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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은 소띠 저는 뱀띠입니다. 궁합도 안 본다는 찰떡궁합이라고 결혼할 당시 양가 부모님들, 주위분들께서도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결혼한 지 어느덧 6년이 되어가고, 그 사이 귀염둥이 두 아들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저런 의견 충돌로 인해 모든 부부가 그렇듯 좌충우돌이 많았습니다.

신혼 때 비해 지금은 서로 참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커서인지 싸워도 예전처럼 살벌하진 않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제가 먼저 풀어주곤 한답니다. 완전히 바뀐 셈이지요. 신혼 때는 항상 남편이 먼저 잘못했다며 빌었지만 이제는 아예 말을 안 하기 때문에 답답한 걸 싫어하는 제가 먼저 지고 들어가는 거지요.

지난 4월 시댁에 내려갔을 때였습니다. 어머님께서 가방 속을 뒤척이시더니 저에게 노란 부적을 내미셨습니다.

부적 어머님께서 주신부적
▲ 부적 어머님께서 주신부적
ⓒ 전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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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들 올해 삼자가 들었단다."
"항상 조심 허고 서로 싸우덜 말고 차 조심허고……."
"요거 갔다가 현관문 위에 꼭 붙어놔라이."

어머님께서는 저에게 꼭 부적을 붙어놓으라며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며칠 전 읍내 점집에서 저희들 점을 보셨다고 합니다. 삼자가 들었다며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는 소리에 어머님께선 기꺼이 쌈짓돈 3만원을 투자해 부적을 사오신 거였습니다.

저는 그 당시 부적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인지 어머님의 신신당부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붙어놓기는커녕 아예 가방 속에 며칠 동안 처박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거였습니다. 중장비 사업을 하는 남편의 일이 자꾸 취소가 되고, 갑자기 아버님께서 입원을 하게 되고, 아이들도 아프기 시작하면서 문뜩 어머님께서 주신 부적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그제야 가방 속에 있던 부적을 꺼내어 현관문 위에 붙여놓았습니다.

부적을 붙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미신을 별로 믿고 싶지 않아서 부적을 붙이지 않았고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삼자들었다는 어머님 말씀을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일은 생각과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저도 모르게 부적에 의존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아무튼 3년이라는 세월동안 우리 가족 모두 무탈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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