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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채 1년도 안 남았습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에서 열리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중국을 찾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중국에 있는 친구, 친지 등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걱정도 많이 되실 것입니다. 즐거운 기분으로 관광을 왔다가 불쾌한 기분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중국에 살고 있는 제가 중국에 오실 분들에게 조금의 도움을 드리고, 우리말을 아는 중국인들이 보다 훌륭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국 가기 전 중국을 알자'쓰고 있습니다.  지난 번 '택시에서 사기 당하지 않기'에 이어 오늘은 '가짜 돈 판별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에이. 쩌 실 지아더.(어이, 이건 가짜예요.)"
"션머?(뭐?)"


얼마 전 택시를 타고 돈을 주니 택시 기사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준 돈이 가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중국에서 가짜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지폐는 50원(한화 6000원~6500원)짜리 지폐나 100(12000~13000원)원짜리 지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택시 기사가 제게 가짜라고 들이민 지폐는 20원(2400~2600원)짜리였습니다.

20원짜리는 50원짜리나 100원짜리에 비해 가짜로 만들 만한 가치가 적은 지폐였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더욱 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진짜 20원짜리 지폐와 제가 준 가짜 2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면서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택시 기사가 설명해준 것처럼 두 지폐에 그려진 마오쩌둥 초상화의 색깔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났습니다. 속으로야 열불이 났지만 일단 다른 지폐로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대체 어디에서 가짜 돈을 받은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전 날 밤 탔던 택시에서였습니다. 약이 올라 미칠 듯 합니다. 택시 기사에게 가짜 돈을 받고 다시 택시 기사에게 가짜 돈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눈으로 봐도 제가 갖고 있는 가짜 지폐와 다른 지폐들 간의 차이가 명확했으나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 문방구 교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거 가짜예요?"
"에이, 이거 눈으로 봐도 그냥 보이잖아요. 진하잖아요."


눈으로 봐도 가짜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그야말로 바보처럼 당하고 만 저는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눈으로 봐도 구분할 수 있는데 '왜 당하냐?'고 묻고 싶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올림픽을 맞이해 중국에 오실 당신, 조심하십시오. 다음에는 당신을 노릴 지도 모릅니다. 무슨 공포 영화 문구 같군요.

남들 얘기 들어보면 가짜 돈을 구분하기도 쉽고 안 당할 것도 같지만 사실 생활하다 보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당할 수는 없는 일! 저는 제 나름대로 가짜 돈 구분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중국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택시 기사들에게도 물어보고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 나름의 비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중국으로 관광을 오실 우리나라 분들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드리고자 합니다. 수제자가 되는 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제자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너무 억지인가요?

자, 비법 전수합니다.

빨간 부분을 빛에 비추어 보면 꽃 그림이 나타난다. 가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 어느 것이 가짜일까? 빨간 부분을 빛에 비추어 보면 꽃 그림이 나타난다. 가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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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우리나라 지폐를 볼 때도 자주 보는 법인데 지폐를 들어 빛에 비추어 봅니다. 그러면 그림이 나타납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빨간 부분으로 표시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 곳에 꽃 그림이 나타납니다. 쉽지요? 허나 쉽기 때문인지 가짜 돈에서도 꽃 그림이 나타납니다. 아, 저 둘 중 어느 것이 가짜 돈일까요? 일단 가짜 돈을 판별하는 법을 다 듣고 나서 한 번 맞춰보세요.

둘째, 지폐를 잡고서 탁탁 펴봅니다. 택시 기사들이나 마트 점원들이 지폐를 받으면 탁탁 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니 느낌이 다르고 소리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지폐를 탁탁 펴 보면서 소리도 듣고 감각도 익혀보았습니다. 그러나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 번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진짜도 가짜처럼 느껴지거든요.

사실 이 두 번째 방법은 별로 추천해드리고 싶은 방법이 아니기도 합니다. 예민한 감각을 지니신 분이라면 효과 만점이겠지만 저처럼 감각이 둔한 사람이라면 마음의 의심만 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병 됩니다. 병! 그래서 저는 의심스런 돈을 받으면 바로 대형 마트에 가서 씁니다. 괜히 가지고 다니면서 마음의 병을 키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셋째, 마오쩌둥 초상화가 그려진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울퉁불퉁한 느낌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래도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에 괜찮은 방법입니다. 위의 사진에 빨간 색으로 표시된 동그란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봅니다. 저 둘 중 하나는 울퉁불퉁한 느낌이 오는데, 하나는 매끄러운 느낌이 옵니다.

