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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선언 2주 만에 여론조사 3%를 넘어서서 범여권 유력 후보자들을 단숨에 제쳐버린 괴력의 소지자. '문국현 현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낼 만큼 개혁적 지지 세력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몰고 오고 있는 그가 요즘 뜨고 있는 문국현 후보(전 유한킴벌리 사장)다.

 

문 후보의 이러한 인기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문 후보의 이 '문풍'이 예사롭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9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문 후보 초청강연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이 각 분야에서 많은 지지자들이 몰려 강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문 후보가 자신의 비전 보따리를 푸는 동안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숨죽인 그들, 이미 감동할 자세가 된 듯 했다.

 

그러한 그들에게 문 후보는 한국경제의 비전을 얘기했다. 부패와의 단절을 말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사람에게 희망이 있으니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말했고,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개발독재시대의 경제와 단절해야 한다고 했다. 지식창조의 21세기 경제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눈을 크게 뜨고 우리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중심이 되고, 세계와 경쟁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사람 중심, 일자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이 모든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역시, 감동했다. 그들은 그의 비전에 동의하는 듯 했다. 그 동안 그 어떤 대선후보도 주지 못한 희망을 얻은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목말라했다. 뭔가 허전해 했다. 문 후보가 구체적인 실현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문 후보의 강연이 끝난 뒤, 이도헌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가 그의 가장 큰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문 전 사장은 과로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 교수들은 과로를 하면서 까지 일하면서도 과연 이 일에 보람이 있을까 고민한다, 이공계 붕괴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묘안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문 후보는 "이공계 교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게 웬 뚱딴지같은 대답인가? 어렵다는 데 더 늘려야 한다고?

 

문 후보는 이렇게 설명했다. "교수로 대표되는 21세기 지식산업, 곧 문화와 디자인, 패션, R&D, 컨벤션 산업 등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500만개의 일자리가 모자라다, 현재는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한국에도 선택의 기회가 있도록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이공계 인력 1/3을 다 소화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내가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중소기업 10만개를 육성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이공계 기술자들이 많이 필요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연구자로서 박사학위 코스에 진학해야 할까, 한의대에 편입할까, 아니면 고시공부를 해 볼까를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뜬 구름 잡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강연을 들었던 한 카이스트 학생은 문 후보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묘안을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사장님의 답변이 뭐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장황한 상황 설명 끝에 대안은 '교수 수를 늘인다' 달랑 그거 하나였습니다, 저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고 엄청나게 실망했습니다, 너무나 상황 파악과 준비가 안 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발전 방안을 가지고 있나?"

 

이에 문 후보는 "대덕단지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양적으로 규모가 커질 때까지 도와야 한다"라며 "인하우스 이노베이션(in-house inovation, 내적 쇄신)적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경부운하 같은 생각이 나오는 것이다, 글로벌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지속적 추진이 과연 이루어 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실제 지역에서는 행정도시 건설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명박 후보가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에 관심도가 높아 단골로 나오는 질문이다.

 

그는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연합의 수도가 한국에 와야 하고, UN의 아시아 본부가 한국에 와야 한다, 시각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머물지 말고 더 크게 봐야 한다"며 "건물과 도로 등 하드웨어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재와 교육 등 소프트웨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 백번 옳은 소리다. 하지만, 그들은 대학교수님을 원하는 게 아니다. 대선에서 '공자 왈 맹자 왈'을 읊는 스승님을 뽑자는 것도 아니다. 왜곡된 사회 현실을 해결해 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문 후보가 말하듯이 '진짜 희망'을 국민들에게 던져 주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하고,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을 하기에는 남아 있는 대통령선거 시간도 너무 짧다.

 

지금 불고 있는 '문풍'이 오는 12월 대선에서 '허풍'이 아닌 '태풍'이 되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개발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그:#문국현, #카이스트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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