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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앤더슨의 공연장에는 스웨이드를 잊지 못하는 많은 팬들이 모였다
브렛 앤더슨의 공연장에는 스웨이드를 잊지 못하는 많은 팬들이 모였다 ⓒ 옐로우나인, 좋은콘서트(주)
변덕스럽게 많은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8월 9일 오후 공연시간인 7시반이 가까워져오자 홍대에 위치한 캐치라이트에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팬들과 여학생까지 다양한 '스웨이더(Sueder:스웨이드의 팬들을 지칭)'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기를 원해 결정된 대규모 공연이 아닌 클럽 공연은 가수와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어 관객들에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브릿 팝의 전설,스웨이드의 보컬이었던 브렛 앤더슨이 솔로앨범을 내고 단독콘서트를 갖었다
브릿 팝의 전설,스웨이드의 보컬이었던 브렛 앤더슨이 솔로앨범을 내고 단독콘서트를 갖었다 ⓒ 박병우
예정된 시간이 되자 무대 위에 하나둘 멤버들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의 주인공 브렛 앤더슨이 무대 위에 오르자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회색빛 슈트에 흰 셔츠, 청바지 차림만으로도 그렇게 스타일리시하고 멋질 수가 있다니.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간지가 넘친다고나 할까.

무대에 오른 브렛은 불혹을 넘긴 남자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었다(개인적으로는 그전까지 영화배우 죠니 뎁을 지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라고 생각해왔지만 브렛 앤더슨의 공연모습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가볍게 몸을 흔들며 리듬을 타며 To The Winter로 공연의 첫 포문을 열었다.

전성기 '스웨이드' 시절, 브렛 앤더슨의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 나는 매혹적인 비음은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젠 그의 음성도 달라졌지만 스웨이드 시절과는 다른 여유가 묻어나는 새로운 매력으로 팬들에게 다가왔다.

브렛 앤더슨이 열정적인 섹시댄스를 보이며 관객들과 함께하는 모습
브렛 앤더슨이 열정적인 섹시댄스를 보이며 관객들과 함께하는 모습 ⓒ 옐로우나인, 좋은콘서트(주)
재킷을 벗어던지고 아름답고 사색적인 곡 Love is dead을 부르면서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어젖히며 본격적으로 섹시한 율동을 보여주자 공연장을 찾은 많은 골수 팬들은 열광적으로 환호성을 질러댔고 객석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브렛 앤더슨 자신이 "나의 기분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있는 레어한 곡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곡으로 10여년 전 많은 이들의 우울함과 고독감을 달래주던 그의 음성은 홍대의 공연장을 찾은 이들의 심장과 몸을 들썩이게 했다.

이어 들려준 One Lazy morning, Dust and Rain, Intimacy 등 아무래도 이번 공연은 솔로앨범의 곡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지적인 가사는 전성기 '스웨이드'를 연상시켜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브렛은 진심으로 공감하며 환한 미소와 때론 장난기 가득한 몸짓과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정말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공연 전 차가워 보이고 무표정해 보이기만 했던 브렛도 즐거운 기분을 감추지 않으며 섹시한 댄스를 추거나 마이크 줄을 이용해 춤을 추기도 하는 등 팬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스웨이드 시절 보여 주었던 쇼맨십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었던 것이다.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몇 번이나 'you're so lovely'를 연발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2년 전 '티어스' 공연 당시에는 팬들이 그렇게도 고대하던 스웨이드 시절의 히트곡을 배제해 많은 아쉬움을 샀는데 이번에는 'Everything will flow'를 들려줘 객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공연 직전 인터뷰 당시 이번 솔로앨범에서 마음에 드는 곡 중 하나라고 한 'Colour of the night'로 열기를 이어 나갔다.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손을 뻗은 팬들의 손을 몇 번이고 잡아주며 객석으로 다가왔다. 브렛의 마음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달되며 관객과 가수가 함께 호흡해 나갔다.

직전까지 관객들과 함께 '점핑'을 해가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던 브렛이 기타 한대를 둘러메고 앉았다. 스웨이드 시절의 빅히트 곡 중 하나인 'Wild Ones'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려주자 전율 같은 것이 몸을 스쳐가는 느낌이었다. 특유의 비음이 사라진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쿠스틱 버전으로 듣는 매력은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왔다.

Back to you, The infinite kiss가 흐른 후 'Song for my father' 가 흘렀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애절하게 그려낸 곡으로 무릎을 꿇고 애절하게 절규하듯 열창하던 브렛 앤더슨의 모습에 다소 숙연한 분위기였다. 비교적 짧은 답으로 이뤄졌던 인터뷰 당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하게 답해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련해졌다.

순식간에 공연이 끝나고 불과 객석과 2~3미터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고 열창하던 브렛과 밴드들이 퇴장했다. 팬들은 소리 높여 '앵콜'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잠시의 기다림이 끝나고 다시 무대의 조명이 밝았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성원에 답하고 하고 있는 브렛 앤더슨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성원에 답하고 하고 있는 브렛 앤더슨 ⓒ 박병우
이날의 하이라이트. 스웨이드 시절의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Can't get enough' , 'Trash' , 'Beautiful ones'

말 그대로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노래를 부르던 브렛은 물론 관중들 모두 한마음으로 '크레이지' 모드가 되었다고나 할까. 공연장을 찾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웨이드'의 히트곡을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종종 보였다.

한국에서 처음 라이브로 공연되는 스웨이드 곡들이라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해 냈다.

한곡 끝날 때마다 객석으로 다가와 팬들의 손을 잡아주며 '생큐'를 연발하며 환하게 웃던 브렛 앤더슨의 공연은 아쉽게도 끝나 버렸다. 다소 짧은 듯한 공연이었지만 응집된 에너지와 열기만큼은 어느 공연 못지않은 깊은 울림과 폭발력을 보여 주었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스웨이드가 아닌 모습으로 찾아온, 특유의 관능적인 비음도 변해 버렸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지만 그는 아직도 건재했다. 1990년대 브릿팝의 향수를 품은 음악 마니아들에게 축제의 장을 마련하며 '브릿팝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온몸으로 보여준 '브렛 앤더슨'은 지난날 '스웨이드'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던 이들에게 삶을 이제는 조금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었다.

'스웨이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에서 이제는 어른이 된 브렛 앤더슨의 자화상을 이번 공연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스웨이드 시절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브렛 앤더슨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의 모습을 앞으로도 더욱 기대하게 된다.
#브릿팝#브릿 앤더슨#스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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