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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경주를 알아보기 전에 낙타와 베두인에게 낙타는 어떠한 의미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낙타는 '사막의 배'라고 불린다. 낙타의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600만 마리 정도이며,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 밀집되어 있다(그 중 소말리아는 700만의 낙타인구를 자랑한다). 낙타의 종류에는 Dromedary(아라비안 낙타)와 Bactrian이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낙타 등에 형성되어 있는 혹의 차이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Dromedary 낙타의 경우 등에 하나의 혹이 있지만 Bactrian의 경우 등에 2개의 혹이 있다.

 

 (좌) Dromedary, (우) Bactrian
(좌) Dromedary, (우) Bactrian ⓒ 심태용

낙타는 중앙아시아와 동아프리카 지역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며 평균 수명은 50에서 60년 정도 된다. 완전하게 성숙한 낙타는 어깨기준으로 약 185cm의 높이로 자라며 혹을 기준으로 약 215cm 정도로 자란다. 이들은 약 3500년∼3000년 전에 사육되기 시작하였다.


사육을 통하여 베두인들은 낙타유(우유보다 몸에 좋다고 한다)와 고기, 그리고 농작, 교통 등의 수단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낙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낙타를 자식처럼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농작 사회에서 소가 집안의 재산이며 정성을 들여 자식처럼 키워왔던 것과 같이 베두인에게 낙타는 생활을 함께하는 친구였다.


낙타 경주는 UAE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낙타경주는 아랍 에미리트의 전통 스포츠이며 현지에서도 현지인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목적은 다르지만) 매우 인기가 있다.


낙타 경주의 초기 형태는 매우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즉, 결혼식이나 특별한 잔치에 열리는 비공식적인 경주가 그 초기 형태였으나 현재는 특화된 경주용 트랙이 전국적으로 건설되었을 정도다. 특히 Al Wathba의 낙타 경주 페스티벌은 세계인들을 현지로 불러모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수백 년 동안 사막에서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낙타와 인간의 사회-경제적 관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석유가 발견되고 산업의 발달로 인해 석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의 인생에도 상당한 변화가 왔다. 물론, 낙타의 상징적인 중요성은 유지되었으나 실용, 경제적인 필요성(낙타유, 고기, 수단)은 조금씩 축소되었다. 또한,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베두인의 생활은 서구화되기 시작하였다.


단기간 동안의 갑작스러운 변화의 힘은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전통과 관습을 조금씩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의 풍부하고 중요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시작하였고 전통을 간직하는 움직임 (전통 의상 등)은 낙타경주를 포함한 많은 전통의 것들을 다시 재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결국, 과거의 비공식적인 행사에서 벌어지던 낙타경주는 이제 더욱더 공식적이고 프로페셔널 한 경주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에는 특별한 교배방식,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낙타경주의 치솟는 인기는 낙타가 없는 지역으로까지 번지기 시작하여 호주의 경우 1998년 N.S.W의 Leeton 경주에 약 1만 명의 관중이 참석하게 되었다.


UAE 내에서 경주하는 낙타는 Dromedary(아라비안 낙타) 계열 중 백색이나 금색 털을 가진 'Anafi'와 갈색이나 흑색의 'Boushari'가 적격으로 선택된다.


UAE 정부 차원에서도 낙타경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UAE 대통령은 낙타를 돌보는 직업을 가진 시민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 주고 있다. Sheikh Zayed UAE 대통령의 경우 1만4000필의 낙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 낙타를 관리하는 인력을 약 9000명 거느리고 있었다고 한다. 현 두바이 통치자 Sheikh 모하메드의 경우 약 2000필의 낙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낙타경주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UAE에는 약 1만4000필의 낙타가 낙타경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고용창출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고용창출은 바로 외국인들을 말하는 것이며 파키스탄과 오만 등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다. 또 계속되는 인기로 인해 이들은 직·간접적인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 인기 있는 낙타와 트레이너의 경우 카타르 등지로 원정 경기에 참석한다고도 한다.


UAE에는 약 15개의 공식적인 낙타경주용 트랙이 있다. 여기에는 잘 정비된 관중석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시 외곽에 위치한다. 경주 거리는 4∼10km 정도의 거리로 경주의 성격마다 다르며 한 번에 15마리에서 70마리 이상 참가하게 된다.


경주용 낙타 훈련 기간은 약 6개월이며 공식적인 낙타 경주에 참가하는데 약 3년이 걸린다. 낙타의 선수생활(?)은 남성의 경우 10년 정도 유지되나 여성의 경우 2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훈련된 낙타는 단거리의 경우 최고 속도가 시속 64km까지 나온다고 하며 장거리의 경우 시속 40km를 유지한다고 한다.


