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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하늘말나리꽃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하늘말나리꽃 ⓒ 서종규
여름 지리산에서 가장 선명한 빛으로 다가오는 꽃이 바로 하늘말나리이다. 지리산 종주 내내 항상 눈앞에 나타나 반기는 꽃이다. 잎이 6~12개 정도 돌려나거나 1개씩 어긋난 잎은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꽃은 7∼8월에 주황빛을 띤 붉은색으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하여 핀다. 맑은 하늘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가파른 길목에 하얗게 핀 꽃들이 가득하다. 힘겹게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려는 듯 피어 있는 지리터리풀꽃이다. 지리산에만 자생한다는 지리터리풀꽃은 분홍빛으로 핀다. 하지만 천왕봉 일대의 지리터리풀꽃은 하얗게 핀다. 무엇을 털어 내는 물건을 뜻하는 것인지 '지리터리풀'라는 말이 정답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지리터리풀꽃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지리터리풀꽃 ⓒ 서종규
지리터리풀과 비슷한 노루오줌꽃도 같이 피어있다. 노루오줌꽃도 보랏빛으로 피어나다가 질무렵에는 하얗게 변한다. 지리산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노루오줌은 모두 하얗게 변해 있었다. '노루오줌'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노루가 살 만한 산에서 주로 자라며, 꽃에서 지린내 같은 오줌냄새를 풍겨서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7월 25일부터 3일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국공립서부지회(지회장 김애영)에서 주관하는 사제동행 지리산 종주 등반에 중학생 24명과 10명의 교사가 참여하였다. 각급 학교에서 자원을 받은 교사 1명에 중학생 3명이 한 짝이 되어서 사제동행 지리산 종주 등반에 나선 것. 24명 중에서 여학생이 3명이었고, 1학년 학생이 9명 포함되어 있었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범꼬리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범꼬리 ⓒ 서종규
천왕봉 주위에서 세석 대피소로 내려오는 길목에 범꼬리꽃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범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범꼬리'는 범처럼 1000미터 정도는 되는 높고 깊은 산에서 자란다. 지리산 천왕봉 밑에 피어 그 당당한 꼬리를 하늘로 빳빳하게 치켜세워 호랑이 기상을 드러내는 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여름 지리산에서 장관을 이루는 꽃이 원추리이다. 진한 노랑색을 띠는 원추리는 집안의 어머니가 거처하는 내당에 심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훤당(萱堂)이라 하는 것도 이 꽃 이름을 '훤초(萱草)'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추리꽃은 부귀를 상징한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원추리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원추리 ⓒ 서종규
세석 대피소 부근에는 꽃들이 더 많이 피어 있다. 특히 촛대봉 아래 습지에는 들꽃들이 가득하다. 꿀풀들이 무더기져 피어 있고, 꿩의다리, 비비추, 동자꽃, 긴산꼬리풀꽃, 모시잔대 등 정말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바위 사이에 노랗게 피어 있는 기린초꽃들이 너무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세석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전7시에 노고단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가는 발걸음을 계속 맞아 주는 꽃들이 다양하다. 보랏빛 산수국꽃이 탐스럽다. 산수국꽃은 무더기진 꽃망울 전체에서 다 피어나지 않고 몇 송이만 핀다. 그 몇 송이 꽃들이 너무 깔끔하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흰일월비비추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흰일월비비추 ⓒ 서종규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구절초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구절초 ⓒ 서종규
비비추는 꽃대에 꽃망울이 비비 돌려서 나며 추란 나물을 뜻하는 말이다. 지리산에는 보랏빛 일월비비추가 가득하다. 꽃이 꽃대 위에서 뭉쳐서 핀다. 꽃망울이 비비 돌려서 나지만 꽃은 거의 일정한 방향으로만 핀다. 꽃이 햇빛을 골고루 받으려는 것 같다. 길을 가다가 보랏빛 일월비비추가 아닌 흰일월비비추를 보았다. 너무나 순수하였다.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지 전에 눈에 환하게 들어오는 꽃이 있었다. 바로 산구절초이다. 산구절초는 너무 신기하다. 보통 초가을에 피는 하얗게 피는 꽃이다. 그래서 가을 산행에 눈이 시리도록 들어와 박히는 꽃이다. 그런데 7월 말 지리산 능선에 구절초 몇 송이가 피어 있었다니 감동할 따름이다.

길가에 특징적으로 피어 있는 꽃이 까치수염이다. 까치수영이라고도 하는 이 꽃은 까치의 목덜미 흰 부분을 닮아서 까치수염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삭처럼 생긴 꽃이 밑으로 휘어진 모양이 마치 개꼬리처럼 보인다고 하여 '개꼬리풀'이라고도 한다. 손으로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까치수염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까치수염 ⓒ 서종규
하늘말라리처럼 선명한 꽃이 동자꽃이다. 모두 동자꽃이란 이름을 들어 봤지만 직접 대하고 보면 너무 순진하게 보인다. 주홍빛 눈으로 우리들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동자꽃은 어린 동자승의 죽음이 꽃으로 피어난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 암자에는 스님과 어린 동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겨울 어느 날 스님은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 어린 동자를 암자에 홀로 남겨두고 마을로 내려가야만 했다. 스님이 산을 내려온 뒤 산에는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저녁 무렵에 이르러서는 눈이 한길이나 쌓이고 말았다.

그러나 암자의 어린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마을로 내려간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언덕만을 바라보다 마침내 앉은 채로 얼어 죽고 말았다. 그 이듬해 여름이 되자 동자의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으며 한 여름이 되니 꼭 동자의 얼굴 같은 붉은 빛의 꽃들이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했다. - <동자꽃 전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동자꽃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동자꽃 ⓒ 서종규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둥근이질풀꽃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둥근이질풀꽃 ⓒ 서종규
연하천 대피소를 지나자 천왕봉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분홍빛 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둥근이질풀꽃이다. 이질풀은 이질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이질풀은 보통 5~7월 사이에 채취를 하여서 말렸다가 이질이나 설사가 나면 물에 삶아서 그물을 복용하면 되는데 부작용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노고단 정상은 복원작업을 하고 있어서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그 노고단 정상 오르는 길목에 분홍빛 손길을 흔드는 꽃이 있다. 패랭이꽃이다. 꽃모양이 옛날에 상인들이 머리에 썼던 '패랭이'를 거꾸로 한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패랭이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2일 밤을 맞았다. 보름이 다가오는 달빛이 신선하다. 달빛을 받아 핀다는 달맞이꽃이 하늘거린다. 수없이 많은 꽃들을 하나하나 다 여기에 옮길 수는 없지만 지리산 종주하면서 보았던 수많은 들꽃들이 다시 지리산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패랭이꽃
지리산 종주 중에 찍은 패랭이꽃 ⓒ 서종규

#지리산#야생화#하늘말나리꽃#지리터리풀꽃#흰일월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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