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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미FTA협상 타결에 이어 지난 6월 30일 양국 협상 대표자들 사이에 협상안에 대한 서명식이 있었다. 미주지역에서 한미FTA 저지를 위한 연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전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재미협의회'(재미협의회)는 같은 시각 미국사회포럼이 열리고 있는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NO FTA' 서명식을 가졌다.

10여명의 풍물패가 길놀이를 통해 서명식을 알리고 이에 많은 타민족 단체들과 미국 내 사회단체들이 함께한 이 서명식에서 재미협의회는 향후 미 의회를 상대로 한 국회비준 저지 투쟁에서 꼭 승리하여 한미FTA를 저지 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 미국 사회포롬에서의 NO FTA 서명식
ⓒ 서혁교

2006년 3월부터 시작한 한미FTA 저지 투쟁은 이제 해를 넘기고 벌써 7월에 들어섰다. 1차 워싱턴 DC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울, 시애틀, 제주, 몬태나, 서울 그리고 다시 워싱턴 DC에서의 7차 협상까지 졸속 강행 처리하려는 두 나라 협상단과 이를 저지 시키겠다는 양국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의 긴장은 갈수록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허나 정작 초조해 하는 쪽은 한국 정부인 것 같다. 작년 10월부터 범국본이 진행하는 모든 한미FTA 저지 집회를 불허하더니 급기야는 범국본의 정광훈·오종렬 두 대표를 구속한 것이다. 도주의 염려나 증거인멸의 위험도 없는 두 공동대표를 급하게 구속한 것은 한국정부가 얼마나 FTA저지 활동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한국의 많은 시민단체에서 정부의 무리한 탄압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재미협의회에서도 1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미협의회에는 성명서를 통해 "만약 진정으로 한미FTA를 체결하는 것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충정이라 믿는다면 좀더 당당하게 국민들과 대화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염려와 우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민주정부의 모습이며 국민을 위한 정부의 태도일 것이다.

헌데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는 오종렬, 정광훈 범국본의 두 분 대표를 구속 수감하고 범국본을 중심으로 한 한미FTA에 대한 반대의견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파렴치한 행위인 것이다"라고 한국정부의 무리한 행위에 대해 규탄하며 "망국적인 한미FTA 저지를 위해 투쟁해온 재미협의회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당당하며, 왜 한미 FTA가 저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하고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미FTA 저지활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재미협의회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대표체인 범국본에 대한 폭력적 탄압과 두 분 공동대표의 구속을 미국내 양심적 민중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미국의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하여 두 분 공동대표의 인권적 자유와 법률적 석방을 위해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한미 FTA를 둘러싼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이다. 승부의 갈림길은 이제부터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회 동의 절차가 그것이다. 미주에서 활동해온 재미협의회를 비롯한 많은 사회단체들과 AFL-CIO등 미국노동단체들은 결코 끝난 싸움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한국 국회 비준도 아직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지만 미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2일 재미협의회는 한국 범국본, 민주노총, 미국노총 등과 함께 미국국회를 방문하여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37명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해 한미FTA의 문제점과 왜 이것이 졸속 처리돼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의견을 듣는 활동에서 얻은 결론이다.

▲ 6월 13일 미 상원 cannon 빌딩 앞에서 미국 하원의원(Phil Hare, Michaud, Lipinsky, Braley, Walter Jones) 들과 함께한 의회 기자회견
ⓒ 서혁교

물론 국회 비준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 허나 최소한 현재 갖고 있는 결론과 미국 국회의 객관적 상황은 절대 쉽게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내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가뜩이나 조기 레임덕 현상에 허덕이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미국 민주당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자유무역 협상을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 6월 부시 대통령은 이민 개혁 법안이 미 의회에서 부결된 지 1시간 만에 자신의 정책적 패배를 시인했다. 지난 달 30일 한미FTA 협정문 서명식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찰스 랑겔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 샌더 레빈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 4명이 "한미 FTA를 지지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낸 것에도 부시 정부의 레임덕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반대 성명을 낸 것이 정치적 제스처란 해석도 있다. 허나 정치적 표현 치고는 상당히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이 "추가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양국 의회의 비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한국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향후 미국 국회 비준절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보인다.

이러한 개관적 상황은 향후 한미FTA 저지를 위한 활동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재미협의회는 미국 내 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올해 비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부시 정부에 맞서 의원들을 상대로 한 깊이 있고 광범위한 의회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한국의 대다수 의원들의 한미FTA에 대한 무관심과는 달리 미국 국회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많은 의원들이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의사와 FTA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

또한 미국노총을 중심으로 많은 양심적 경제 단체들과 인사들이 한국 뿐 아니라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나라들과의 FTA 협상과 체결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들과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통해 미국의회를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미FTA는 전면 무효화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국회도 대통령 선거라는 큰 정치 행사를 앞두고 한미FTA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7월 12일, 김명자 의원을 단장으로 한 ""한미FTA 포럼의원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하였다. 미국 의원들이 자동차와 쇠고기 수입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반대로 "한국이 먼저 비준 동의를 하면 미 의회를 압박하고 미국의 수정 요구를 막아낼 수 있다"는 참으로 듣기 민망한 주장을 내세웠다 한다.

어느 특파원의 표현대로 "국익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할 국회 비준동의권을 미 의회의 행동을 유도하는 불쏘시개로 헐값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뜻있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애쓰고 있지만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한 FTA 저지 투쟁에 한국 국회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대통령은 5년이면 끝나지만 한미FTA는 백년을 생각해야 하는 중차대한 나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6월 12일 AFL-CIO미국노총 강당에서의 민중 포럼
ⓒ 서혁교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구호 중에 이런 구호가 있다. "민중이 뭉치면 결코 지지 않는다." 오랜 싸움에 지칠 수도 있지만 좀더 힘을 내야만 한다. 한미FTA를 향한 중요한 갈림길은 이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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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워싱톤 지역의소식을 좀더 국내분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자신있는 글쓰기는 글쎄 잡식이라서 다양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행사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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