모든 경주용 동물에 적용되는 것이겠지만, 걷기와 뛰기 형태의 운동과 다이어트는 매우 중요하다. 경주용 낙타의 경우 연맥, 쌀겨, 대추야자, 그리고 우유가 주 사료가 된다. 하지만 경주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는 체중 관리에 들어가 섭취량을 줄인다.


기수의 몸무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그러한 이유에서 어린 아이들을 기수로 데리고 와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마에서도 기수의 몸무게가 말이 승리하는데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낙타경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낙타는 말과 같이 빨리 달릴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낙타 기수는 성인이 될 수 없다. 그리하여 어린아이들이 기수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문제는 낙타경주의 경우 한 번에 수십 마리가 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주 중 낙타 위에서 떨어졌을 경우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어린이 기수
어린이 기수 ⓒ Ansar Burney Trust

그리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어린아이들은 더 이상 낙타기수가 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UAE에는 소형 자동식 무선 기수가 인간 기수를 대신한다. 하지만 쿠웨이트 등 인근 아랍 국가에서는 아직도 어린아이가 기수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낙타 세계에서 낙타는 하나의 상품이고 각자 자신만의 평판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명 경주에서 승리하는 낙타는 자기 자신만의 유명세를 따로 안고 살아가게 되며 미화 50만 불에 거래되기도 한다. 반대로 과거 기수의 경우, 승리의 대가는 미화 75불이었다고 한다.


낙타경주에 (비공식적으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도박이다. 이 도박은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며 외국인에게 공개되는 낙타경주의 경우 우승 상품이 차량 등의 '현물'이다. 이슬람권에서 도박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그리 많지 않은 소규모 지역에서 도박의 현장은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경찰도 낙타경기장에 참석하여 경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위험에 대비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경주의 정당성을 참관하는 '목격자'형태로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랍 에미레이트 Ras Al Kaimah의 낙타경주

 

 라스 알 카이마의 새벽
라스 알 카이마의 새벽 ⓒ 심태용


낙타경주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나섰다. 금요일 새벽 3시에 두바이를 떠나 도착한 라스 알 카이마 낙타경기장.

 

 새벽부터 나온 낙타
새벽부터 나온 낙타 ⓒ 심태용

아침 날씨는 춥지 않았지만 낙타는 덮을 것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낙타경주 준비
낙타경주 준비 ⓒ 심태용

낙타가 출발하기 바로 전 조련사가 낙타를 밧줄에 묶어 정비를 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면 얼마나 많은 조련사들이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경주를 중계하는 중계차
경주를 중계하는 중계차 ⓒ 심태용

중계차도 등장하여 모든 경기를 촬영한다.

 

 낙타경주와 함께 차량도 달릴 준비를 한다
낙타경주와 함께 차량도 달릴 준비를 한다 ⓒ 심태용

낙타가 출발점을 떠나기 바로 전에 전까지 옆에서 구경을 하던 현지인들이 속속 차량으로 탑승한다. 낙타가 떠날 때 같이 떠나기 위해서다.

 

 낙타경주는 인기있는 문화생활이다
낙타경주는 인기있는 문화생활이다 ⓒ 심태용

낙타가 출발을 한다. 

 

 질주하는 낙타와 차량
질주하는 낙타와 차량 ⓒ 심태용

낙타가 떠나면 차량도 같이 움직인다. 시속 4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낙타를 따라가기 위해 옆에 대기하던 수많은 차량이 함께 떠나면서 사고도 많이 난다고 한다.

 

참고로 보이는 도로는 일반 도로라서 사진에 보면 (연기를 반대로 뿜으며) 거꾸로 가는 차량이 보인다. 이 차량은 자신이 알아서 사고를 피해야 한다고 한다. 초행길을 달리는 차량은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질주하는 차량은 위험에 노출된다
질주하는 차량은 위험에 노출된다 ⓒ 심태용

상당히 많은 차량이 낙타 경주를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낙타 경주를 통해서 전통을 지키려는 아랍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낙타경주 주변을 보면서 낙타 경주를 지켜보는 현지인들의 친분 관계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경기 자체의 뜨거운 열기도 있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사회적인 모임을 하는 모습은 여가생활이 제한된 사막에서 보기 힘든 정겨운 모습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아랍 에미리트에서 과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낙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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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융시장에서 13년간 활동한 금융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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