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선 기자]"훌륭한 아이디어가 따로 있나요. 써보니 편하고 상품이 되겠다 싶으면 그게 바로 특허감이지요. 머릿속에 반짝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두르는 게 좋아요."
기능성 항균 마스크와 손쉽게 빨 수 있는 걸레를 발명해 사업가로 변신한 코코허브 조정숙씨의 말이다.
여성 발명가 15명의 발명 이야기를 담은 책 <환희>(한국여성발명협회, 휴먼앤북스)가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갖고 있는 아이디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 대부분은 평범한 주부나 회사원이었다가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렇다고 전화, 전구 같은 엄청난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먼지가 덜 나오는 티슈 케이스, 찜질방 헤어캡, 초소형 공기청정기, 마늘음료 등 일상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인 만큼 보통 사람들에게도 도전해볼 용기(?)를 준다.
한국여성발명협회 한미영 회장은 발명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기 이름으로 된 특허가 하나도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적재산권 설명회를 꾸준히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자신감이 생겼다. 식당에서 흔히 사용하는 통에 넣어 뽑아 쓰는 냅킨이 불편해 뚜껑을 누르면 한 장씩 휴지가 나오는 냅킨 케이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것을 잘 정리해 제출했더니 특허가 나왔다며 놀라워했다.
한 회장은 “사람들은 발명이라고 하면 골치 아프다며 고개를 젓는데, 요리나 청소 등 집안일을 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을 개선하면 그게 바로 발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유독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정정례 해누리 대표는 몸에 좋은 청국장을 빵에 발라먹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청국장 잼’을 만들게 됐다. 이렇게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녹차 잼, 토마토 잼, 키토산 잼 등을 만드는 사업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발명특허 5개에 출원 중인 특허도 8개나 된다. 정 대표는 잼을 연구하다가 아예 ‘정약사 토스트점’이라는 빵집을 냈고, 건강이 좋아졌다는 주변의 격려에 고무되어 건강식품 전문 발명가가 됐다.
15인의 발명 일대기에는 감동이 있다. 이들에게 발명은 그저 재미난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착색 자개’를 발명한 이영옥 진주쉘 대표는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남편이 운영하던 자개 공장을 떠맡으며 졸지에 사장이 됐다. 나전칠기 자개장에만 의존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활로 개척에 나선 것이 인테리어 소재로 쓰이는 착색 자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황폐해진 타라 농장을 보며 이를 악물었던 심정이 바로 제 마음처럼 느껴졌다”면서 “아이디어를 냈다면 반드시 현실화하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펜리의 이희자 대표도 남편의 사업이 망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자 이를 악물고 개발한 것이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에 몰두한 그는 2004년 8억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2년 만에 500억대로 끌어올렸다.
역시 부도난 남편의 회사를 인수해 재창업한 케이제이알텍 문승자 대표는 휴대폰용 마이크 홀더를 포함해 13개의 특허를 내며 적자 회사를 흑자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발명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못 박았다.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아야만 진정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최은아 인산죽염촌 대표는 “발명한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가치로 환산되는 것”이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이더라도 응용해 더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하면 그것도 훌륭한 발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