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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운사태께서는 오후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같이 계시지 않았소이까?"

좌등의 물음이었다. 화산의 자하진인의 저녁초대에 진운청과 함께 응한 후 식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오전 숭무지례에서 보여주었던 화산의 호의에 저녁초대를 거절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보주와 같이 계시지 않겠소? 사태께서는 자주 운중각에 가는 듯 하여이다."

화산칠검 중 네 명과 황용도 같이 배석한 자리에서 자하진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원숭이 상의 그는 잔주름도 얼굴 가득해 도대체 속내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지금 보주께서는 제자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계시오. 운중각에는 다른 분들이 없소."

"허…. 그렇다면 다른 곳에 가 계신 모양이오."

헌데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진동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은 폭발이었다.

"무슨 일이지?"

좌등이 진운청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진운청 역시 알 리가 없다. 진운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하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나와 같이 가세."

좌등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하진인 쪽으로 고개를 돌려 포권을 취했다.

"후한 대접에 감사를 드리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아 부득이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소이다."

"별 말씀을…."

자하진인이 일어서며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황용과 화산칠검 중 네 검수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고, 자하진인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식사는 끝나지 않았소이다. 본 장문인은 좌총관과 진대협이 이곳에 더 머물기를 바라고 있소."

약간은 강압적인 말투였다. 돌연히 자하진인의 말투가 변하자 좌등은 잠시 무슨 영문인지 몰라 자하진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화산칠검 중 네 검수가 움직이더니 방문을 막아서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좌등은 사태의 변화를 이해했다.

"나를 이곳에 잡아두시겠다는 거요?"

분명 무슨 일인가 터졌다. 그것을 자하진인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그가 맡은 역할은 자신과 진운청을 잡아두는 일일 것이다. 자하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 표현은 조금 거북하구려. 허허…. 본파가 어찌 감히 무적신창을 이곳에 잡아두겠소? 그저 좀 더 모셨으면 하는 것 뿐이오."

그 말이 그 말이다. 의도는 분명했고, 좌등의 짙은 검미가 꿈틀거렸다.

"오전에 보여준 화산의 모습은 우리를 기만하기 위한 연극이었군."

"꼭 그렇지는 않소. 그동안 모진 굴욕을 참아가면서 견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화산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고통과 모욕도 참아냈소. 그렇지 않았다면 본 파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멸문당했을 것이오. 지금 본 파는 선택을 해야 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했을 뿐이오."

자하진인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어느새 위엄 가득한 일대종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몸에서 풍기는 기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더구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예리한 기도는 화산칠검 중 네 명의 검수가 뿜어내는 것이 분명했고, 정말 만만치 않았다.

"가능하리라 생각하오?"

"화산은 그동안 놀지 않았소. 또한… 우리가 아니더라도…."

그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밖에서 불호가 들렸다.

"아미타불…."

바로 소림의 각원선사(覺元禪師)의 불호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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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귀중한 친구들이 반목하게 되고…. 서로 돌린 등에 칼을 꽂으려 하는…. 그런 운중보가 싫구나."

"사부님…!"

제자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사부의 말뜻을 왜 모르랴!

"그런 곳이 운중보다. 그래서 이 사부는 너희에게 운중보란 짐을 씌우기 싫구나."

시선이 다시 제자들에게 돌려졌다. 제자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특히 장문위와 옥기룡, 그리고 추교학의 마음은 마치 둔기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 밀려들었다. 사부의 생각이 이것이었던가? 결국 제자들 중 아무도 운중보의 차기 주인이 되지 못한단 말인가?

"따라라…!"

멈칫거리는 모가두를 향해 사부가 잔을 내밀었다. 모가두가 황급히 사부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지만 아직도 충격이 큰 듯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잔을 채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모가두가 장문위와 옥기룡의 잔을 채웠다.

"이 사부가 무덤에 들어간 후에라도 너희들끼리의 칼부림도 보고 싶지 않고…."

"사부님… 그런 일은…."

옥기룡이 황급히 입을 열었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동정오우 역시 사형제보다 더 가깝지 않았던가? 사부가 훌쩍 들이키고 잔을 놓자 옥기룡 역시 잔을 비웠다.

"너희들은 일파의 주인 이상의 능력을 가졌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항상 가진 것보다 적게 쓰는 습관을 배우도록 하거라."

사부의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가진 것보다 적게 쓴다는 것은 언제나 절제가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준다면 다음에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게 된다. 언제나 모자람이 좋다.

쪼르르….

궁수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사부의 잔에 공손히 술을 따랐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자 보주는 술잔을 보며 말했다.

"이 사부는 언제나 네게 미안하구나…."

"사부님…. 아니옵니다. 못난 소녀가 언제나 사부님께 근심을 드려 죄송할 따름이옵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며 운중각 전체가 흔들렸다. 따라놓은 술잔의 술이 흔들리며 흘러내릴 정도였다. 다섯의 제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

허나 보주의 술잔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보주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모두 앉거라…!"

보주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四券 完)

덧붙이는 글 | 사권이 244회로 끝났습니다. 작년 8월 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래 만 일년이 지났습니다. 한 권당 3개월 정도의 연재기간이 걸렸습니다. 5권 역시 3개월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사권은 사실 나흘째 자정까지 벌어지는 사건들을 넣어야 하는데 아직 자정이 되기 전에 분량의 조절을 위해 사권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양해하시기 바라고, 어차피 지금부터의 사건이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만큼 오권에 담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다음주 한주일은 휴가로 인하여 연재를 잠시 쉬겠습니다. 매일 연재를 기다리는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라며 다다음주 다시 오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운중보#천지#무협소설#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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