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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한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개막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스태프들도 많이 늘어나 평소 한적하던 사무국은 곳곳에서 팀별 회의가 이어지며 영화제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줬다.

 

오는 10월 4일, 열두 번째 막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과 해외 초청인사 등 연인원 20여만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행사다. 따라서 운영을 위해 상당히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데, 상근 스태프를 포함해 대략 1000여명을 웃도는 사람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돼 9일동안 펼쳐지는 영화제를 뒷받침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올해 활동하는 자원봉사자의 숫자만 824명. 이들이 없다면 영화제의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모집에는 모두 4390명이 지원했다. 전년도 보다 399명이 늘어난 숫자로 역대 최다 모집률이다. 경쟁률은 6:1. 전년도에 비해 149명이나 증원했음에도 해마다 치솟는 경쟁률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지원자를 살펴보면 20대가 95%로 압도적이었고, 지역별로는 부산이 71%로 역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서울, 경남, 경기 순으로 지원호응을 얻어 부산 경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점차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8월 10일 최종합격자가 확정되면서 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실무작업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6:1의 경쟁률을 뚫고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이들이 '영화제를 위해 봉사한다'는 는 사명감을 안고 조직위와 함께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6일 오후 부산 시네마테크 회의실. 교육시간을 30여분 앞두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자원봉사자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가족같은 분위기다. 이날은 안내데스크 팀의 교육이 있는 날. 처음 만났을 때는 낯설었는데, 두 번째 만남이다보니 어느 정도 얼굴이 익었던지 교육 시간을 기다리며 풀어내는 수다는 그칠 줄 몰랐다.

 

한참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안내데스크는)어떤 기준으로 뽑았냐?"고 묻자 톡 던지는 듯 한 담당 스텝의 답변이 바로 돌아온다. "우린 미녀들만 뽑았어요!"  이내 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이날 교육대상인 안내데스크는 영화제에 대한 문의와 손님들에 대한 안내 등 영화제의 간판이 되는 일을 맡는다. 그래서 책임감있고 성실함이 우선으로 요구되는 자리다. 선발기준도 이 부분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 담당 스태프 우승인씨의 설명이다.

 

자원봉사 선발은 각 파트별 담당 스태프가 결정한다. 온라인 지원서를 통해 필요한 자격증 소지여부나 회화 실력 등을 파악한 후 1차로 2.5배수를 선발하고 이후 면접을 통해 최종 대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아시안필름마켓이나 초청팀 등은 어학능력을 특히 중시하지만 각 파트별로 선발기준이 다르다고 한다.


자원봉사 담당 스태프인 우승인씨는 관객으로 3년, 자원봉사자로 3년 참여한 베테랑이다. 같은 일을 맡고 있는 정희진씨는 최근 스태프로 합류했다. 이번 영화제 기간 중 역할을 나눠 우승인씨는 남포동 상영관과 피프빌리지를 담당하고, 정희진씨는 해운대 상영관인 메가박스와 프리머스를 맡게 된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교육에는 29명 중 24명이 참석해 높은 출석률을 나타냈다.

 

영화제를 돕는다지만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영화제 기간동안 영화 한 편 여유있게 볼 시간 없이 동분서주해야 한다.

 

때때로 관객들과 부딪혀야 되고, 업무에 따라서는 새벽까지 일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원봉사를 선택, 평일 시간을 쪼개 교육에 참여한 이유는 영화제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다.

 

이날 교육 프로그램은 ▲쪽지 작성하기(내가 관객이라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해) ▲총무팀 스태프 소개 ▲영화제 공부하기 ▲3차 교육답사관련 문의 ▲매니저 선발 및 투표 등이었다.

 

현장에서 함께 소통해야할 총무팀 스태프들과 상견례를 한 후 시작된 교육은 안내데스크가 반드시 알아야할 영화제 전반에 대한 이해와 현장 실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역일간지에 실린 영화제 기사와 영화제 개요를 프린트 한 자료가 오늘의 교재. 담당 스태프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제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했고, 듣는 눈빛들은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고 열의있게 임했다.  

