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종합운동장에서 지난 19, 20일 양일간 제30회 충청북도교육감기차지 육상경기대회가 개최되었다.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5학년 이은정 어린이가 군 대표로 선발됐을 때부터 이번 대회에 관심이 많았다. 전교생이 27명에 불과한 분교장에서 도 대회에 대표선수를 출전시킨다는 그 자체가 어린이들이나 직원들에게 큰 자부심이었다.
가능성이 많은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게 열려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모두 훌륭한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대회든 학교나 군을 대표해 출전했다는 것이 먼 훗날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다. 도원분교장의 직원들은 수동적이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모두가 후원자였다.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은 운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은정이라고 예외일까만 성품이 온순해 꾀병 부리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지도하는 대로 잘 따라준 덕분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투포환던지기의 폼을 대충이나마 익힐 수 있었다.
10월에 열릴 충북도민체전을 대비해 7월에 준공한 진천종합운동장은 11개 시군을 대표하는 어린 꿈나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은정이가 시합을 하던 20일은 트랙과 필드에서 열전을 펼치는 선수와 심판, 빨간 우레탄과 파란 하늘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연습 기간이 짧아 기록이 들쑥날쑥했어도 몇 번 좋은 기록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며 은근히 상위입상을 기대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6위 이내에 입상만 해도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처음 몇 번은 파울까지 하며 기록도 좋지 않았던 은정이였지만 결선에서는 으라차차 힘을 쓰며 도 대회에서 1위로 입선해 학교를 축제분위기로 만들었다.
교장선생님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며 바로 플래카드를 걸어 은정이를 축하했다. 분교장총동문회에서도 길목에 플래카드를 걸어놓으며 추석명절에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랑거리를 만들었다. 교감선생님은 손수 기념품을 사들고 분교장을 찾아와 은정이를 격려했다.
고향에 찾아온 것을 환영하거나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거는 플래카드가 아니었다. 27명에 불과한 분교장의 어린이가 충북도대회에서 1위를 했다는 자부심이었다. 어쩌면 학생, 학교, 동문, 지역사회의 축하하는 마음이 하나로 우러나온 징표였다.
도 대회에서 1위를 했지만 은정이는 투포환던지기를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능성이 크다. 공중을 향해 손바닥을 막 떠나는 포환처럼 어떤 일이든 어린이들에게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서 꿈을 키워주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은정이의 금메달 수상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이번 추석명절 도원분교장이 위치한 홈너머로 가는 길목에 걸린 플래카드 중 단연 최고였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또 다른 꿈 찾기에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