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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이주노동자와 그 후예들이다. 단지 1000년, 100년, 10년, 1년 전인가 하는 시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현재 4800만 국민들의 조상들은 어디에선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현재 800만이 되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흩어져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은 1960~70년대 독일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이주노동자를 보내 돈을 벌어들였고 이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들 역시 차별 없이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는 인류의 보편적 인권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듯이 이주노동자 역시 국내 노동자들과 비교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저임금, 임금체불, 노동재해, 폭력적 단속 추방 등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 지난 3년 간 시행해 온 허구적인 고용허가제를 폐기하고 노동비자를 보장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은 국제적인 수치다.

"사장님·사모님, 욕은 참을 수 있지만 임금은 돌려주세요"

8월 1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시행 3년 규탄!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는 폭염 속에서도 힘차게 진행되었다. 투쟁하는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의 연대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전면 플래카드에는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STOP, CRACK DOWN!(강제추방 중단하라!)"
"NO ONE IS ILLEGAL."(우리는 범법자가 아니다!)

참가자들은 한국어, 영어, 스리랑카어, 방글라데시어, 네팔어, 말레이시아어 등 정말 다국적어로 구호를 외쳤다. "단속추방 중단하라! 노동권을 보장하라!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노동비자 쟁취하자! 투쟁!"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가수들이 나와 부르던, 체불임금을 달라던 노래는 절규처럼 들려 함께한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의 처지와 중첩되기도 했다. "사장님, 사모님! 욕은 참을 수 있지만 제 임금은 돌려주세요."

명동성당까지 행진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은 정말 열성적으로 구호를 외쳤다. 한국 땅에서 멸시받고 숨죽이며 살아 온 한을 토해 내고 있었다. 짐승처럼 내쫓기던 이주노동자들이 이 순간만큼은 정치적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1960년대 독일에서 노동했던 한국 광부들은 이런 홀대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이주노동자들을 3D업종에 몰아놓고는 짐승처럼 부리고 있다. 보수정치권이 외치는 선진국이나 평화와 정의의 나라는 이들에게는 먼 얘기일 뿐이다. 한국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한국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그들에게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차별과 탄압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제 이주노동자들을 우리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까지 단일민족국가 운운하며 폐쇄적 공간에 갇힌 채 퇴행적이고 천박한 돈벌이에만 눈이 멀 것인가?

#이주노동자#노동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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