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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있는 모습
ⓒ 이혜경

“밥 달란 말이야~배고파.”

간병 도우미의 하루는 끝이 없다. 온종일 청소와 노인 돌봄으로 천근만근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어르신들을 대하는 그들은 천사같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기자는 간병도우미 체험을 위해 전북 소망호스피스(대표 선윤섭 목사)에 등록하고 지난 6일부터 이론교육을 받은 후 11~12일, 15일 3일에 걸쳐 간병도우미 실습교육을 체험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기자가 찾은 곳은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위치한 효자 노인전문요양병원(대표원장 이국재). 소망호스피스에서 배운 이론실습을 마친 예비 호스피스 간병도우미들도 동행했다. 모두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으나 이론을 통해 배운 학습 내용들을 머릿속에 기억하며 첫 실습에 들어갔다.

간호과장의 지시에 따라 간병도우미 2~3명씩 나눠 2~4층 노인전문병동에 투입됐다. 기자가 투입된 곳은 4층 치매병동. 문을 열고 들어서자 10여명의 할머니들이 각자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치매병동 박봉덕 할머니는 “밥 달란 말이야~배고파, 도대체 밥은 언제주는 거야”라며 고함을 질렀다. 능숙한 간병도우미는 “할머니, 아까 먹고 또 그세 배고픈 거예요? 조금만 참으면 바로 밥 가져다 줄께요”라면서 할머니를 다독거리자 할머니는 곧장 ‘순한양(?)’으로 변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간호사가 들어와 할머니들의 증상과 체온 등을 체크하고 열이 나면 링겔을 꽂아주는 등 각자에 맞는 처방을 내렸다. 시간이 흐르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에 간병도우미에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할머니들이 기저귀에 볼일(?)을 봤다는 것.

간병도우미는 “치매병동은 2시간 마다 한 번씩 기저귀를 체크하고 갈아드려야 해요”라며 할머니들의 기저귀를 확인했다. 기저귀 가는 일은 보기보다 만만치 않았다. 어르신들의 대·소변 양은 물론이고 뼈가 굳어 육중한 몸을 혼자 들기란 여자로서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후에야 기저귀 가는 일이 마무리 됐다.

12시 점심시간이 됐다. 상을 펴자 하나둘씩 주무시던 노인분들이 상 앞에서 자신들의 밥을 기다렸다. 혼자 식사하기가 어려운 어르신을 돌봐드리자 이귀남 할머니는 “고마워~우리같은 노인네들을 신경써줘서. 고마워요”라며 두 손을 꼭 붙잡았다.

치매병동에는 하루종일 주무시거나 항상 일거리를 찾는 분, 아들을 기다리며 창문만 바라보는 사람, 하루 종일 반복된 말을 하시는 분 등 다양한 할머니들이 간병도우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6시가 돼서야 실습을 마쳤다. ‘끝’이라는 소리에 온몸의 힘이 풀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할머니들과 정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2차 실습이 있던 15일. 이번에는 치매병동이 아닌 3층 일반 노인병동. 당초 오전에 예정돼 있던 봉사는 긴급한 사정으로 인해 오후에 부랴부랴 노인병동을 찾았다. ‘저번보단 쉽겠지’ 라고 생각하며 간병도우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조끼를 갈아입고 곧장 봉사를 시작했다.

일반 노인병동은 치매병동과 달리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계셨다. 침상을 닦고 바닥을 대 걸레로 청소했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청소가 끝나자마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싣고 운동에 나섰다. 먼 곳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멀리 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던 양순덕 할머니는 “나도 빨리 나아서 집에도 가고 교회도 가야 할텐데 말이야”라며 말끝을 흐린다.

일반 병동에서의 점심시간이 되자, 하나둘씩 침상위의 밥상을 펼친다. 4층 치매병동과 달리 대부분 혼자 식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노인들의 식사속도는 평균 1시간 가량. 기자는 혼자 식사가 어려운 두명의 할머니를 번갈아 가며 식사를 도왔다. 6시경, 3일간의 봉사를 끝마치며 어느새 정들었던 어르신들에게 아쉬움이 남기며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기자를 비롯한 예비 간병도우미들은 효자요양병원에서 중환자실, 일반실, 치매병동에서 각자 어르신들을 돌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짧은 봉사체험이었지만 누구보다 ‘배려와 사랑’을 체험하고 베푼 간병 도우미들의 뒷모습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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