목덜미 부분을 만져보면 매끄럽다.
▲ 이것은 가짜 돈! 목덜미 부분을 만져보면 매끄럽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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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소개한 방법에 비해 따라 하기 쉽지만 그렇다고 100% 확신하기는 힘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50원짜리나 100원짜리를 받을 때는 반드시 저 부분을 만져 확인해보는데 오래 쓴 돈은 오래 써서 그런지 진짜 돈인데도 잘 안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목덜미 부분을 만져보면 약간 까끌까끌한 느낌이 난다.
▲ 이것은 진짜 돈! 목덜미 부분을 만져보면 약간 까끌까끌한 느낌이 난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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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통 피해갈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하실 텐데요. 그런데 이게 무슨 비법 전수냐고요? 보다 확실한 비법이 한 가지 있긴 있습니다. 다만 좀 귀찮을 수도 있고 시간도 걸리기에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항상 진짜 돈으로 판별된 것을 지갑에 한 장씩 넣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입니다. 자 아래 사진을 일단 보십시오.

맨 아래 20원짜리 지폐를 실제로 보면 다른 점이 확연히 눈에 띈다.
▲ 가짜 이제 구분가능하신가요? 맨 아래 20원짜리 지폐를 실제로 보면 다른 점이 확연히 눈에 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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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동그라미만 집중해보십시오. 다른 점이 느껴지십니까? 사진상으로는 잘 안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위 세 장의 지폐 중 제일 아래 쪽 지폐는 위의 두 지폐에 비해 마오쩌둥 얼굴색이 매우 진합니다. 그리고 위 두 지폐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매우 조악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서 한 번이라도 이렇게 비교를 했다면 가짜 돈을 받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매번 별의 별 방법을 다 써서 당하지 않으려고 해도 당하는 것은 일순간입니다. 게다가 위조지폐에 대해 경계심이 덜한 외국인이라면 나쁜 마음을 품고 위조지폐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낚시감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나마 택시 등 돈의 액수가 적은 곳이면 다행이지만 돈 액수가 크면 문제가 됩니다. 그럴 때 정 의심이 가면 은행이나 호텔 등 위조지폐 판별기가 있을 법한 곳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비법이 비법 같지 않다고요? 하긴 이래 저래 관광하고 다니다 보면 이렇게 세세하게 신경 쓸 여유가 생기지 않기도 할 것입니다. 수제자에게도 자신만의 마지막 비기는 전수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된 이상 오마이 독자 여러분에게 제 마지막 비기를 전수해드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가짜 돈을 받지 않는 최고의 비법은 초연해지는 것입니다. 설령 가짜 돈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냥 웃으십시오. 20원짜리 가짜 돈을 받았다면 20원 내고 20원짜리 가짜 돈이라는 기념품을 샀다고 생각하십시오. 사실 가짜 돈도 그렇게 만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내년 올림픽 때는 외국인 특수를 노리고 가짜 돈이 시중에 많이 흘러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 국가 이미지를 생각해서 최대한 방어하려 할 것이고 그렇다면 가짜 돈을 만나기도 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돈을 돈으로 보지 마시고 기념품으로 보십시오. 그러면 가짜 돈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억지라고요?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비법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다. 사실 제가 드리고 싶은 정말 중요한 얘기는 가짜 돈을 저런 식으로 세세히 다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오시라는 것보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오시라는 것입니다. 강펀치가 날아올 것이라는 것을 아는 복서는 그 펀치를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을 합니다.

그래서 강펀치를 맞아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요. 내년 중국에 관광 오시는 분들도 들뜬 마음만으로 오시지 마시고, 중국에서 이런 불쾌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 한 쪽 구석에만 살며시 모셔 놓으십시오.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해도 즐거운 관광을 망치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오셨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얼마에서 얼마 사이로 돈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에서 위조 지폐는 아래 것입니다. 벌써 다 눈치채셨나요?



태그:#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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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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