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율전 중학교의 김승호 과학선생님이 수묵화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하얀 실험복에 삼각 플라스크를 흔들고 있을 과학 선생님이 수묵화 개인전을 그것도 열 한번이나 열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수묵향이 백 평이 넘는 큰 미술관을 가득 채우며 방문객들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 틈틈이, 시간을 말 그대로 쥐어짜서 작품에 열과 성을 다한 선생님의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개인전이었습니다. 그는 주로 우리 고향과 같은 농촌의 지나간 옛 정서를 작품의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과학선생님과 수묵화는 별 상관없이 보이는데, 그의 작품 속에서는 동양화에서 이야기하는 선과 여백의 미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붓끝에서 한지 위로 녹아드는 먹물의 움직임 속에서 느림의 미학이 이곳에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가을날 늦은 오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감나무와 작은 집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포근함을 느낌과 동시에 시간을 뒤로 돌려놓은 듯한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은 포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수묵의 붓 움직임으로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작은 갈매기 한 마리가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게 될 정도로 평화로워 보입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그림 속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붓 흘러가는 대로, 먹물 흐르는 대로 마치 편안한 수필을 쓰듯 그림을 그리셨다고 하니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수원미술인협회 한국화 분과위원장이며 홍익대 미술디자인교육원 출강, 초록작가회 지도 등으로 미술계에 기여하는 바도 커서 두루두루 어우르는 미술계의 감초와도 같은 분입니다. 동네 쌀가게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과 늘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어린 동자승을 보는 듯합니다. 수묵의 엷은 미소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한국미술을 알리고 싶습니다" | | | [인터뷰] 김승호 선생님 | | | |
| | | ▲ 김승호 선생님 | ⓒ최형국 | - 물리선생님이신데 그림을 배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요?
"예전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마음을 많이 다쳤습니다. 그 후 개인수양차원에서 시작하였는데, 먹물이 한지에 번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무엇인지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지의 독특한 질감을 높이기 위해 구겨진 한지를 펴서 작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독특한 느낌이 만들어져 저 또한 의외의 성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
- 앞으로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이제 작품을 350여점 정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1000점까지 작품 숫자를 늘려서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해외 투어를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요즘 영어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민국 미술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최형국 | | | | |
덧붙이는 글 | 김승호 수묵담채화 개인전
- 일시 : 2007.8.28-9.3 - 장소 : 수원미술관 제2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