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목) 오후 4시경 홈에버 천안점에서 불매운동을 펼치던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3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가 33명이 풀려나고 나머지 3명은 구속됐다.
이날 아산을 들러 천안시 성거읍 요방리 망향휴게소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중앙통선대)는 일정을 변경해 신방동에 위치한 홈에버 천안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중앙통선대 60여 명과 충남지역 통선대 30여 명 등 총 90여 명은 홈에버 불매운동 선전전을 벌이기 위해 매장 안으로 진입했다.
이들은 10여 분 뒤 도착한 경찰에 의해 불법집회 및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현장에서 36명이 연행됐고, 이중 33명은 연행 33시간여 만인 11일 새벽 1시경 인적사항과 경위 조사 등을 마치고 풀려났으나 중앙통선대장 문모씨(39) 등 3명에 대해서는 11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사유는 형법 제314조에 따른 업무방해.
경찰에 따르면 홈에버 천안점은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한 상태였고, 홈에버 1층과 4층에 입점해 있는 개인사업자 140여 명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의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경찰에 집회신고를 내놓았던 상황.
사업자들은 그동안 지속돼온 집회로 인해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민주노총 충남지부 사무실을 방문, 이랜드 기업과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집회신고를 내지 못한 통일선봉대의 집단행동은 집시법을 위반했고, 매장점거를 우려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연행된 것.
그러나 민주노총측은 매장 안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진행할 계획이었을뿐 매장을 점거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충남지부 최만정 사무처장은 “중앙통선대는 9일 천안 방문 이후 타 지역에서 일정이 잡혀있었고, 경찰에서도 알고 있었다”며 선전전은 1~2시간 내에 끝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연행과정에서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여경이 없는 상태에서 여성대원들을 연행하는 등 과잉 대응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충남지부는 9일과 10일 저녁 천안경찰서를 방문해 연행된 대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홈에버측이 이미 시설보호를 요청한 상태였고, 만에 하나 매장이 점거되면 사태를 해결하기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홈에버 매장에 단체로 진입한 인원은 연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규모 선전전에 홈에버 출입구 봉쇄, 매장 진입 시도 차단
연행됐던 통일선봉대 33명이 풀려난 뒤 11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충남지부와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홈에버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대적인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집회와 선전전을 통해 이랜드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추진하는 한편, 9일 대규모 연행 사태와 관련해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경찰의 과잉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임성대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설에서 시민들을 만나 이용중단을 호소하는 선전전을 진행한 것뿐인데 경찰은 연행․구속영장 청구 등 과잉대응으로 일관했고, 이는 경찰이 스스로 반사회적 기업인 이랜드 자본의 하수인을 자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홈에버 서울 면목점 일반노조에서도 천안 집회현장을 찾았다. 자신들을 몸짓패 ‘새벽’이라고 소개한 면목점 조합원 한명희씨는 “일부에서는 이랜드․홈에버 노조가 민주노총과 민노당에 이끌려 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랜드와 홈에버 노동자가 주축”이라며 “우리는 이번 싸움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3차 점거 등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도 매장 안에서 선전전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선전전이 시작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출입구를 봉쇄해 매장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전전이 진행된 오후 5시40분경부터 약 1시간 동안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고, 매장을 찾는 쇼핑객들은 직원 출입구로 드나드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선전전이 끝나고 정리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충남지부 최만정 사무처장은 “이제 이랜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다음주 토요일(18일)에도 오늘보다 더욱 굳은 의지로 불매운동을 벌이자”며 지속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 아산 지역에 발행되는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