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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권영길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권영길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노동당도 드디어 대선후보를 확정지었습니다. 권영길 후보가 국민승리21 시절까지 합쳐, 이제 3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됩니다.

 

권영길 후보는 '자주파(NL)'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내부에서 끊임없이 '자주파'와 '평등파'의 헤게모니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조직력이 우세한 자주파에서 그 힘을 과시하며 문성현 대표를 대표 직에 당선시켰으며, 이번에는 대선후보까지 밀어붙인 것입니다.

 

참고로 권영길 예비후보는 52.7%, 심상정 예비후보는 47.3%를 얻었습니다. 당 대표 경선 당시에 자주파가 밀었던 문성현 대표가 52%, 평등파가 지원했던 조승수 후보가 48%의 지지를 얻었던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합니다.

 

평등파 중에서 일부 강경한 성향의 당원들은 '탈당'까지 거론하는 듯 합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양자대결 못지 않은 당내 후폭풍이 예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진통 끝에, 어쨌든 권영길 후보는 3번째 대권도전 행보에 나서게 됩니다. 지난 2002 대선에서 '정몽준 지지 철회' 여파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던 민주노동당, 과연 어떤 행로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노무현'보다 강력한 '문국현 쓰나미'

 

지난 2002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진영이 민주노동당 성향의 지지자들을 향해 했던 강한 어필은 분명한 효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해 노무현 후보를 돕던 유시민 의원은 "권영길에게 던지는 표는 사표"라는 노골적인 주장을 전개했던 적도 있었고, 노무현 후보 본인도 직접 민주노동당을 향해 어필했던 적이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 지지 철회'가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하며, '이회창'이 상징하는 구체제 회귀를 염려한 젊은 유권자들이 상당수 노무현 후보 쪽으로 몰리게 된 것입니다. 당시 권영길 후보가 얻은 표는 약 95만표, 내심 100만표 이상을 기대했던 민주노동당에서는 '정몽준 쓰나미'의 쓰디쓴 나비효과를 맛봤던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나 계열 인터넷언론, 정치웹진이 그 이후에 노무현 정권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판단합니다. 다소 감정적인 일면도 있었지만, 그네들로서는 충분히 그럴만 했다고 판단합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 표를 얻는 과정에서 호소했던 '(노무현의) 상대적 진보성'이 집권 이후의 '이라크 파병'이나 '한미 FTA 체결' 등의 과정에서 옅어졌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문국현'이라는 더 강력한 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노무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에 부각됐고, 기존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노무현'과의 차이가 작용하면서 언론의 주목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지지자임을 밝히는 누리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지지 열기 역시 대단히 뜨겁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문국현'이라는 카드의 매력이 그 당시의 '노무현'에 비해 더 와 닿으면 와 닿았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충분히 경계할만 하다고 판단한 거죠.

 

그런 이유로, 심상정 의원이 당내 경선과정에서 문국현 예비후보를 비판한 것에 대해 의미가 깊다고 판단합니다. 카드의 위험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네들로서는 5년 전에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에 못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대통합민주신당 계열 후보들이 '범여권 대선후보'로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류 언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은 상황임에도 바람을 타고 있는 문국현 예비후보가 어떤 드라마를 그릴지 예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권영길 후보가 당내 자주파의 지원을 업고 대선후보로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보다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국민정서 상으로, 특히 50대 이상 유권자층에서, '자주파'는 소위 말하는 '빨갱이'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운동권'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로 좋지 않기 때문에, 좋을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당내 갈등도 여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대표 컨텐츠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권영길 후보는 지난 17일에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에서, 제가 던진 "민주노동당 지지층이 옅은 20대, 그리고 50대 이상 유권자에 대해 구사할 전략"에 대한 질문에서, "20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이 잘못되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고, 50대 이상 유권자는 민주노동당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예의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민주노동당은 노인들에게 직접 생활비를 제공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의 대표공약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권영길 후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전반적인 지지율이 정체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고 판단합니다.

 

유권자로서는 민주노동당의 공약이 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옳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불과 9석에 불과합니다. 역대 정권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늘상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늘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했습니다.

