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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휴대폰으로 문자전송을 화는 장면이 MBC '9시 뉴스데스크' 화면에 잡혔다. 기자가 앉은 좌석 뒤줄 중앙에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앉아 있다.
ⓒ MBC 자료 화면

'오늘 DJ와 <화려한 휴가> 봤습니다'
9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영화 <화려한 휴가> 관람을 주제로 <오마이뉴스>는 '휴대폰 문자생중계'라는 독특한 형식의 실험을 감행했다.

7년 전, <오마이뉴스>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대 앞 농성' 과정을 '휴대폰 송고'라는 형식으로 14시간 동안 생중계해 언론계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그 뒤 1신, 2신… 하는 식의 텍스트 생중계는 인터넷뉴스 신문들의 보편적인 기사작성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뒤 다시 한번 '기사형식의 파괴'를 시도한 것. 그것은 <오마이뉴스> 창간정신이기도 하다. 이번 DJ의 영화 관람 문자생중계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그 어둠의 밀폐 공간에서 벌어지는 관객과 영화의 커뮤니케이션, 눈물 한숨 긴장감을 실시간 전달할 순 없을까?' 'DJ와 함께 영화를 본다는 특혜를 독자들과 공유할 순 없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휴대폰 문자메시지 전달 방식이었다. 사실 영화관 안에 들어가서는 휴대폰은 꺼야 한다. 그것은 예의이자 의무라고 평소에 생각해 왔다. 하지만 영화관에 들어오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과의 현장 공유라는 취지를 '무기'로 밀어붙였다.

문자생중계, 중단될 위기도 있었지만... 살 떨리는 2시간

어려움도 많았다. 휴대폰 자판을 다 외우지 못한 탓에 어둠 속에서, 또 옆뒷 자리 관객의 눈치를 살피며 문자를 치다보니 가슴이 내내 콩닥콩닥했다. 보이지 않는 자판을 누르면서 '오타'가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이번 문자생중계에서 드러난 구어체의 짧은 메모를 연상시키는 '문체'는 이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간중간 DJ의 표정을 살피기 위해 얼굴을 돌려야 했던 것도 주변 좌석의 관객들에게 영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한때 생중계가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DJ측 한 인사가 문자를 입력하고 있는 기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휴대폰을 허벅지 밑, 허리춤으로 밀어 넣고 화면 빛과 진동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문자 전송을 해야 했다. 아, 살 떨리는 2시간이었다.

반향은 컸다. 독자들은 "오마이뉴스답다"는 격려를 보내주셨다. 언론계의 반응도 호평이다. 언론비평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은 '이제 휴대폰 문자로 기사를 쓴다'는 제목으로 "독특한 형식의 기사"라며 "2, 30자 안팎의 짧은 문장에 상황과 기자의 소감이 섞인 기사는 가까운 사람에게 보내는 메모를 연상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온라인미디어뉴스>도 새로운 기사 작성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더, 새로운 형식이 추가됐다. 이른바 팬 픽션(fan fiction)의 형식을 빌려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다시 취재 현장에 반영하는 '함께 만드는 뉴스'가 그것이다. 댓글에 남긴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DJ에서 전달해 답변을 받아내는 것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현장에서 즉답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간접적인 반응은 얻을 수 있었다.

현장 상황이 종료된 직후, DJ 비서진에게 기사화된 내용과 질문지를 전달했다. 10일 최경환 비서관은 DJ가 "아, 그런 일이 있었냐"며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생중계를 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기사에서도 약속했듯이, 이번 기사를 통해 독자들이 던진 질문은 다른 DJ 취재 현장에서 꼭 받아낼 것을 약속한다. 그래야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독자참여형 문자생중계' 실험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의 실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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