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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 해소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외국어고와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 신설 유보방안을 6일 전격 발표했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에서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평준화 보완 차원에서 도입된 특목고 중 일부가 입시 기관화되어 과열과외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책안이 나올 때까지 특목고에 대한 신설을 유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시도에서 추진하는 외국어고 설립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특목고는 모두 129개교(학생 76671명)인데, 이 가운데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각각 29개와 19개다.

 

올 3월 정책연구 방법대로 특목고 정책 진행?

 

교육부 중견 관리는 이날 "특목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안은 10월 말쯤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외국어고와 국제중·고 폐지를 권고한 '정책연구보고서'를 받아든 지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교육부의 발표는 올해 3월 교육부에 공식 보고된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중장기 운영 방향 및 발전방안 연구'란 제목의 정책연구 내용과 흡사하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연구책임자 이종태 한국교육연구소장)은 "외국어고는 특목고로서 유지될 하등의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제도 자체의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교 평준화 위협, 사교육 창궐, 폐쇄적 특권집단 형성을 막는 것이 참여정부가 해야 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이어 보고서는 "최소한 향후 증설은 불가하며 현존 외국어고에 대해서도 과감한 개선조치가 필요함은 명확하다"면서 "(이들 학교를 그대로 두더라도) 일체의 증설이나 증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대국민 선언이 필요하다"고 정책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교육부의 발표는 대국민 선언 형식은 아니었지만 '일체의 증설과 증원'을 일단 금지했다는 점에서 정책보고서의 내용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이미 지난 8월 24일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미래교육 비전 전략안'에서 예상된 것이었다. 이 보고서는 '교육개혁과 새로운 도전'이란 항목에서 두 차례에 걸쳐 특목고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교육혁신위원회는 우선 "고등학교 유형 다양화 정책을 추진했으나 일부 특수목적고가 대학입시기관으로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교육혁신위원회는 "일부 특수목적고가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등의 문제가 상존 한다"면서 "학교체제 내에서 진급과 진학과 계열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글귀대로 본다면 특목고에 대해서는 일반 학교 안 학생선택권 강화방안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범정부차원 대책안, '해소 방안'도 논의 선상에

 

자연스럽게 올해 10월 말까지 발표 목표인 특목고 제도개선 대책안의 내용에 눈길이 쏠린다.

 

교육부는 이미 이를 전담할 T/F팀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정책연구를 결정하고 올해 3월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라 착착 준비를 해온 것이다.

 

지난 5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고쳐 '특목고 설립 시에 교육부장관과 사전협의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는 12일에는 특목고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발표자는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외국어고의 학습력 신장 정도'를 측정한 내용을 뼈대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원은 자신의 실명과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렸다. 하지만, 연구내용을 잘 아는 주변 인사에 따르면 외부 변인을 통제할 경우 외국어고 학생들의 학습력 신장은 일반계 고등학교의 그것에 견줘 '제로에 가까웠다'고 전해졌다. 특수목적고의 어학·과학 영재교육론이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교육부는 현재 외국어고를 일반계 고교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올려놨다고 중견 관리는 말했다. 이 관리는 "어학영재를 따로 모은 특목고 형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외국처럼 학교 안에서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 안 통합영재교육론이 우세할 경우 외국어고 등 일부 특목고에 대한 '해소'라는 극약처방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 '특목고 해소론'은 이미 교육부 정책연구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날 시도교육감 회의자료에서 "다양한 목적의 학교 형태가 혼재된 특목고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번 특목고 대책은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교육부 T/F팀 말고도 '대학입시 정책과 외국어고 문제'를 다룰 T/F팀을 이미 8월에 구성해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이 당시는 대입 내신반영률을 놓고 청와대와 대학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때다.

 

정부는 '일부 대학이 내신을 무력화하려는 이유는 내신이 좋지 않은 외국어고 학생을 더 뽑겠다는 욕심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발과 환영 극명, 교육계 핵폭풍 예고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원희)는 성명에서 "교육부가 특목고 문제에 대해 중앙 규제적 발상으로 계속 물의를 일으킨다면, 시·도교육위원회협의회와 연대 활동 등을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고 교장단 등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16일 중학생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외국어고 대비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는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들도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회장 윤숙자)는 "초·중학교 입시경쟁 조장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 설립 불허 방침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이번 기회에 외국어고와 국제고와 같은 설립목적이 모호한 학교는 전면적인 정책전환을 검토해야한다"고 사실상 해당고교 폐지를 요구했다.

 

정애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진화) 대변인도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교육부가 특목고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교육부는 본래 학교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 시 학교 설립 취소 등 강력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특목고 문제는 단체마다 찬반양론이 극명하다. 정부의 '특목고 대책안'의 내용이 교육계 핵폭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어고#특목고#교육부#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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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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