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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삽질하던 난희 언니가 사랑에 올인해버렸다.
꿈을 향해 삽질하던 난희 언니가 사랑에 올인해버렸다. ⓒ IMBC
한국의 수많은 노처녀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언니 이후로 TV에서 지속적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노처녀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삼순이 언니를 능가한 국민언니가 등장하지 못했다.

굳이 꼽는다면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언니가 삼순언니와는 또 다른 차별성을 지니면서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2시즌을 제작 중에 있다는 정도. 그 수많은 노처녀 언니들이 등장했음에도 이제껏 한 명 정도만이 삼순이 언니를 능가했다.

그래서 노처녀 이야기는 잘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처녀 이야기는 드라마의 소재로써 유효한 것 같다. 어김없이 노처녀의 이야기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30대의 남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9회말 2아웃>이 나왔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난희 언니

<9회말 2아웃>은 사실 노처녀 이야기로 한정짓는다면 다른 출연진들이 아우성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30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체 극의 흐름을 끌어가는 홍난희(수애)가 30대이기에 역시나 삼순이 언니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면 우리의 난희 언니는 어떠한가?

우선 난희 언니는 서른 살에 무엇 하나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언니다. 거기에 결혼한 동생네에 얹혀살며, 신춘문예 당선을 꿈꾸는 소설가 지망생이자 출판사 기획자이다. 물론 기획자라고 잘 나가는 출판사의 커리어우먼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몇 달치 월급은 한꺼번에 받거나 번번이 월급이 밀리는 그러한 조그마한 출판사다. 그래서 난희는 언제나 엄마(김창숙)의 걱정과 구박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오래된 30년 우정을 자랑하는 형태(이정진)와 동거에 들어간다.

헌데, 여기까지는 좋았다. 분명 삼순이 언니와는 또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서른이란 나이가 붙을 쯤에도 이루지 못한 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박하는 엄마의 항거하며, 자신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에 신세 한탄하며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모습.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어느 정도 난희 언니는 삼순 언니의 아우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난희 언니였다. 예쁘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 팽팽한 젊은 여성들 모습에 주눅 들고, 연하 애인과의 관계에 있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민하며, 꿈은 있지만 이루기엔 조금 멀어 보이며, 직장은 다니지만 잘나가는 직장여성도 아닌 그 모습들.

변심해버린 우리의 난희 언니

그래서 더 친근감이 느껴지고 난희 언니의 인생이 공감이 가는 이유다. 더욱이 애정관계도에 있어 드라마는 로맨스보다 30대 남녀 인생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멋지고 잘생기며 능력도 있는 친구 형태와 동거를 해도 여전히 친구처럼 지내는 그들. 드라마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우리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대리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형태와 로맨스가 펼쳐져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 드라마에서 보면 아무리 친구라지만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둘의 로맨스가 펼쳐지게 마련이다.

형태와 동거에 사랑이 개입되지 않아 판타지를 배제하고 있지만 동거 자체가 판타지다.
형태와 동거에 사랑이 개입되지 않아 판타지를 배제하고 있지만 동거 자체가 판타지다. ⓒ IMBC
물론 형태와 난희 언니도 조만간 연애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둘은 정말 가장 친한 오래된 친구의 모습이다. 그래서 난희는 어린 남자친구 정주(이태성)와의 사랑 문제를,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아침밥을 먹거나 저녁식사, 혹은 술 한 잔 기울이며 상담한다. 그러한 점은 형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상야릇한 감정이 불쑥 불쑥 느껴지지만 여전히 둘은 친구로 남아 있다. 그래서 노처녀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인생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주와의 사랑 궤도에 오르면서 형태와 동거에 들어가면서 난희 언니는 보통 일반인들의 모습이 아닌 드라마 속 가상인물로 전락해버렸다.

난희 언니의 말마따나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꽉 찬 나이 서른. 그런데 무려 8살이나 차이가 나는 정주가 오로지 난희 언니여야 한다 울부짖고, 30년 친구인 형태가 장난감 뺏긴 기분이라며 감정을 서서히 드러내고, 불쑥 찾아오는 지나간 첫 사랑 준모(이상우).

여느 노처녀 언니들처럼 잘 나가는 사람도 아닌데, 미모가 출중하지도 않은데 남자들이 옆에서 줄기차게 들이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갑작스러운 애정이 극의 전반적인 내용을 차지하면서 신춘문예 공모 할 거라며 엄마에게 당당히 말하고 집을 나온 난희 언니가 소설을 쓰는 모습이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꿈을 버리지 못하고 미련 없는 30대를 살아갈 거라 외치던 난희 언니가 결혼에 목을 맨 삼순이 언니와 비슷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난희 언니의 매력이 반쯤 반감되고 내용도 30대의 인생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획의도와 달리 현실성이 점점 희석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자신의 누드를 찍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전부다. 어느새 30이라는 나이와 인생은 허울뿐이고 그 속에 남녀 로맨스 이야기로 변질되어 인생도 사랑도 모두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현실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희 언니가 아닌 난희 엄마다.
드라마에서 현실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희 언니가 아닌 난희 엄마다. ⓒ IMBC
아마 결말은 모르긴 몰라도 분명 정주와 사랑이 깨지고 30년 우정을 유지하던 형태와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난희 모가 알았을 때 한 차례 폭풍이 휘몰아치고, 그 폭풍을 굳건히 견뎌내며 난희 언니는 형태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드라마도, 난희 언니도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택해 버린 셈이 되고 말 것이다.

오히려 드라마 속 난희 언니의 현실적인 상황을 깨워주는 것은 그녀의 어머니뿐이 없다. 서른에 꿈을 버리지 못하고, 어린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나선 난희 언니에게 어머니는 통장을 주며 말한다.

"네 이름으로 모은 돈이야. 네가 말려도 하겠다고 하니까. 이제 이걸로 끝내자!"

이처럼 드라마가 현실과 판타지에서 애매하게 두 발을 담그고 있어 난희 언니는 빛이 바래버렸고, 그나마 현실을 깨워주는 사람이라곤 난희의 엄마뿐이 없다. 그래서 신선한 시도는 칭찬할 만하지만 극 전개에 있어 난희 언니의 매력적인 캐릭터 실종은 드라마 전체를 함몰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9회말2아웃#홍난희#수애#이정진#노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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