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9일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차기 정부의 교육공약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 기자회견에서 ▲ 적성에 따라 골라갈 수 있는 고교 300개 신설 ▲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 3단계 대입자율화 ▲ 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 강화 ▲ 지역과 학교의 협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후보는 "5개 프로젝트가 제대로 정착될 때, 30조원 규모의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후보는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전문인 육성을 위한 '마이스터 고교' 50개 등 300개의 특성화 고교를 신설하고 학생들의 납입금과 기숙사비 등은 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현재의 사교육비 중 절반 정도가 영어 교육비로 들어가고 있는데, 초·중·고에서 사교육 없이도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면 현재의 사교육비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이같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어 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은 이주호 의원은 "매년 3000억~4000억원의 비용만으로도 사교육비 30조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연간 3000억~4000억원의 비용만으로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사교육비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은 "지금은 국가에서 한 학교당 상당히 많은 액수의 재정결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자율형 사립고가 보편화되면 그걸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추산 내역을 밝히지는 못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저렴한 학비로 다닐 수 있는 '특수목적고'를 대폭 늘릴 경우 학생들의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지 그 효과도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이같은 특수목적고에 들여보내려고 하기위해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에 불붙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선호 학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300개의 좋은 학교들이 생기면 학생들의 경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평생 가르치다보면 교사들 시대변화 뒤떨어져".... 교원퇴출제 암시?
이 후보의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라는 '대입 2불' 정책의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후보는 "기존의 3불 정책 중 기부금 입학제는 별개로 하고, 나머지 두 사항은 대학(입시)가 자율화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전망했다.
이 후보는 "평준화를 다 없애겠다는 뜻보다는 지금과 같이 완전한 평준화에 다양성·수월성을 함께 고려해서 보완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평준화를 뼈대로 한 지금의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 후보는 교원들의 재충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5~10년 주기의 연구년제 도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교원퇴출제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공교육에 불만이 많은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정책이지만, 교원들의 집단반발을 부를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한번 교사가 된 뒤 평생 학생들만 가르치면 자기도 모르게 시대 변화에 뒤떨어질 수 있다"며 "대학총장들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에게도) 1~2년 재충전하고 시대에 맞는 교육을 스스로 발전시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