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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매장 입구에 접근하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노동자들이 대치하는 모습.
지난 8일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매장 입구에 접근하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노동자들이 대치하는 모습. ⓒ 김달오

외주용역화와 대량해고에 반발해 시작한 이랜드 일반노조원들의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농성이 11일째 계속되고 있고 뉴코아 노조원들도 킴스클럽 강남점에서 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법과 원칙"을 주장하고 나섰다.

9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불법 매장 점거를 주도한 세력은 사법처리토록 하겠다"며 "매장 점거 행위도 계속된다면 공권력을 발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는 이상수 노동부장관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면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고, 정부가 사실상 공권력 투입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법 집행의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랜드·뉴코아노조 "법과 원칙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나"

9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MBN 인터뷰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노조는 3개월 이상 된 사람을 다 정규직으로 하라고 하는데, 회사 입장을 고려해 2년 이상 정규직화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이 공권력 투입을 위한 명분용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3개월 이상 정규직화 요구를 한 적이 없고, 정부가 그토록 홍보했던 '비정규직보호법' 취지에 따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8개월 이상 된 계약직 조합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에 따라 "18개월 이상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회사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는 애써 외면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법 때문에 집단 해고된 피해자에게 노동부 장관이 법과 원칙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힘없는 여성들이 대부분인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이 자리에서 죽기를 각오할 것이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박양수 뉴코아 노조 위원장은 "0개월 계약서 등 초단기 계약이 강요되는 상황으로 노동부가 지난 5월 뉴코아 본사와 5개 지점 등 6곳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불법 행위를 외면하고 형식적인 시정조치만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후 회사가 일사천리로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외주용역화를 진행해 사태가 악화됐는데, 그놈의 법과 원칙은 고무줄처럼 힘없는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느냐"고 항변했다.

박 위원장은 "이랜드 자본은 불법 점거를 풀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되풀이하고 있지만, 점거 이전에 뉴코아 노조가 인내를 보이며 외주용역화 중단과 성실교섭을 요구할 때 회사와 노동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9일 한때 홈에버 월드컵점과 킴스클럽 강남점에 경찰병력이 출동했다가 노조원의 항의를 받고 돌아갔으나 공권력 투입에 대한 우려로 농성장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공권력 투입되면 사태 악화... 10일 노사교섭이 최대 고비

전화만 하면 울어버리는 막내아들아!
[농성장의 편지] 조합원 김아무개(37)

벌써 5일째구나? 전화만 하면 울어버리는 막내아들아!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어린 줄 알지만 엄마는 더욱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 너희들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구나.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힘들고 괴롭지만, 참고 이겨낸다면 너희들은 노동자가 되어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겠니?

엄마가 너희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자본가와 어깨를 나란히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구나.

사랑하는 큰 딸, 혼자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지? 정말 미안하구나.

엄마가 어깨도 주물러주고 학원에서 오는 길 무섭지 않게 마중도 나가야 되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이 세상이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날이 오면 이 모든 것을 엄마가 다 보상해 줄게. 조금만 더 힘내자.

농성장에서 사랑하는 엄마가
이상수 장관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 발언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9일 '농성해산 위한 공권력 투입은 문제 악화 부를 것'이라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 투입과 같은 무리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정부의 노동정책은 다시 한 번 큰 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9일 "조만간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단이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투쟁 문제로 국무총리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이 자리에서 공권력을 투입해선 안 됨을 강조하고 교섭이 성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적법한 절차를 걸친 합법 파업에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는 건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것으로, 비정규직법을 만들어 대량해고를 유발한 공범이 자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랜드 사태 해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노사 교섭이 오늘(10일)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으며, 이 자리에서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사태는 장기화가 예상된다.
#이랜드#비정규법#홈에버#뉴코아#점거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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