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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념과 정치, 경제와 사회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종교도 다를 게 없다. 중도가 끼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진보가 아니면 보수다. 이전의 북핵문제만 봐도 그렇고 한미FTA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보건과 복지 분야도 예외이지 않다.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역임한 유시민이 쓴 <대한민국 개조론>(돌베개)은 바로 그와 같은 실태를 직시한 책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안팎의 양분된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아가야 할지, 그러면서도 외국과의 무역협상에 관한 해결책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그 나름대로 돌파구를 제시했다.

밖으론 선진통상국가, 안으론 사회투자국가

▲ <대한민국 개조론> 겉그림
ⓒ 돌베개
물론 이 책은 유시민 전 장관이 몸담았던 보건과 복지 분야에 중점을 둔 내용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유기체로 살아 있듯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총체적인 접근 방안도 담고 있다. 이른바 밖으로는 세계화의 선진통상국가로, 안으로는 사회투자국가를 건설하는 게 그의 핵심전략이다.

한미FTA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극렬했다. 하지만 이미 FTA는 세계적인 흐름이요 대세이다. 그야말로 개방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도리가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밀려드는 FTA를 영업적인 손익계산서로만 따질 게 아니라, 그 길을 통한 국가발전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는 취지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선진통상국가로 국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수 조건이 있음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것은 곧 대내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민을 키워내는, 그야말로 사회투자국가가 되는 길이다. 이는 한 나라의 원천이 곧 사람인 까닭에, 그 사람의 인지적·신체적·정신적·정서적 능력을 총체적으로 키우는 길이요, 그때만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심각한 담론의 분열에 직면해 있다. 진보파와 보수파 사이에 접점조차 없는 지경이다. 접점조차 없으니 교집합도 나올 수 없고 타협이나 통합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소통이 막힌 곳엔 당연히 대립과 분열만 대두될 뿐이다. 그 까닭에 사생결단식 논조만 판을 친다.

이러한 때에는 단기적으로는 지적 엘리트들의 능력에 따라 우리나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똑똑한 몇 사람의 비전과 전략이 들어맞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지적 수준과 능력이 동반되어야만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가 없는 비전과 전략은 한낱 공상에 그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여 유시민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아야 될 보건과 복지 분야에 대해서도 그 실태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래야만 민주공화국의 왕인 국민들이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바른 정책을 입안토록 쓴소리를 낼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그 가운데 연금과 관련된 사항들이 있다. 최초 국민연금제도는 전두환 정부가 만들었고, 노태우 정부가 1988년부터 시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바닥나 국가예산으로 연금을 지급한 지 오래고, 공무원연금도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해 매년 1조원의 국가예산이 들어가고, 사학연금마저도 기금이 남아 있지만 10년 정도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뒤로 새는 의료보험금

또한 의료보험제도도 그렇다. 일반인들이 보험금을 내서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자신에게 맞는 약물을 적절하게 복용하면 된다. 물론 병원을 찾지 않고 약국에 가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처방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내는 세금과도 같은 보험금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문제다.

"2005년 의료급여 진료비 청구 자료를 이리저리 찢어보았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연간급여일수 365일을 초과한 수급자와 관련된 데이터였습니다. 365일 초과 진료자는 38만 5000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의 22.3%였는데,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전체의 48.7%였습니다. 가장 많은 급여일수를 기록한 사람은 무려 1만 2257일이나 되었습니다. 하루 평균 30여 가지의 약을 처방받았다는 뜻입니다."(142쪽)

"홍길동씨의 진료비 청구 서류를 보니, 2005년 11월 7일 하루에만 무려 27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두 사람 몫의 세트처방전 51장을 받아, 특수 관계에 있는 세 곳의 약국에서 모두 조제를 받은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현장조사를 보냈습니다. 일부 약국은 처방전을 금품으로 교환해 준 혐의가 있었습니다."(145쪽)


사실 법적으로 연간 365일을 초과해서 급여를 받으려면 당국의 사전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전승인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시스템도 없다. 당연히 통제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일반인들이 제 권리를 온당하게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며, 인지적·신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건강한 사회투자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겠는가?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사랑의 집'을 나서는 18세의 아이들에게 목돈을 쥘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아동발달지원계좌(CDA)' 제도라든지, 대외국가의 다자간 또는 양자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의 확충 방안, 그리고 남북한보건협력 차원의 '민족협력부'에 관한 부분도 깊이 다루고 있다.

그처럼 그가 밝힌 선진통상국가론과 사회투자국가론의 전략이 바람직한 국가전략의 날개일지, 아직은 지지하는 정치세력도 없고, 국민들도 호응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만이 다가오는 세대에 불가피한 국가전략이라면 어떠한 모양으로든지 나라 안팎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 않겠나 싶다.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돌베개(2007)


#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선진통상국가론#사회투자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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