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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상경족
 취업 상경족
ⓒ 우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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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기자]
# 서울에 직장을 알아봐준다는 선배의 말만 믿고 무작정 상경한 정씨는 막상 회사로 가보니 회사 건물은 보이지 않고, 5시간 동안 낯선 사람들한테 온갖 설득과 협박을 들어야 했다. 선배가 자신이 다니던 다단계 회사를 소개해준 것. 믿었던 선배한테 배신당하고 정착 자금 마련을 위해 빚까지 졌다.

# 스튜어디스를 꿈꾸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신씨. 스튜어디스 학원과 영어 학원을 오가며, 학원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데 시험에서 계속 떨어진다. 몸은 힘들고 가족들이 보고 싶은 외로움에 다음 공채에 떨어지면 다시 집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 의상학과를 졸업해 유명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박씨의 여동생은 친구와 함께 서울에 취직했다. 1년쯤 지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여동생. 박씨는 동생 앞으로 온 독촉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단계 회사에 취직한 동생은 카드마다 최고 한도까지 대출해 썼고 심지어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았다. 지금은 공장에 취직해 3교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폭넓은 기회 막연... 계획없이 올라와
다단계 영업등 피해 속출... 경제난까지


지방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위해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취업 상경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학원가나 고시원서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구직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www.saramin.co.kr)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방 출신 20, 30대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은 취업을 위해 상경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0명 중 5명은 취업을 위해 상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올해 지방대 졸업생의 취업 상경 계획은 2년 전보다 약 20% 가까이 증가했으며, 지방의 취업 인프라가 강화되지 않는 한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취업이 확정된 상태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무작정 상경해 머무르는 데 있다. 취업을 위해 상경하는 구직자는 ‘취업 기회가 많아서’,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서’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파격적인 조건의 허위 과장 광고를 내세워 지방에서 올라온 구직자를 현혹하지만, 실제로 다단계식 영업을 강요하거나 취업 보증금 요구, 구인을 가장한 학원 수강생 모집 등 피해 사례가 많다.

서울에 일자리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작정 올라와 강남 근처 고시원에 자리 잡은 권씨는 "오전에는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영어 학원에 다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작성하며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다른 구직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시원에서 지내거나 혼자 자취를 하면서 '경제난'과 '외로움', 두 가지 고통을 겪으며 취업 전문 학원이나 취업 정보 업체를 찾아다닌다.
지방대 취업정보센터 관계자는 "매년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졸업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취업 상경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학원 다니며 외국어 공부 열심
"인턴 기회 잡아 취업 꿈꾼다" 포부

'생활비 등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있어야 해서' 취업을 위해 상경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지난 1년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비수도권보다 12배가 올라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의 전세값과 집값 부담이 만만찮다. 또 서울의 물가지수가 세계 3위를 차지할 만큼 물가 상승률 또한 비용 부담에 한몫한다.

그러나 서울에 영어·컴퓨터 등 취업 전문 학원이 많고, 학원을 중심으로 취업 정보의 유통량 등 취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이유. 학원 수강생과 고시원 입실 인원 중 거의 절반이 취업을 위해 상경한 지방 출신 취업 준비생들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현재 휴학한 강씨는 지방보다 나을 거라는 이유 하나로 서울에서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토익 점수가 낮아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일단 서울에서 토익 점수만 올리고 내려갈 계획이다. 학원을 다니면서 점수를 올렸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단다.

H대를 졸업한 조씨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원하는 회사에 원서조차 내지 못하고 지방 설계사 사무소에 입사했다가, 결국 유력 건설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고향을 떠나 서울 시내 고시원에 자리 잡았다.

그는 최대한 잠을 줄이고 모든 시간을 자격증 시험에 몰두해 건축 업계 최고의 자격증인 기술사 자격증을 1년 만에 따냈고, 자신이 목표로 한 회사에 당당히 입사했다.

조씨는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투자한 노력만큼 결실을 얻는 게 취업"이라고 말했다.

사람인 김홍식 본부장은 "철저한 계획이 없으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취업 지역을 서울로 확정하기 전에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 기업을 선택해 취업 성공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을 살리고 싶어서 상경한 지방대 졸업반. 입사지원서만 30번이 넘게 냈지만, 결과는 실패. 계획 없이 서울이면 된다는 생각을 안고 올라온 것이 후회스럽다는 전씨는 인턴이라도 하고 내려가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태그:#여성, #우먼, #서울,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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