시장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와 관련해 크게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는, 당시 30대였던 김씨의 재력과 정보력의 문제. 그가 사들인 부동산의 규모가 엄청나고 그가 사들인 부동산 가운데 상당수가 매입 직후 개발계획 등이 발표되면서 지가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명박 전 시장의 형 이상은씨와 공동으로 매입한 도곡동 땅을 263억원(김씨 몫은 145억원)에 되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의 채무 때문에 자택 가압류 조치 등이 수년 동안이나 지속됐던 점에 대한 의혹이다.

셋째는, 김재정씨가 1982년 현대 건설 퇴사 후 관여한 사업체마다 공교롭게 이명박 전 시장 측근 인사들과 관계가 됐다는 점에서 김씨가 이명박 전 시장의 '재산관리인'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은 <경향신문>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부당하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을 마치 이 후보의 차명 재산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이 전 시장 측의 반론도 물론 지면에 반영했다.

'출처'나 '취재원'에 대한 의구심은 별 개 문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 일차적인 판단은 일단 '독자'들의 몫이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 사회의 '상식적인 판단'의 잣대에 비춰 볼 일이다. 또한 평소 <경향신문>의 편집 방침과 보도 태도에 비춰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언론은 '최종 심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의 존재는 바로 이런 '의혹'을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한 '최선의 방어'는 성실하게 그 의혹에 답하는 방법이다.

그 '출처'나 '취재원'에 대한 의구심은 별 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 측이 <경향신문>을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한다면 이는 뻔한 '정치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그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고소한다면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사실상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것인데, 이는 언론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주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시장 측으로서야 어떻게든 그 출처를 알아내고 싶겠지만,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언론의 의혹 제기가 모두 '언론'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무책임한 의혹 중계는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언론으로서는 또 상당한 근거를 갖고 제기한 것이라면 '후속 보도'를 통해 최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는 의혹 제기 보도에 사법적으로도 관대한 면책 특권이 허용되는 것은 바로 그런 진정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향>도 취재원 관련 오해 최소화해야

<경향신문>은 또 그 정보의 출처나 취재원 문제에 대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취재원이나 정보 출처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신뢰성'과 '진정성'에 대한 <경향신문> 나름의 판단 근거라도 제시해주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한 정치세력이나 정부 기관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유포한 것이라고 한다면 <경향신문>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또 다른 '주요 쟁점'일 수 있다.

일부 신문들이 <경향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정작 제기된 의혹의 확인이나 검증은 소홀히 한 채 그 취재원과 정보 출처를 더 문제 삼는 방식은 앞뒤가 뒤바뀐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의 문제 제기 또한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한다면, <경향신문> 또한 이 문제를 에둘러 갈 일만은 아니다.

▲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선일보(위)>와 <동아일보>의 4일자 사설.
ⓒ <조선일보> <동아일보> PDF

#백병규#미디어워치#이명박#부동산#이명박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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