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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기 전의 감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은 윗부분을 자르면서 함께 철거됐다
 자르기 전의 감나무. 위에 있는 까치집은 윗부분을 자르면서 함께 철거됐다
ⓒ 정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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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울음소리로 하여 잠을 깼다. 한 달 전만 해도 매일 듣던 까치 울음소리를 요즘 잘 들을 수 없었는데 오늘(9/10) 들려온 것이다. 그런데 잠에서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까치 울음소리를 떠올리다가 벌떡 일어났다.

창밖을 내다봤다. 역시 감나무였다. 그러나 그 자리가 아니었다. 늘 앉던 그 자리 대신 훨씬 아래 가지에 앉아 있었다. 하기야 다 잘리고 없는 가지에 어떻게 앉을 수 있을까. ‘달내일기(112)-드디어 감나무를 자르다’에서 이미 알린 바 있지만 십여 미터가 넘는 감나무를 자르면서 까치집도 철거했다. 그러니 저절로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잠옷 차림으로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그러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녀석은 날아가고 말았다. 이미 나를 적으로 생각했음인가.

오늘부터 토요일까지는 직장 관계로 집안일을 할 수 없으므로 일찍 일어난 김에 뭔가 할 일을 찾다가 돌계단 올라오는 길목에 버려둔 까치집이 생각났다. 말렸다가 나중에 불쏘시개로 쓰면 그만일 것 같아 두었는데 그동안 비가 계속 오는 바람에 그냥 놓아둔 터였다.

그런데 … 까치집을 해체하다가 잠시 손을 멈추어야 했다. 둥지를 만들어놓은 가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아니 그 정교함이란! 마치 목재소 같은 데서 똑같은 크기의 목재를 다듬어 늘어놓은 듯 길이와 굵기가 비슷비슷했다.

원래의 2/3쯤 자르고, 까치집마저 철거한 현재의 감나무
 원래의 2/3쯤 자르고, 까치집마저 철거한 현재의 감나무
ⓒ 정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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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어떻게 물어왔는지 여러 종류의 나뭇가지로 얽히고설키게 엮어 만들어 놓았다. 그동안 진흙에 감싸여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번 비로 진흙이 다 떨어져나가는 바람에 그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원래 까치집은 둥지로부터 50m 이내의 나뭇가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나의 둥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뭇가지 수는 대략 1,000개 안팎이고, 길이는 한 자(30㎝) 정도에,  굵기는 지름이 0.5~1cm쯤 되는 나무를 이용한다. 그리고 둥지의 재료로 사용하는 나뭇가지는 소나무, 참나무 등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있던 까치집은 감나무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낙엽송과 뽕나무가지가 섞여 있었다.

둥지를 만들 땐 나뭇가지로 기초를 쌓고 그 안에 진흙과 마른풀로 굳힌다. 그런 뒤 둥지 옆면에 자기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한 개 또는 두 개의 출입문을 만든다. 알 낳을 때가 되면 마른풀이나 부드러운 마른 나무껍질을 깐다.

처음 감나무에서 잘라냈을 때의 까치집. 사진상으로는 진흙이 잘 안 보이나 안쪽으로 진흙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처음 감나무에서 잘라냈을 때의 까치집. 사진상으로는 진흙이 잘 안 보이나 안쪽으로 진흙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 정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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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로 전하는 건 간단하고 쉽다. 그런데 진흙이 다 떨어져나가고 나뭇가지로만 된 집을 들었을 때 까치란 새를 다시 한 번 더 보게 됐다. 처음에 진흙이 있기에 집이 안정되게 유지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비 때문에 진흙이 다 떨어져나갔음에도 전혀 망가지지 않은 채 들리는 게 아닌가.

나뭇가지의 엮음이 단순한 엮음이 아니었다. 한 가지가 다른 가지를 걸고, 그 가지를 또 다른 가지가 걸고 … 이렇게 가지와 가지가 서로 걸고 엮어, 흔히 쓰는 말로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여 웬만한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받침대 없이 나뭇가지만 두 갈래로 벌린 곳에 둥지를 짓고 있자면 안정성이 가장 문제였으리라. 10여 미터 높이에서 큰비와 폭풍에도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엮음에 있었던 것이다.

박새집도 몇 번 보았지만 녀석은 주로 풀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박새는 안정된 자리에 집을 지으니 그 노력과 정교함에서는 도저히 까치집을 따를 수 없었다.

까치는 요즘 시골에서 가장 우환거리의 새다. 콩을 심으면 싹 나기도 전에 빼먹고, 과일이 발갛게 익으려 하면 어느 새 쪼아 구멍을 내고 …. 게다가 전봇대에 지은 까치집은 갑작스런 정전사태까지 일으킨다. 정말 몹쓸 새다. 우리 주변에서 쫓아버려야 할 새인지 모른다.

까치집을 이루었던 나뭇가지들을 넉 줄로 늘어놓아보았다. 길이와 크기가 비슷비슷한 게 너무 신기하다
 까치집을 이루었던 나뭇가지들을 넉 줄로 늘어놓아보았다. 길이와 크기가 비슷비슷한 게 너무 신기하다
ⓒ 정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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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원래 까치의 터전에 인간이 침범해서 일어난 일이지 인간의 터전에 까치가 침범한 건 아니다. 까치집을 해체하면서 까치의 존재 의의를 새삼 다시 생각해본다. 오늘 출근길에는 오랜만에 들국화의 노래 <유정무정>을 들어보아야겠다.

우리는 매일 만나고
우리는 매일 떠나고
우리는 매일 돌아온다
우리는 매일 만나고
우리는 매일 떠나고
우리는 매일 돌아온다
높히 솟은 미루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애틋해 애틋해
까치도 그리 알리라
까치도 그리 알리라
(이하 생략)


태그:#까치집,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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