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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의원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연설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순식간에 분위기는 돌변했다.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선 이날 순차적으로 두 개의 행사가 열렸다. 1층에선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 안건 처리를 위한 열린우리당의 임시전국대의원대회가 열렸고, 곧이어 3층에선 유시민 의원(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대선 출정식이 열렸다.

1층이 '초상집'이라면 3층은 흡사 '잔칫집'이었다. 한쪽에선 3년 9개월만에 열린우리당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절차가 진행되었고, 다른 한쪽에선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통합신당에 불어넣겠다고 공언한 유 의원이 대선 후보를 공식화 한 것.

▲ 유시민 의원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연설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유시민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 의원은 양측 모두의 행사에 참석해 두 번의 사과를 했다.

"오늘 열린우리당이 깃발을 접었습니다. 우리는 지역주의 정치, 돈정치, 패거리정치 청산을 원했습니다. 국민이 당원으로 참여해 주인 역할을 하는 민주정당 정책정당을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그 정당의 깃발을 내렸습니다. 꿈은 좋았으나 실력이 부족해 현실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힘과 지혜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다.

"저는 이를 항구적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현실은 받아들이지만 참여민주주의 정당개혁의 꿈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앞으로 더 지혜롭게,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차분히 설득해 가면서 다시 하겠습니다. 아직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의석이 143개나 되는 이 거대한 민주신당이라는 커다란 백지 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우리의 비전을 새겨 넣읍시다. 일단 좌절한 정당혁명 정치개혁의 꿈을 다시 살려, 이 꿈이 민주신당의 영혼이 되게 합시다. 여러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이것이 유 의원이 실패한 열린우리당을 딛고 통합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출마의 변이었다.

유 의원의 팬클럽인 '참여시민광장(이하 시민광장)'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유시민 의원 초청 유티즌 대번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시민광장은 지난 5월말 발족한 유시민 공식 팬클럽으로 현재 회원수는 4700명에 달한다.

행사장은 온통 분홍빛이었다. 회원들은 모두 분홍색 셔츠를 입고 나왔고, 유 의원 역시 핑크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유 의원이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지난 2003년 보궐선거에서 내놨던 상징색이다.

행사장은 빽빽하게 찼다. 좌석 수 1800석을 모두 매우고 곳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감안하면 2500명은 족히 돼 보인다. 앞서 열린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참석자가 2600여명임을 감안하며 상당한 인원이 동원된 셈이다.

이들은 모두 회비 5천원을 갹출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다. 30, 40대가 주축이다.

유 의원의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방식은 여느 정치인과 좀 달랐다. '상향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자리는 지지자들이 '초청'한 행사였고, 이들의 요청에 유 의원이 부응하는 방식으로 출마선언이 이뤄졌다.

▲ 유시민 의원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연설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자들이 `유시민`을 연호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유시민 의원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연설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유시민 의원과 부인 한경혜씨, 이광철 의원등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지자들의 '초청'으로 이뤄진 대선출마선언

대선출마를 결심하는 최종 단계에 앞서, 유 전 장관은 지지자들에게 몇 가지 전제를 깔았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유시민에게 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저는 후보경선이든 본선이든간에, 정정당당한 선거운동만 하겠습니다. 정책과 비전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경쟁하겠지만, 정책비전과 관계없이, 경쟁자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경쟁상대가 저를 비방한다고 해도,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세 번째 질문입니다. 누구도 혼자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제가 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경우 낙선한 분들을 모두 선대위로 모셔서 함께 본선을 치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분들의 견해를 수용해서 저의 정책을 일부라도 수정해야 할지 모릅니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크고 작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포용할 것입니다. 저에게 이렇게 할 권한을 주시겠습니까?

네 번째 질문입니다. 민주신당의 후보는 국민의 정부 5년과 참여정부 5년 10년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라야 합니다. 그 후보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제가 일등을 하지 못할 때 정통성 가진 후보 제대로 된 정책 노선 가진 후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 자신을 던져야 할지 모릅니다. 다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경선에서 승리하고 또 본선에서 이기면 대한민국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됩니다. 대통령을 만드는 건 지지자들이지만, 당선되는 순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됩니다. 더러는 낙선한 다른 정당 후보의 공약 가운데 그 정당의 유권자들이 간절히 바라고 국가발전에 좋은 것들은 수용해야 합니다. 그럴 때 여러분이 왜 지지자를 배신하느냐고 비판하고 등을 돌리실까 저는 겁이 납니다. 제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이 같은 질문에 지지자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로 확인해 주었고, 유 의원은 그제서야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기쁜 마음으로 선언합니다.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가발전의 3대 비전으로 ▲선진통상국가 ▲사회투자국가 ▲평화선도국가를 제시했다.

▲ 유시민 의원은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모임인 `시민광장`연설회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이해찬 열린우리당 의원과 장영달 원내대표등이 유시민 의원의 대선출마연설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 후보되면 낙선한 분들 선대위로 모실 것"

이날 행사에는 친노 그룹의 후보 단일화 대상인 이해찬, 신기남, 한명숙 의원이 참석해 결속력을 과시했다.

이들은 또 범여권 후보들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와의 일전을 다짐했다. 이해찬 의원은 "정통성 없는 후보에게 빼앗긴다면 역사의 과오를 범하게 된다"며 "4명이 힘을 합쳐 비장한 각오로 경선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유가 분명해야 하는데 만약 노선이 한나라당과 같다면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고 말해 치열한 노선 투쟁을 예고했다.

행사는 오후 7시께 끝이 났다. 유시민 의원이 무대 밑으로 내려간 뒤 지지자들의 뒤풀이가 이어졌다. '유밴'의 연주에 맞춰 참석자들은 어깨를 걸고 행사장을 돌았고 유 의원 주변에는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날 행사를 생중계한 <오마이뉴스> 게시판에는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집단 뽕 맞았나"
"무슨 콘서트장인가"
vs
"자발적 지지의 힘 보기 좋다"
"신나는 정치 기대한다"

범여권 후보들 가운데 좀체 경험하기 힘든 '열기'의 현장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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