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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상승하다 조정장세를 맞은 증시가 1일 다시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대비 76.82 포인트 하락한 1,856.45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이 증시 곡선 그래프를 바라보는 모습.
거침없이 상승하다 조정장세를 맞은 증시가 1일 다시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대비 76.82 포인트 하락한 1,856.45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이 증시 곡선 그래프를 바라보는 모습. ⓒ 연합뉴스 황광모

미국의 부동산 부실 폭탄이 터졌다.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에 이어 유럽 주식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까지 나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앙은행은 곧바로 돈을 시장에 풀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발표를 뒤집는 꼴이 돼 버렸다.

이같은 여파는 10일 국내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900선을 유지했던 주식시장은 이날 하루만 80포인트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1828.49, 코스닥은 788.41를 기록했다.

문제는 미국발 부동산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 뿐 아니라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잇단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금융시장 '휘청' 수백조원 날아가... 코스피 지수도 80포인트 급락

10일 주가 폭락의 원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유럽으로 전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지난 9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던 3개 펀드의 환매(투자자등이 자신들의 돈을 회수하겠다는 것)를 중단시켰다. BNP파리바는 이날 "미국 신용 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 펀드들의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들 펀드들에 대한 순자산가치 평가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증시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주식시장의 CAC 40지수는 전날보다 124.51포인트(2.17%)나 떨어진 5624.78로 거래를 끝냈다. 독일 증시도 15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영국 런던증시도 12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 주식 중심으로 거래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경우 387.18포인트(2.83%) 떨어지면서 1만33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다우 지수의 이날 하락폭은 지난 2월 27일 중국발 악재로 416포인트 폭락한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폭락 양상은 아시아 증시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 뿐 아니라 일본의 니께이지수를 비롯해 홍콩 주식시장의 하락을 가져왔다. 9, 10일 이틀동안 세계 금융시장에선 수백조원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순간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미국발 부동산 거품 터졌다

세계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무엇일까. 서브프라임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금융기관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신용도가 낮더라도, 빌린 돈을 제때 갚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자가 오르거나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수입도 넉넉하지 않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미국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금리가 올라가고 서브프라임을 통해 돈을 빌린 사람들의 연체율도 높아지게 됐다. 서브프라임 연체율은 지난 2004년 10.8%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12.3%까지 올랐고, 올해엔 14%선까지 증가했다.

게다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부실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의 경우 미국 집값상승률이 각각 11.8%, 13.3%를 기록했다. 작년엔 상승률이 5.9%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선 이 같은 상승률이 더 떨어졌으며, 주택거래 건수도 크게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신용이 높은 대출자들도 연체와 환매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값 하락이 커지고, 집 가진 사람들 역시 싼값에 물건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값 하락이 더 커지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영향은? 금리인상 따른 담보대출 부실 가능성도

결국 미국의 서브프라임 폭탄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터진 BNP파리바 사태로 서브프라임 부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의 담보대출시장도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영국의 경우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경우 주택담보의 우량과 비우량 구분도 없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은 소득증명 없이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그만큼 대출기관의 위험도 높다는 말이다.

아시아도 영향권이다. 최근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홀딩스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출로 인해 312억엔(미화 2억62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일본 금융권으로도 전염될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이 미 서브프라임 대출 등 직접 투자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따른 손실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나 국내 기업들의 채권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대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유동성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내 주택담보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까지 연속해서 콜금리를 인상하고, 이에 따른 주택담보 대출자의 이자상환 부담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서브프라임#주가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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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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