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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안태성 교수가 학교 이사장을 직접 만나서 해고 사유를 설명듣겠다며 이사장이 다니는 교회 앞에서 삐에로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5일 오전 안태성 교수가 학교 이사장을 직접 만나서 해고 사유를 설명듣겠다며 이사장이 다니는 교회 앞에서 삐에로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석희열
지난 3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학교로부터 해직된 경기도 이천 ㅊ대학 만화창작과 안태성(청각장애 4급) 교수. 그가 이번에는 서울 강남의 한 교회 앞에 삐에로 복장을 하고 섰다.

자신에 대한 해고는 장애인 차별에 따른 명백한 부당 해고라며 그동안 감사원, 교육부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외마디 절규는 허공에 메아리쳤다. 그러자 안 교수는 지난달부터 장소를 옮겨 학교 이사장이 다니는 교회 앞에서 일요일마다 삐에로 퍼포먼스(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지난 99년 9월 애니메이션과 전임강사로 이 학교에 들어온 뒤 여러 차례 교원 신분이 바뀐 이유와 지난 3월 해고된 사유를 임면권자인 이사장한테서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다.

안 교수는 전임 교원인 전임강사로 뽑아 조교수와 학과장까지 지낸 자신을 강의전담교원이라는 낯선 신분으로 강등시킨 뒤 해고에 이르게 한 경위에 대해 이사장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장은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교회 관계자는 "이사장이 여름휴가를 떠났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가량 1인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70~80명의 신도들이 교회를 들고 나고 했지만 안 교수가 왜 시위를 하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남편의 1인 시위를 돕기 위해 함께 나온 부인 이재순씨가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아가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해당 교회 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괴로운 사람은 와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껴라고 적혀 있다.
해당 교회 외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괴로운 사람은 와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껴라고 적혀 있다. ⓒ 석희열
더러는 말다툼이 벌어지고 거친 말이 오가기도 했다.

몇 사람은 "왜 남의 교회 앞에 와서 예배를 방해하느냐"고 짜증을 냈고, 또 어떤 사람은 안 교수의 시위에 대해 "스님이 교회 앞에서 목탁 두드리는 것과 같다, 목사가 절에 가서 예배드리자며 찬송가 부르면 좋겠느냐"고 이씨에게 따졌다.

이 교회 외벽에는 주먹만한 글씨로 "세상일로 괴로워 울고 싶을 때... 이곳에 오시어 예수님의 사랑을 느껴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슬픈 삐에로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은 이날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안 교수는 다툼이 있는 자신의 해고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얻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부인 이재순씨는 "이사장이 (안 교수를) 만나줄 때까지 교회 앞에서의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경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태성#청각장애#부당해고#삐에로#1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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