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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선대위 발대식에서 '공작정치·음해·네가티브 장벽'을 대형 스폰지 망치로 부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녕 이들 신문은 사심없이 한나라당이 제대로 경선을 치르기만 희망하고 있는 걸까? 그들이 노상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경선'이 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래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아름다운 경선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레드카드'를 주저없이 꺼내들었다. 그들이 어떤 신문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철저한 검증? 언론 본연의 역할이자 장사도 되지만 '노, 땡큐(No, Thank you)'다. 이명박 후보 측의 검찰 고발?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선을 넘어버린 것을. '후보 검증' 대신 '검찰 검증' 쪽에 시선을 돌렸다. 부동산 의혹은 '자료 유출'로 맞불을 놓으면 될 일이었다.

'자료 유출'로 물꼬 돌리는 데는 성공했는데...

주효했다. 응급 처방이긴 했지만, 여론의 물꼬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마침 '국정원'까지 걸려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명박 죽이기 '공작'에 박근혜 캠프 연루설이 현실적인 쟁점으로 가시화됐다. 당초에는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는 점에서 그 배후설에 무게를 실었다. 권력기관 개입설로 이어질 수 있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 출처가 '박근혜 캠프'일 개연성이 커지면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오늘(16일) <조선일보> 지면은 그 곤혹스러움을 잘 보여준다. 관련 기사도 두 꼭지 정도로 다른 신문에 비해서는 적었다. 물론 기사의 양으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정기적인 여론조사 보도 때문에 지면 배치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사 제목('이명박 초본' 박 캠프 인사에 전달/'김혁규 배후설'에 박캠프까지… 수사 어디로 튀나)을 보면 가능하면 박 캠프 관련 부분은 최소화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박 캠프에 전달된 초본 사본과 김혁규 의원 측이 확보했던 사본이 동일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동일한 '사본'일 가능성이 적지않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혁규 의원 쪽의 주민등록초본 사본과 박캠프 인사(홍윤식 '박근혜 캠프'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 네트워크 위원장)가 전달받은 사본이 동일한 확률은 '99%'다. 검찰의 조사 결과 김혁규 의원에게 초본 사본을 건넨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두 문서의 발급 날짜가 6월 7일로 같고, 발급처도 서울 마포구의 '신공덕동사무소'인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도 박후보 측이 전달받은 초본과 '김혁규 초본'은 "발급날짜가 같다"고 제목을 뽑을 정도다. <중앙일보>는 초본을 전달받은 박 캠프의 홍윤식씨가 "위장전입을 공개할 목적으로 언론계에 은밀히 초본을 살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아>와도 <중앙>과도 다른 논조

▲ 지난달 28일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5명의 정책공약과 비전을 토론하는 마지막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조선일보>는 오늘 박 캠프의 이런 연루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여전히 '김혁규 배후설'에 방점을 찍었다. 취재를 못 해서인지 '박 캠프 초본'과 '김혁규 초본'이 같은 초본일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다.

그래서다. 정녕 <조선일보>가 사심 없이 한나라당이 제대로 경선을 치르기만 희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적어도 이들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만 보자면 <조선일보>가 이명박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 쪽에 편향적이라는 의심을 살 만도 하다.

왜냐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는 그래도 드러난 사실에 입각해 '박 캠프 배후설' 쪽에 일단 방점이라도 찍고 있는 데 반해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아예 그런 의혹의 단서조차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의 '아름다운 경선'을 바라는 심정이야 <동아일보>인들, <중앙일보>인들 <조선일보>보다 못하지는 않을 터이다.

바야흐로 '이명박 vs 박근혜' 전선이 치열해지면서 조·중·동 또한 그 가는 길이 달라지는 것일까.

#백병규#미디어워치#박근혜#이명박#홍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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