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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0일부터 네이버는 정치기사 댓글을 정치토론장으로 일원화시켰다.
9월 10일부터 네이버는 정치기사 댓글을 정치토론장으로 일원화시켰다. ⓒ 네이버

포털사이트의 독보적인 1위 네이버를 보면 요즘 참 답답합니다.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와 같은 발빠른 기획으로 스스로 성장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누리꾼들의 참여를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누리꾼들이 외면했다면 지금의 네이버는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네이버를 보면 '인터넷의 연산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과거 어떤 왕조를 보더라도 폭군이 가장 먼저 시도한 일은 언로를 파괴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누리는 일부 보수언론이 조금만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언론 탄압'을 운운하는 현실이라 '언로'라는 말 자체가 퇴색한 면도 있지만, 네이버의 언론 탄압은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공정하다, 적어도 이명박 캠프의 눈에는

 

지난 9월 10일, 네이버는 각 정치기사의 댓글게시판을 폐쇄하고 '정치토론장 일원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글을 제대로 보고, 토론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거기에는 추천기능도 없습니다. 그저 누리꾼들끼리 서로 악다구니나 나누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선관위의 '개정선거법 적용'을 편리하게 한다는 목적 하에 누리꾼들의 실질적인 정치토론이나 현안 토론을 완벽하게 방해해버립니다. 네이버가 법적인 문제에 걸리는 걸 싫어하는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댓글게시판 폐쇄'는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이런 결정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캠프의 뉴미디어분과 진성호 간사는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주최한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 소속 인터넷단체 관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댓글을 바꿔 공정성에 문제가 없고, '다음'은 댓글 시스템도 그대로이고 블로그가 남아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

 

댓글이 없어져서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진성호 간사의 말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뜻으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댓글도 없애고 블로그도 없애야 한다는 건가요?

 

진 간사가 네이버를 공정하다고 칭찬한 이면에는 네이버 뉴스의 태도가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네이버는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치부를 건드린 기사를 어지간하면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숱한 의혹들은 나름대로 굵직한 뉴스들임에도 네이버 뉴스 메인에 등장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구설에 올랐던 '마사지걸' 발언의 경우에도 네이버에서는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고등학교를 방문한 사진은 정치면 측면 메인에 오르는 것과 비교해 대조적인 일입니다.

 

네이버 뉴스의 '공정한' 메인면

 

지난 9월 12일에 "언론은 차라리 후보를 공개 지지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언론이 당파성에 따라 공공연하게 특정정당과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사실 왜곡이나 편집권을 악용한 축소 보도가 판치는 것이 특히 우리 언론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장했던 것이 '언론의 후보자 공개 지지 선언'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 편이 훨씬 정정당당해 보입니다. 사실 왜곡이나 편집권 악용과 같이 적어도 '뻔한 치사함'은 드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서조차 포털은 비켜나 있습니다. 포털은 스스로 "언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털은 기사 배치 권한을 이용해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언론의 중요한 권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털도 엄연히 언론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언론을 포함해 포털 역시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포털은 공정하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정을 가장한 편파 편집을 통해 자신의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이익을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네이버는 "공정하다"는 이명박 후보 캠프 진성호 간사의 칭찬은 오히려 그들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네이버#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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