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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봄날 꽃무리가 많은 곳을 찾아 달콤한 꿀과 화분을 모으고 있다.꿀벌이...
▲ 꿀벌 봄날 꽃무리가 많은 곳을 찾아 달콤한 꿀과 화분을 모으고 있다.꿀벌이...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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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야간조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야간작업은 보통 밤 9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8시에 끝이 난다.

"저 미안하지만 내일 아침 아는 사람 벌침 좀 놔주세요. 부탁합니다."

엊그제 저녁에 출근하여 작업하는데 같이 벌침공부 하는 한 분에게서 문자가 왔다. 난 벌침 맞겠다고 하면 단 한사람일지라도 가서 시술해준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나는 기쁜 마음으로 부탁을 들어 주겠노라고 답신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퇴근하면서 일러준 대로 곧장 갔다. 벌침 맞을 분은 40대 후반 여성으로서 우리집과는 정반대에 살고 있었다.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거 같았다. 버스로 한참을 달려 그곳에 도착해서 그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마트 안 의자에 앉았고 우선 증상이 어떤지 살폈다.

"배드민턴 치다가 다리를 접질렸어요."

걸을 때 보니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고 있었다. 안쪽으로 접질린 왼발 등이 많이 부어 있었고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침 맞은 자국이 있었다.

"어제 한의원에 가니 쇠침을 놓고 벌침도 놓더라고요."
무슨 자국이냐고 물으니 그렇게 대답했다.

"벌침은 많이 따갑고 붓고 가렵고 열이 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나는 발침으로 여러 군데 시침하려고 꿀벌 꽁무니에서 벌침을 뽑아 아픈 다리에 놓으려 했다.

"아~ 무서워요."
그녀는 소릴 지르며 시침이 안 될 정도로 다리를 흔들었다. 그 사이 뽑아 놓은 벌침 생명이 다해 더 이상 찔러지지가 않았다. 벌침은 쇠침과는 달리 작동에 의해 시침된다. 작동이 멈추면 더 이상 시침이 불가능한 게 벌침이다.

'어제 벌침 놔달라고 부탁한 사람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네.'

그랬다. 같이 벌침 공부하는 분과 통화 할 때는 벌침 놔달라고 부탁을 했고 잘 참고 맞겠다고 해서 내게 의뢰한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것도 발침으로 놓으려는데 이렇게 기겁을 하며 겁내 하다니...

대화를 해보니 그녀는 몇 년 전 벌초 갔다가 땅벌에 많이 쏘여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과민 반응은 뭐지? 난 알 수가 없었다.

"벌침은 참을성이 많아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발침은 못 놓을 것 같아서, 이번엔 직침 한방을 놓으려 꿀벌 한마리를 꺼냈다

"많이 아파요. 얼마나 아파요?"

참 희한한 아줌말세. 꿀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땅벌에게도 쏘여 봤으면서 그것도 많이 쏘여 봤으면서,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꿀벌 한방 맞는데도 이리 호들갑이니... 이 무슨 조화인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발목 가장 많이 삐어 아픈 자리에 직침을 시침했다

"아야... 아~"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딴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신음소리를 크게 냈다

"야, 지나가는 사람들 다 본다야. 그만 소리 질러."

옆에 같이 따라온 아줌마가 한마디 했다. 벌침 액이 좀 더 들어가도록 벌침을 놔두고 싶었으나, 그녀가 너무 아프다고 고성을 질러서 그만 뽑아 주었다. 그녀의 상태로 보아 여러 군데 시침을 해야 하는데 "싫어요, 안 맞을래요"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난 그녀의 태도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벌침 놔 달래서 야간작업하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왔는데, 내가 온 성의를 봐서라도 아파도 참고 맞았으면 싶었는데.

나는 시침을 중단했다.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라는 거 그냥 와버렸다. 중요한 것은 접질려 절룩거리며 걷었던 아픈 다리가 낫는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질병이 호전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우선 벌침 놓을 때 따끔한 것, 가려운 것, 붓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시킨다.

"너무 따가워요." "너무 가려워요." "너무 부어올라요."

사실, 벌침은 따갑고, 가렵고, 붓고, 열나는 4대 작용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못 참고 못 견딘다면 벌침요법은 시술 받을 수 없다.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다음부터는 다시는 벌침을 맞을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어제 야간작업 들어가서 4시간 작업하고 새벽 1시에 야식을 먹으러 갔었다. "아저씨, 저 토요일 벌침 한 번 더 맞고 싶은데요." 한 식당 아줌마가 배식을 하다말고 날 발견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토요일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벌침 봉사해 주기로 했다. 그 아줌마는 벌침 시술 시 오는 4가지 작용보다 벌침으로 몸이 좋아지는데 관심을 두니 더 맞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런 분 만날 때마다 행복하다. 벌침의 따가움도 가려움도 부음도 열남도 모두 부작용이 아니라 약효로 받아들이니 더 맞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분들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더 기쁘고 고맙다. 그래서 나는 벌침 자원봉사를 멈출 수 없다. 벌침을 기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분들이 있는 한.

덧붙이는 글 | *벌침은 공해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좋은 자연요법이다



#꿀벌#벌침#봉침#벌침요법#직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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