 

 

안내데스크 자원봉사자들 중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34살 장수영씨.

10회 때 '옥외홍보'에서 활동했던 장씨는 이번이 두 번째 자원봉사다. 지난해에도 지원했었지만 아쉽게 떨어졌는데, 이번에 다시금 기회를 갖게 됐다. "자원봉사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 그는 "부산영화제를 홍보하고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일을 맡게돼 만족한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부분"도 그가 꼽은 장점 중 하나다.


22살로 동아대 재학중인 이은홍씨는 안내데스크팀의 가장 막내. "영어 실력 때문에 뽑힌 것 같다"는 그는 "부산영화제를 소개하는 위치라 의미가 있다"며 "영화제가 다가오면서 조금 두려움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부산대에 재학중인 심은진씨도 "(관객들이)부산영화제를 제일 처음 만나는 자리고 영화제를 알린다"는 점을 안내데스크 업무의 매력으로 꼽았다.

 

이들은 영화제 기간동안 부산역과 남포동 피프광장, 해운대 상영관, 피프빌리지 등에서 부산영화제의 간판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은 이달 말까지 각 파트별로 이어지며, 10월 2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부산영화제 조직위는 영화제 기간중인 10월 6일 '우리들의 행복한 PIFF'를 부제로 자원봉사자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해 부산영화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준 역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할 예정이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도울 이색 자원봉사자들

피프커플, 쌍둥이 자매, 일본인 등 다양


1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도울 자원봉사자들 중 특색있는 자원봉사자들을 소개한다.


[영화제 커플] 직장인으로 양산시 웅상읍에 거주하는 이해신·박지은씨는 10회 영화제 때 남포동 상영관 자원봉사자로 만나 1년간의 열애끝에 결혼까지 한 영화제 커플이다.

 

영화제가 인연이 된 덕분에 이들의 결혼식에는 담당 스태프와 동료 자원봉사자들이 축가를 준비해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9회 때도 초청팀(피프센터)과 상영관팀(남포동)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이들 부부. 올해는 주말 및 야간근무로 남포동 상영관을 도우며 결혼을 알선해준 부산영화제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쌍둥이 자매] 1986년 3월 14일에 태어난 박효진, 박현진양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 지원자는 종종 있었지만 쌍둥이 자매는 올해가 처음이라는 게 영화제 측의 전언이다. 영상과 디자인 등 예술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두 자매는 영화제 기간 동안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함께 활약하게 된다.


[최고령] 최고령 봉사자는 '해외초청 일어통역'으로 활동하게 된 가정주부 허행강(56)씨. 동경에서 태어나 13살부터 한국에서 생활한 허씨는 국제물류대전, 맹인복지회관 일어강의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이번에도 '해외초청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든 열심히 하겠다'는 열의에 조직위가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최연소] 최연소 자원봉사자는 1989년 2월 28일생으로 해운대 상영관에서 활동하게 될 김태연 양. 부산외국어고등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올해 부산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김 양은 '입시생일 때 영화제에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하다가' 이번에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외국인] 혼다 오사무(동아대학교 졸업·일본 거주)씨는 올해 유일한 외국인 자원봉사자다. 지난해 해단식에서 우수 자원봉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혼다 오사무씨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 한국으로 파견근무를 시켜줄 수 있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현재 본국으로 돌아가 취업준비 중이며 영화제에 맞춰 들어올 예정이다. 혼다 오사무씨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남포동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이밖에 양지연(프로그램팀 비디오룸), 황수연(AFA홍보팀 프레스센터), 손영주(초청홍보팀 프리뷰룸운영), 김형준(초청홍보팀 홍보디자인보조)씨 등은 함께 할 동료없는 1인 활동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돕게 된다.

 


#부산국제영화제#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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