 

여기에서 이유가 보이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그 공약을 실천할 '힘'이 없다고 판단하는 유권자들이 많으며,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약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입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 전에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 1명이라도 진출하면 국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했던 적도 있지만, 서민들로서는 그 변화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소수정당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민주노동당으로서도 뼈저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이 상황은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누리꾼들은 민주노동당 관련 기사만 나타나면 "파업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정당 아니냐"는 비아냥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결국,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보수정치권 주도의 국회, 정치적 상황 앞에서 이 공약들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우리 유권자들은 결정적으로 대통령 선거 앞에서는 대단히 노회한 판단을 합니다. '돼야 할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기보다, '될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라는 언더그라운드가 있던 노무현 후보가 민주노동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유혹한 결정적인 이유이며, '범여권'과의 통합 가능성이 있는 문국현 예비후보에게 잠식당할 수 있는 위험의 이유입니다.

 

TV토론, 과연 유리할까

 

통합신당 예비후보 중 1명이 범여권 후보로 확정돼 TV토론까지 출연한다면, 상황은 민주노동당에게 유리해질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허와 실', 공격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국현 예비후보가 범여권 후보로서 TV토론에 출연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심상정 의원은 "유한킴벌리 모델은 특수한 조건에서의 특수한 실험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금융이나 재벌, 국제 경제 문제 등 등 거시적인 정책은 다 비어 있다. 기업의 생산력 향상 모델은 제시하고 있지만 경제 구조 개혁 방안은 없다"라고 비판했지만, 문국현 예비후보는 이미 재벌세습화 등에 대한 비판도 거론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나 "대화가 통한다"는 의미있는 대답까지 얻었던 적이 있죠. 보수정치권 인사가 양대노총 위원장들에게 이런 평을 들었던 것은 전례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심상정 의원은 "유한킴벌리 모델은 특수한 조건에서의 특수한 실험"이라고 비판했지만, 상당수의 누리꾼들은 그 '특수함'에서 가능성을 느끼고, 그 '특수함'이 문국현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어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문국현 예비후보의 사생활이나 살아온 길, 마찬가지로 보수정치권 인사로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기에 유권자들이 호감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잭 웰치와의 논쟁'은 특히나 유권자들을 유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끝으로 3김의 대통령 쟁탈전을 마무리하면서, 그 이후로는 후보자의 살아온 길이나 이력, 명망도를 주목하는 편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 CEO' 경력과 '청계천 복구 공사'라는 이력으로, '경기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 아래 50%에 가까운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문국현 지지자들 역시 문국현 후보의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을 주목했고, 그중에서 '잭 웰치'라는 세계적인 인물을 논쟁으로 상대했다는 것에서 이명박 후보마저도 물리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는 것입니다.

 

TV토론은 후보자의 삶, 그리고 그 삶에서 묻어나오는 생각과 공약을 전국민 앞에서 드러내보이는 자리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늘상 취약점으로 거론되는 '경제', 혹은 '경제학'에 있어서도 문국현 예비후보는 체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견해를 제시할 것입니다. 문국현 지지자들이 TV토론만 기다리는 것,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말이 다시 한번 통할 가능성은 2002 대선 만큼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TV토론에서 취할 수 있는 길은 둘 중 하나입니다. 1997년 당시의 이인제 후보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달변을 자랑하든가, 아니면 삶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을 드러내든가.

 

권영길 후보는 오는 11월에 있을 '100만 민중대회'보다, 구체적인 컨텐츠와 실현방법에 대해 분명하게, 그리고 진실되게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민주노동당의 도약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유권자들, 일부 대기업 노조의 파업 문화에 질색합니다. 그래서 시위 자체까지 질색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도약할 것인가 흔들릴 것인가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볼때, 민주노동당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분명하게 어필하고 더 많은 표를 얻어야만, 궁극적으로 그네들이 목표로 삼을 2008 총선을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체감경기가 어려운 지금 시점을 잘 대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대단히 노회합니다. 이상적인 구호보다는 덜 이상적일지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될 공약을 제시하며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가능성을 주는 후보를 선택합니다. 한나라당도, 대통합민주신당도, 그리고 문국현 후보도, 모두 이 점에 가능성을 걸고 이미지메이킹과 공약 제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조봉암의 진보당 이후로 처음으로 원내진출에 성공한 정당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 의미와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진보정당의 한계'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만이 집권의 꿈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2007 대선, 그렇기 때문에 기로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권영길#문국현#민노당 경선#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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