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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2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얘기를 나누며 행사장을 나오고 있다.
지난 2003년 2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얘기를 나누며 행사장을 나오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이 28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폐기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은 12일 오전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 핵문제 해결 자체가 정상회담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방문이 끝난 뒤 여의도 대선캠프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북한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의 몫"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 몫"

보수진영은 이번 정상회담을 놓고 핵폐기에 대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핵폐기·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핵포기 언급빠지면 여론이 냉혹해질 것"이라며 "핵에서 받는 것 없이 경제에서 주는 데만 합의한다면 여론의 저항이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고, <동아일보>도 "평양정상회담은 핵에 달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6자회담과 별개로 노무현-김정일 회담에서 핵폐기에 대한 약속을 받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상당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사전 압박이자,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만들기다.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도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의 핵폐기에 대한 제기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상회담 자체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국민들의 기대치를 낮춰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한 전 총리의 동교동 방문은 최근에 자신이 펴낸 서간집 <사랑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한명숙·박성준 젊은 날의 편지>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추천사를 써준 데 대해 책 전달과 함께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서간집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옥중의 남편과 13년간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책으로, 한 전 총리는 13일 오후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한 전 총리의 동교동 방문에는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 김형주 의원이 함께 했다.

"북한, 노 대통령에게 잘못된 결과 안겨서 돌려보내지 않을 것"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6자회담의 진전은 남북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이 두 가지(남북문제와 북핵문제해결)는 함께 가야 한다"면서 "(비핵화 문제는) 미국의 다음 정부가 집권할 때를 넘어서기보다는 부시 정권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6자 회담에 북한·미국·남한도 다 들어가 있고 그 틀 안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밟고 있으므로, 그것을 모두 정상회담과 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북에서 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을 해서 잘못된 결과를 안겨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잘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전망하면서 "2·13합의의 결과로 북한과 미국 양쪽의 요구가 모두 충족이 됐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남과 북에서도 남북문제가 풀리면 좋고, 안 풀려도 막바지이기 때문에 서로 풀리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면서 "미국도 이 문제를 풀면 풀수록 좋다, 이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안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경협이 활발해지면 우리 나라 중소기업의 활로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중국과 베트남으로 나가있는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경협이 잘 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살 길이 열리고 그것은 또 북한에도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우리가 대륙경제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철의 실크로드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물류중심이 되고, 경제의 청신호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신당 엄호... 민주당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

김 전 대통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민주신당)도 적극 엄호했다.

그는 민주신당에 대해 "실질적으로 대통합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틀 안에서 잘 해내가면 될 것"이라면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 많은 몫을 주고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대통합을 이뤄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도높게 범여권에 대해 '배제없는 대통합' 지침을 내려온 김 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민주신당에 대한 '도로열린우리당'비판에 적극 대응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어떤 후보도 '도로열린우리당'이란 말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선주자들이 후보간의 경쟁보다는 이런 큰 문제를 당당하게 문제제기하고 일부언론의 폄훼에 대해서도 맞서서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민주신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많이 대통합된 것이고 나머지는 국민의 몫"이라면서 "결국 국민의 바람이나 국민의 여론에 따라 움직이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결국 민주신당 중심으로 대선후보 단일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다수 출마한 것과 손학규 전 지사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는 "대선 주자들이 좁은 틀 안에서 너무 경쟁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큰 상황을 놓고 정치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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