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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59년생). 여야 대통령 후보를 통틀어 나이로 보나, 정치 입문 시기로 보나 가장 '막내'다. 이를 노동운동 25년의 운동정치 경력이 대신한다.

지난 3년 의정활동 성적은 '전교 1위'를 다툰다. 특히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활동으로 '정책통'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하지만 대통령감으론 당내 경쟁자인 권영길·노회찬 의원에 비해 인지도나 조직세가 뒤진다. 아직 '저평가 우량주'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런 판세를 전혀 괘념치 않는 듯 보였다. 인터뷰 내내 '본선 진출'을 기정사실화 했다. 예선 통과도 불투명한데 그가 준비한 정책과 비전은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한 싸움을 전제로 제시된 것이었다. 꿈도 참 야무지다.

최근 민주노동당 최대 다수 정파가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해 더욱 상황은 어려워졌음에도 시종일관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2위로 바람을 타고 본선까지... 가능할까

심상정의 전략은 일단 '1차 투표 2위'인 것 같다. 노회찬 후보를 누른 뒤 권영길 후보와 결선에서 맞붙겠다는 것. 민주노동당의 경선은 1위 후보가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을 다시 치르도록 되어 있다.

2위 전략을 통해 일으킨 '바람'을 타고 결선에서 후보로 당선된 뒤 본선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야만 민주노동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댄다.

이날 인터뷰에서 심 후보는 '당 혁신'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드러냈다. "내가 변하지 않고 당이 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수 60년을 들어낼 수 있겠냐"면서.

심상정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26일 의원실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겠다.
"매일 서울-지방을 오르내리다 보니 잠은 거의 차 안에서 잔다. 어젯밤에도 새벽 2시에 들어갔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관련 뉴스를 보다가 새벽 3시쯤 잤고, 아침 6시에 일어났다."

- 식사는.
"사무실에 나와서 조금 전에 죽을 먹었다."

- 중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다고 들었다.
"(남편과 아들이) 사실 뭘 먹고 사는지 모른다(웃음). 애가 자기 전 밤 11시 경에 전화해서 '엄마 이제 출발한다, 밥 먹었니, 왜 안 자니' 묻는데, 점점 물어볼 것도 없어진다. 얼굴을 못 보니까."

- 그렇게 바쁘게 뛰고 있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들이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관심이 없다. 이명박씨가 압도적인 1위다.
"국민이 애타게 갈망하는 대통령이 누구냐. 서민 밥 먹여주는 대통령이다. 이명박씨에 대해선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대안은 민주노동당이다. 몇 명으로 압축된 본선에 가면 후보 간 상호 비교가 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심상정이 꼭 나가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민주노동당의 서민경제를 어필할 수 있는 후보는 심상정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꼴찌 아니다, 다른 캠프도 그렇게 본다"

- 본선에 올라갈 수 있겠나. 세 후보 중 꼴찌 아닌가.
"꼴찌 아니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세 후보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동안 익숙한 사람 순서대로 찍는 것이다. 당내 경선이 중반으로 접어서면서 밑바닥 표심이 뒤집어지고 있다. 적어도 누굴 찍을까 고민했던 분들의 90%는 합동유세와 토론회를 거치면서 심상정으로 바뀌고 있다."

- 본인의 주장 아닌가.
"아니, 진짜다. 다른 캠프에서 그렇게 보고 있다. 최근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자민통('자주파'로 상징되는 당내 최대 다수 정파) 회의에서 표 분석을 했는데 2등을 누구로 지목했는지 아나? 심상정이다. 판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걸 모두 인식하고 있다. 내가 결선에 나가면 무조건 일등이다."

-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는데, 권영길 후보가 되는 것 아닌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자민통의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가 과거처럼 확고하지 않다. 권 후보가 좋은 성적은 내겠지만 1차에서 끝내지 못한다. 2차로 가면 심상정이 1등이 될 것이다."

- 세 후보 중 가장 조직세가 떨어지지 않나.
"노동 부문에서 많이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된다. 권영길 후보는 주로 정파, 노회찬 후보는 당 조직, 심상정은 자발적 지지모임으로 형성되고 있다."

