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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 황금가지
1849년 10월 미국 버지니아에서 뉴욕 집으로 이동하던 포가 볼티모어에서 발견됐다. 포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병원에 옮긴 지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발견 당시 포가 입고 있던 옷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며 금주 서약을 한 포가 술을 마신 정황이라든지 예정에 없이 볼티모어를 방문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미국 문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이 사건을 소재화한 <포의 그림자>는 역사 속의 현실을 바탕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을 뒤쫓는다.

부고란 한 켠을 장식했을 법한 포의 죽음에 관심을 가진 이는 포의 작품에 심취해 있던 퀜틴 홉슨 클라크였다. 저당과 채무를 주로 처리하는 스물일곱살의 변호사인 퀜틴은 우연히 포의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가 이상한 포의 죽음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의 큰 줄거리는 퀜틴이 포가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포의 소설 <모르드가의 살인>에 묘사된 뒤팽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혼자서 포의 사인을 밝혀낼 수 없다고 여긴 퀜틴이 포가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명탐정 뒤팽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퀜틴이 믿고 따르게 되는 뒤퐁트와 자신이 포가 묘사한 뒤팽이라고 주장하는 뒤팽 남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퀜틴의 모습은 보는 이조차 누가 진짜 뒤팽인지 헷갈리게 한다.

아울러 뒤퐁트와 뒤팽의 추리에 맞물려 퀜틴을 궁지로 몰아넣는 사건사고들은 극적 긴장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포의 죽음에 집착하면서 약혼자와의 사랑을 잃게 된다든지 변호사 일을 같이 했던 친구 피터가 등을 돌린 일 등 여러가지 갈등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퀜틴이 포의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퀜틴 자신이 위험에 노출된다. 끊임없이 퀜틴의 추리를 방해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퀜틴의 추적을 방해하는지 쫓아가보는 것도 흥미진진하겠다.

소설의 주된 내용이 인물간의 대화로 진행되기에 일종의 추리극을 보는 것처럼 영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얽혀진 내용들이 한꺼번에 풀어져 독자들 중에 일부는 내용 이해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외에도 번역에 있어 옥의 티가 있다면 1849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을 법한 '전화번호부'의 등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현장을 뒤쫓는 재미만큼은 여느 추리소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퀜틴과 같이 창조된 인물을 제외하고 실제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해서는 2권 뒤쪽에 인물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에드거 앨런 포와 주변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도운 점도 훌륭하다. 이는 역사에 대한 고증이 치밀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포의 그림자>가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단테 클럽>의 작가 매튜 펄의 최신작이라는 유명세다. 매튜 펄은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법과대학원을 졸업했고, 하버드대학교와 에머슨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드가의 살인>의 편집자였기에 <포의 그림자>에서도 <모르드가의 살인>을 적절히 활용했다. 에드거 앨런 포를 알지 못했던 독자들이라면 한번쯤 그의 소설이 어떤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 찾아볼 만하겠다.

포의 그림자 1

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2007)


#에드거 앨런 포#포의 그림자#매튜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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