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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 국민들은 심심한 대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럼 어떤 재미있는 대선을 만들어 내려하나. 51% 대 49%의 박빙? 심심한 대선은 어쩌면 의미 없는 대선의 동의어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대선은 의미가 없다.

2002년 대선이 심심하지 않았던 것은, 재미있었던 것은 노무현의 대역전 드라마 자체가 아니었다, 당선 그 자체가 아니었다. 오만한 주류언론에 대한 과감한 도전, 지역주의에 대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 '가치있는 대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386세대를 열광시켰고, 그것이 386전후세대에 전염됐다, 그 열광 바이러스가, 그것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가 재미의 핵심이었다.

그로부터 5년, 우리는 2007대선에서 왜 하품을 하는가? 요란한 한나라 후보간 싸움판과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든 정파들간의 범여통합 과정을 보면서도 왜 하품을 해왔는가?

이명박·박근혜 등 지지도 1·2위를 달리는 후보들에게서 우리가 '의미있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나서겠다"고 출발선에 나온 20여명의 이른바 범여권주자들에게서 '열광'할 만큼의 새로운 가치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특히 그 중에서도 '일하는 386세대'는 심심한 대선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주눅들어있던, 그래서 경기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2002대선 킹메이커 '일하는 386세대'들이 다시 경기장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 '새로운 무엇' 찾기의 여러 갈래 중의 하나가 문국현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1920년대 서울을 소설가 현진건은 '술 권하는 사회'라고 했지만, 2007년 대한민국은 회사원에게 대권주자 권하는 사회다. 우리는 34년간 유한킴벌리에서 회사원으로 일해 온 문국현에게 대권주자 문국현을 강권하여 변신시키려는 무모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 평탄한 길에서 걷기운동만 해온 그를 번지점프 시키려 한다.

어찌 떨리지 않겠는가, 어찌 두려움이 없겠는가. 그런대도 '너 두렵기 때문이지'라면서, 기자를 포함하여 심심한 대선을 못 참는 이들은, 바늘로 콕콕 찌르며 빨리 뛰어내리지 못한다고, 왕자병이라며 답답해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잔인하다. 우린 왜 이렇게 잔인해졌을까? 그게 우리 역사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사선을 넘어본 국민들만이 '역사는 가치있게 계속되어야 한다'는 미명하게 그런 잔인함을 요구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정정당당하게. 공범자들인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지 못한다.

태그:#문국현,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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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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