- 그렇다가도 막판에선 될 사람을 밀지 않겠나.
"당원들이 권영길·노회찬은 잘 알지만 심상정은 잘 몰랐기 때문에 제일 변화폭이 큰 게 심상정일 수밖에 없다. 심상정·노회찬 사이에서 고민하던 분들이 합동유세나 토론회를 보면서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것이다."

"노회찬? 말재주가 아니라 비전이 검증 포인트"

- '정책에 관한 한 심상정이다'는 인식은 퍼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정책이란 게 내용으로만 보면 다 좋은 거고, 또 후보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정책을 추진하고 실현해 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 하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박수치는 대중하고 표로 '땡겨오는' 대중은 차이가 있다. 민주노동당에 투표하는 분들은 변화에 대한 신뢰나 실력을 보고 찍을 것이라 본다. 심상정의 지지자들은 단지 인지도 가지고 찍지 않는다. 지지의 농도로 보면 심상정의 지지자들은 응집력이 높고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

한미FTA 방송토론에서 심상정이 어떻게 했는지 많이 보지 않았나. 올해 대선은 경제다. 민주노동당 후보나 당원들이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 토론회에 나가는 게 경제 외워서 되는 것 아니다. 수구보수와의 차이를 드러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단순히 야당이 아니다. 보수체제를 대체할 만한 비전과 촘촘한 실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개별 단편적인 정책 가지고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다수당이 자기 것으로 낚아채고 우리 것은 없어지기 십상이다.

한미FTA 찬성 여론이 70%까지 올랐었다. 협정문의 내용에 보고 움직이는 부분은 20% 밖에 안 된다. 나머지 50% 중에서 10%는 한미FTA로 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40%는 보수가 안내하는 시장만능주의·승자독식사회의 비전에 동화되거나 포로가 된 지지자들이다. '무역의존도가 70%인 나라에서 개방하지 않고 어떻게 사냐'는 비전에 맞서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나는 정책전문가가 아니다. 비전을 갖고 있는 후보다."

- 대선은 후보자와 국민 사이, 일대 다수의 소통이다. 책을 읽어주는 소통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노회찬 후보가 갖는 대중성이 어필하는 것 아닌가.
"꺾이고 있다. 심상정이 나간 방송토론의 인터넷 게시판을 가봐라. 50% 이상이 심상정 지지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다르다. 민주노동당도 검증 대상이다. 2004년 국민이 민주노동당도 원내 들어와서 한번 해봐라 그랬다. 이번 대선은 집권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재주가 아니라 국가운영의 비전에 국민의 검증 포인트가 있다."

- 각종 조사를 보면 '국회의원 심상정'은 전교 1등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두 후보에 비해 대통령감으로서 전달력은 약하다.
"당연하다. 두 분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로서 일찍부터 예고되어 왔다. 10년 동안 두 번의 대선을 치렀고 나는 불과 3년(의정활동 기간)이었다. 심상정은 국회의원으로만 본 것이다. 자질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로 이미지메이킹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심상정이 당의 후보로서 본선에 나가는 순간, 국민들은 두 분 보다 나를 더 주목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승부수다."

- 그런 기회가 오겠나.
"같은 토론회라도 FTA 문제 책임자로 나가는 거랑 다른 당 대선 후보와 '맞짱'을 뜨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가는 거랑, 똑같은 실력을 보였을 때 효과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출발선을 보지 않고 똑같이 키를 재서는 안된다. 승부수를 위해 참신한 신인을 찾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도토리 키재기 수준에 불과한 과거로부터 형성된 인지도나 지지율에 집착하는 것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또 권영길? 앞으로 나아가야 진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최근 '자주파'가 권영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명분은 진보대연합의 적임자라고 하지만 대선 승리보다 정파 내부의 정치 논리가 작용한 것 아닌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권영길이기 때문에…. 정파 내부의 기득권 논리, 생존 논리가 그런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 '자유투표'로 결정할 순 없었을까.
"그럼 내부 표가 분산되지 않나. 내년 비례대표를 뽑는데 표를 다시 응집시키기 어렵다. 자민통 내부에도 내년 총선 비례대표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의 판을 흔들면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는 어떻게 정해지나.
"당원들이 1인 2표제로 선출한다. 1·3·5·7의 홀수는 무조건 여성이 가져가게 되어 있고 장애인 쿼터가 포함되어 있다. 남성들의 문은 좁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내부 조정을 하려면 단일한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니 권영길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 가장 무난하기 때문에?
"자기들을 결속시키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 아닌가. 대선 승리의 적임자가 아니라. 권영길 후보가 자민통 그룹의 주자로서 역할을 해오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민통 내부의 이견을 조정하기에 좋은 후보로서 선택한 것이라 본다. 당을 전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퇴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경륜이나 '봉합'의 리더십이 아닌 실력과 패기와 추진력이다."

- 권영길씨가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후퇴다?
"진보는 앞으로 나가는 것인데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하는 건 곧 후퇴 아닌가."

-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진보정당의 간판은 권영길이었다.
"민주노동당 창당이 과거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뿌리를 두고 탄생했기 때문에 권영길 대표의 통합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했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당이 여기까지 발전하는데 혁혁한 역할을 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앞으로도 민주노동당의 상징적인 인물로 잘 모셔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당의 미래는 없다.

국민들은 당의 과감한 혁신과 변화 가능성을 보고 있다. 심상정이 이를 상징하는 후보다. 만약에 권영길이 되면 '또 권영길이 됐네', 노회찬이 되면 '말 잘하더니 권영길을 눌렀네' 정도의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심상정이 되는 순간, 모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다. '저 여자가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이명박에 맞서 경제에 강한 심상정이, 또 여성 대통령후보 박근혜의 맞수로서 가장 효과적인 심상정이 대선 승부수인 건 당연하다."

"권영길=대표성, 노회찬=인기... 그러나 나는 신뢰"

- 작년 12월 "특정정파의 대표로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는데, 비현실적인 선택 아닌가.
"위험이 있지만 감수하고 선언했다. 실제로 심상정을 지지할 것으로 봤던 상당수가 다른 쪽으로 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바뀌고 당이 바뀌는 만큼 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고 당이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보수 60년을 드러낼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온몸으로 진솔하게 임하겠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잃을 게 없다. 가진 게 없으니 마음을 비웠다."

- 그래도 핵심지지층이 있을 텐데.
"노동 부문과 여성. 그리고 FTA 저지에 열심인 분들이다."

- 범여권에선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내년으로 미룰 움직임이다.
"한나라당이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하면 전격적으로 비준처리를 할 것이다. 8월 중에 한미FTA에 대한 국민의 뜻을 현실화시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민투표 범국민운동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당에 요구하고 있다."

- 범여권에서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가 민주노동당으로선 기회 아닌가. 그런데 역시나 답답하다.
"어느 정당이나 초기비용이 필요하다. 나는 '마중물 효과'라고 설명하고 싶은데 펌프에서 물이 콸콸 넘치도록 하려면 처음에 댓 바가지 정도는 넣어줘야 한다. 원내 첫 진출로 얻은 열 석이 마중물이 되어 더 펌프질을 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현재 민주노동당에 필요한 것은 그 마중물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진보정당의 생명력은 비주류를 주류로 만드는 저돌적인 추진력이다. 그런데 그 생명력이 다 고갈됐다. 정파담합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진보정치의 리더십이 대단히 부족했다. 그 결과 당내 민주주의는 형해화 되었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본선에서 국민의 주목을 다시 받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 민주노동당의 내부 자정 능력이 남아 있다고 보나.
"각 지역에 있는 심상정 지지모임에 가보면 대체로 당의 혁신을 열망하는 분들이 많이 모인다. 감히 심상정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겠다. 당이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점과 본선경쟁력에 있어서 심상정의 지지율이 확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예단을 뛰어넘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나의 경쟁력이다.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다워야 한다. 두 발로 서지도 못하면서 뛰려고 할 때 그 모습을 잃어 가는 것이다. 권영길이 대표성, 노회찬이 인기라면, 심상정은 바로 신뢰다. 민노당의 미래는 신뢰에 있고 국민의 표를 당겨올 수 있는 힘도 신뢰에 있다."

- 선거란 재미와 감동이 있는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심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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